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관종은 나쁜거라고만 생각했다.
나는 내가 관종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왜냐면 나는 사람들의 관심에 울렁증을 느끼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실 살다보면 어쩔 수 없이 남들 앞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 많은데, 그럴때마다 심장 쿵쾅거리면서 그 순간에 드는 생각은 한결같았다.
‘아ㅠㅠ 집가고 싶다. 이 느낌 진짜 너무 싫다’
쉽게 이야기하면 나는 매우 내성적인 사람이라 사람들의 관심이 불편하다. 이런 성격 탓에 진작에 나는 관심받는걸 지독히도 싫어하구나 받아들이며 친구관계도 1~2명 베스트프렌드에 의미를 두며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관종 = 친구 많은 사람. 이건 아니지만 내 기준에서 관종이라는 건 넓고 얕은 인간관계를 쌓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던지라, 이렇게 해석하곤 했다. 나는 두루두루 적당한 선에서만 잘 지내면 된다고 생각했기에... 나와 성향이 다른 사람들 즉, 남들 앞에서 나서기를 좋아하고 목소리 높이며 관심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 나와 다른 부류라고 생각하며 은연중에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그런 캐릭터를 낮게 평가했던게 사실이다.
그리고 2018년 나는 처음으로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한다. (나의 일기 같은) 글을 본 사람들로부터 '글을 잘 쓴다' '생각이 깊은 것 같다' 등등 작고 소중한 피드백을 받곤 했는데 그런 칭찬들이 어느새 나를 힘나게 하고 때로는 그런 관심들에 의지하기 시작했달까..?
더 나아가, 브런치를 시작하면서 내가 관종이었다는 사실에 아주 확신을 가지게 됐는데, 정확히 말하면 '관종'의 의미를 재해석하게 됐다. 이제 고작 3개의 게시글을 올린 baby 글쓰니 이지만 [~~님이 라이킷 했습니다] [유입키워드] 가 늘어나는 걸 지켜보면서 사람들의 관심에 따라 하루하루 기분도 같이 오르락내리락하는 나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ㅎㅎ
어떤 분야에서 관심을 받고 싶은가? 라는 그 포인트의 차이만 있었을 뿐. 결국 사람이라는 존재는 누구나 관심받고 싶어 하는 분야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동안은 그저 내가 뭘 좋아하고 인정받고 싶어 하는지를 발견하지 못했던 게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들었고, 세상을 너무 좁은 관점으로만 바라보았던 것 같다.
게임을 좋아하고 잘하는 사람들은 PC방 혹은 게임이라는 온라인 세상 속에서 받는 관심, 우월감이 있을테고, 타고난 리더십이 있는 사람들은 팀 안에서 리더의 자리를 부여받았을 때 경험하는 희열감, 성취감이 있을거고, 뭘 만들기를 잘하는 사람이 있다면 취미생활로 하는 소소한 재능모임을 통해서도 축적할 수 있는 즐거움이 있겠구나-
나도 요즘 그렇다. 책이라면 질색팔색을 하던 나였는데, 지난 3년 동안 급격하게 '글' 이 좋아졌다. 일기처럼 에세이 개념의 글을 조금씩 써보는 것도 재밌고, 마케팅 업무와 관련해서 소재, 카피 기획하는 일은 책임감이 부여돼서 그런지? 그냥 소소한 글쓰기와는 또 다른 희열감이 느껴진다. 그 과정에서 팀장님이 좋은 피드백을 주시면 그 인정과 칭찬을 원동력 삼아 더 잘하고 싶어 자기 계발도 열심히 더 열심히 하게 된다. 아직은 적은 예산의 프로젝트만 함께 해보아서 아쉽지만, 소소하게 발견한 나의 재능을 언젠가 뽐낼 수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도 늘리면서 내 가치를 높이는 과정이 즐겁기도 하다.
나도 내가 잘하고 싶은 분야에서는 관심을 먹고살아야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으며, 그동안 나쁘게만 바라보던 '관종'이라는 개념을 아주 기분 좋게 받아들이게 되어 후련하다. 그동안 나 자신을 평범하다고만 생각하고 특별할 것 없는 캐릭터라고 판단했던 순간들이 사실은 싫었던 걸까?
스스로가 관종임을 알게 된 이 느낌이 싫지 않다.
아니,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