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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백꾸 Jan 23. 2021

[취업의 늪] 도망친 곳에 천국은 없다. 정말?

AE 선배님들 도와주세요

지난 6년,



2015년 3월 ~ 2019년 8월 - H 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2019년 5월 ~ 2019년 8월 - 교육그룹 마케팅팀 인턴

2019년 9월 ~ 2020년 1월 - 취준

2020년 2월 ~ 2020년 4월 - 퍼포먼스마케팅 대행사 인턴

2020년 5월 ~ 2020년 9월 - 데이터 공부 & 취준

2020년 10월 ~ 현재  브랜드 마케팅 대행사 사원




대학교 졸업한지 1년 6개월




대학교를 졸업한지도 벌써 1 6개월. 항상 원하는 직무에서 일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취업에 대한 고민은  나를 따라다니며 괴롭힌다. 나는 지금 ()취업의 늪에 빠져버렸다. 정확히 말하면 ' 회사에 계속 남아있는게 맞는걸까'  대한 고민이 다시금 시작됐다. 며칠  수습기간이 종료되고 정규직 전환이 결정되었는데 마냥 좋기보다는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대한 두려움이   상태이다. 더이상 직업 선택에 대한 후회를 반복하고 싶지 않은 마음 + 신입으로 다시 시작하는  그만하고 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현실을 너무 많이 알아버려서 더 불안한 심리상태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지난   동안 ' 여기서 계속 일해도 되는걸까? 충분히 성장할  있을까?' 끊임없이 고민하고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1. 청내공을 해야할텐데 사실상 2년은 발이 묶인다. 지금 2년차 선배의 모습을 떠올려보자. 내가 원하는 나의 미래가 맞는가? 신중하게 잘 선택해야 한다.



2.  2~3회는 아침이든 저녁이든 추가 근무가 필수적인 업무량이다. 그에 대한 야근수당? 당연히 없다. 오히려 야근을 미덕으로 생각하는 몇몇 선배의 모습을 봐버렸다. 야근이라는 표면적인 모습은 둘째치고 정말 보람있게 일할 수 있는지 그 여부가 중요해보인다.



3. 사실상 그만두면 다시 취업준비이긴 하다. 아직 마케팅 업무를 계속 하고 싶은건 맞는데, 에이전시 중에 여기보다 더 나은 회사가 존재하기는 하는걸까?



공개할  없지만  ***만원. (.. 1년이라는게  길긴 하지만ㅠㅠ) 사실 초봉은 크게 상관없었다. 왜냐면 월급은 내가 하는 만큼 회사에서 알아서 올려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1  교육그룹에서 인턴으로 근무했을 때다. 정규직 전환 시점에 모든 인턴들이 동일한 연봉을 제안받지 않는다는 사실에 충격받았던 적이 는데, 그때  기분은 아직까지도 나에게 좋은 자극제가 되어주고 있다. 많은 현직자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아도 규모가 작은 회사는 모두 능력에 따라 몸값이 결정되고, 대행사는 이직이라는 좋은 수단으로 몸값을 높일  있는 기회가 많다는걸 알고 있기 때문에 초봉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냥 지금 여기는  2~3회는 야근이 필수적이며 필요하다면 주말에도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잦았기에.. 그걸 내가 버틸  있겠는가?  대한 고민이 가장  상태이다. 청년내일채움공제과 함께 2 동안 발묶이는  상황을 감내할  있을까? 하는 단순한 고민..  52시간 근무가 법적으로 보장되고는 있지만 실질적으로 집에서 업무를 보충해야 한다면 오히려 마음만 답답해진 상태로 다니지 않을까? 하는 오지랖 두려움까지 들고 있다. 최근   동안 잠들기  매일매일 생각하고 고민하며 답을 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고민의 답을 찾지 못했는데 일이 너무 많아 힘들 때마다 자꾸 취업사이트를 들락날락 하게된다.



지난 1년 동안 남들 다 하는 취업준비를 하면서 누적된 자료 혹은 면접 경험으로 회사 보는 눈이 조금씩 생긴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이제는 채용공고 + 잡플래닛 어느 정도만 참고하면, 최소한 지금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와는 '다른 무언가'가 있는가? 에 대한 판단이 서기 시작했는데 아무리 봐도 웬만한 대행사의 처우는 비슷해보였다. 진입장벽이 낮은 마케팅 직무의 특성상 일단 누구든 받아서 일을 시켜보고 그중에 잘하는 애들에 한해서 성장할 기회를 만들어주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도망친 곳에 천국은 없다'라는 말에 의지해보기로 했다.




이건 절대 진심이 아니며, 현실과 타협하기 위함 + 돈 때문이다. 주식이며 연금저축이며 1억 모으기를 위한 나의 중요한 플랜이 있기 때문에 그걸 다시 원상 복귀해놓고 다시 취업준비를 할 자신이 없다. 돈 모으는 재미를 이제 느끼기 시작했는데, 언제 다시 원점부터 시작할 수 있을까. ㅠㅠ



원하는 직무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솔직히 지금 하고 있는 일은.. 거의 70~80% 재미없는 것 투성이다. 일 자체가 재미없다기보다는, 주도적으로 일할 수 없다는 점이 자꾸만 나를 답답하게 옥죄인다. 클라이언트가 요구하는 보고서, 가이드라인에 무조건적으로 응해야 하는 때가 많은데, 요즘 들어 나는 마케터인가? 대신 운영만 해주는 사람인가?라는 현타가 자주 온다. 이제 신입 3개월 차인데 매일, 매주, 매달 업데이트해야 하는 보고 날짜만 다가오면 헛구역질 증상이 시작되고 있다. 마음 한구석이 답답하게 막혀서 스트레스가 그 안에서 터지기 일보직전에 있는 상태- 아무리 에이전시라고 하지만, 보고해야 될게.. 많아도.. 너무.. 많.... 다..... 심지어 대부분의 내용은 단순히 현상을 나열하기만 하고 있어 영혼 없이 일하게 되고 점점 무기력감은 심해지는 것 같다. 와 이런 것까지 최근 데이터로 보고해야 돼? 와 이걸 하나하나 다 캡처해야 돼? 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아, 단순히 보고하려고?



그냥 이걸 다 오려 붙여 넣을 시간에 조금 더 생산적인 일을 하고 싶다는 욕구만 강해진다. 기획, 제작 단계에 힘을 기울일 수 있는 콘텐츠나 카피 쪽으로 말이다. 이제 3개월 차가 지나가는 이 시점에,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정말 많이 깨닫고 있다. 학부 때만 해도 내가 뭘 추구하는 사람인지 아예 모르고 살았는데 이제는 알겠다.



자유.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자유롭게 일하고 싶다ㅠㅠ 뭐.. 자유를 원한 다지만 아직 창업보다는 회사생활이 나한테 필요한 건 맞는데, 내가 하고 싶은걸 할 수 있는 회사에 다니고 싶다. 불필요한 건 충분히 줄이고 담당자가 느끼는 아이디어, 인사이트에 귀 기울여 주는 에이전시. 이런 가치를 CEO부터 팀장, 직원 모두가 공감해서 말단 사원도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그런 곳. 그저 생각의 차이라면, 일단 해보는 것에 의미를 두는 곳. 꼭 결과가 좋지 않을지언정 그건 선택의 문제였지 절대 담당자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같이 고민해주는 좋은 팀. 너무 이상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만든 회사가 있을 것이라 믿는다.



이 일은 원래 그렇게 해왔으니까. 혹은 이게 핸들링하기 편하니까. 등등 의미 없는 근거로 일하면서 적당히 돈 버는걸 '지양' 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에 소속되고 싶다. 내가 일을 함에 있어서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었는지 절실히도 깨닫는중이다.




내가 마케팅을 하고 싶었던 이유




계속되는 인턴, 취준의 반복 속에서도 내가 마케팅을 고수했던 가장 큰 이유는 '정답이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한테 마케팅은 새로운걸 다양하게 시도해볼 수 있는 직무로 다가왔고 자유롭게 일하고 싶은 나한테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은 마케팅의 실체를 제대로 경험하며 뼈 맞는 느낌이 나를 넘나 공허하게 만든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가치를 고민하고 브랜드 관점에서 무언가를 기획하는 일? 글쎄다. 정해진 예산을 소진하기에 급급해서 전략은 텅텅 비어있고 그저 이슈에만 대응하고 있달까?



마케팅은 실무가 중요하다는데 오히려 실무라는 이름 속에 '또 다른 이론' 이 존재하는 것 같다. 가령 바이럴은 체험단~인플루언서~SNS 라는 기본적인 운영 틀을 정해놓고 매월 예산에 따라 후다닥 섭외-운영-마감이라는 쳇바퀴를 돌리고, 퍼포먼스를 내야하는 상황에서는 남들 다 한다는 SA~DA 리타게팅~NA 중 효율은 뭐가 좋아요? 렙사에 묻고 광고비를 태우고.. 그냥 새로운걸 시작한다는 그 자체에만 의미를 두고 정작 과정 & 결과를 논의하는데는 별로 비중을 두지 않는다. 저번 달 혹은 작년 이맘때 운영했던거 우리가 진짜 잘한 걸까? 잘했으면 왜 잘했지? 그거 진짜 브랜딩, 퍼포먼스에 도움이 된거야? 도움이 안됐으면 어떤 부분에서 우리가 뭘 놓쳤지? 처음부터 예산 분배를 잘못한건 아닐까? 이런 걸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ㅜㅜ



그런데 일단 시작하는 것에만 비중을 두는 것 같으니 개인적으로 너무 아쉽다. 일하는데 신이 나지 않는다. 신규 캠페인을 시작하게 되면 그 안에서 이슈가 발생할 때만 대응하는 경우가 파다하다. 그냥 나는 이렇게 일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구나 깨달으면서 오히려 이슈가 없다면, 우리가 놓친 이슈는 없을까? 그런 틈새를 공략해보는 과정이 더 뿌듯하고 희열감을 준다는 것을 알았다. 돈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그런거 말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던 운영전략, 그런거에 목말라 있다. 다른 회사에서도 이렇게 운영을 하고 있으니까 우리도 비슷하게 시작해보자. 이런 접근보다는 다른 회사에서는 이렇게 운영을 하고 있는데 얘네는 이걸 놓치고 있네. 우리는 이런 접근으로 예산을 분배하면 좋을 것 같다. 등등.. 생각을 확장하는 그런 과정이 수반된다면 오히려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원동력이 생길 것 같다. 후.. 이러다 나 조차도 돈만 잘 벌 수 있는 편한 방법을 찾게 될까 봐 (사실 매우 위태로운 상태)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평소 좋아하는 말 중 하나인데, 스스로에게 이야기해주며 버티고 있다. 나는 사명감을 개나 줘버리고 싶지 않다. 그래서 이 말을 매일매일 되새긴다. 사실 신입 나부랭이 주제에 이 회사는 일을 잘한다. 못한다. 판단하는게 맞는지도 모르겠다. 5년 차, 10년 차 선배들이 이 글을 보고 너무 주제넘는 생각이지 않니? 하고 훈수를 둘까봐 쫄린다. ㅋㅋ



아니면 그냥 이 불안함의 감정이, 현실과 이상 사이의 차이에서 오는 딱 그거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나는 분명 취업준비를 하면서 마케팅에 대한 환상을 이렇게 품었다. "그래. 내가 선택한 회사에서 마케팅이라는 일을 하게 된다면, 소비자-브랜드 사이에서 가치를 고민하고 아이디어를 내며 행복할거야! 때론 크리에이티브한 기획도 하면서 효율도 체크하고 그걸 바탕으로 발전시키면 재밌겠는데?"



그런데 현실은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지 않은가- 자율적인 업무, 의견수렴? 글쎄.. 겉으로만 합리적이고 이상적인 모습을 추구하는 것 같고.. 결국엔 하고싶은걸 할 수 없는 곳 = 그게 회사인 것 같다. 무엇보다 광고주-대행사 관계 속에 존재하는 커뮤니케이션, 생각의 차이, 예산 등 나의 영역 밖의 일들이 넘나 많다. 회사에서 일하는 방식은 나의 판타지와 다르다는 것을 하나씩 깨달으며, 나의 선택이 잘못 된 거였을까? 하는 생각들이 내 맘을 콕콕 찌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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