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복한백꾸 Jan 25. 2021

결국엔 나도 관종

그동안 관종은 나쁜거라고만 생각했다.


나는 내가 관종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왜냐면 나는 사람들의 관심에 울렁증을 느끼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실 살다보면 어쩔 수 없이 남들 앞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 많은데, 그럴때마다 심장 쿵쾅거리면서 그 순간에 드는 생각은 한결같았다.


‘아ㅠㅠ 집가고 싶다. 이 느낌 진짜 너무 싫다’


쉽게 이야기하면 나는 매우 내성적인 사람이라 사람들의 관심이 불편하다. 이런 성격 탓에 진작에 나는 관심받는걸 지독히도 싫어하구나 받아들이며 친구관계도 1~2명 베스트프렌드에 의미를 두며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관종 = 친구 많은 사람. 이건 아니지만 내 기준에서 관종이라는 건 넓고 얕은 인간관계를 쌓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던지라, 이렇게 해석하곤 했다. 나는 두루두루 적당한 선에서만 잘 지내면 된다고 생각했기에... 나와 성향이 다른 사람들 즉, 남들 앞에서 나서기를 좋아하고 목소리 높이며 관심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 나와 다른 부류라고 생각하며 은연중에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그런 캐릭터를 낮게 평가했던게 사실이다.



그리고 2018년 나는 처음으로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한다. (나의 일기 같은) 글을 본 사람들로부터 '글을 잘 쓴다' '생각이 깊은 것 같다' 등등 작고 소중한 피드백을 받곤 했는데 그런 칭찬들이 어느새 나를 힘나게 하고 때로는 그런 관심들에 의지하기 시작했달까..?



더 나아가, 브런치를 시작하면서 내가 관종이었다는 사실에 아주 확신을 가지게 됐는데, 정확히 말하면 '관종'의 의미를 재해석하게 됐다. 이제 고작 3개의 게시글을 올린 baby 글쓰니 이지만 [~~님이 라이킷 했습니다] [유입키워드] 가 늘어나는 걸 지켜보면서 사람들의 관심에 따라 하루하루 기분도 같이 오르락내리락하는 나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ㅎㅎ



나는 관종이었다.

아니, 결국 모든 사람들은 관종일 수밖에 없음을 깨달았다.



어떤 분야에서 관심을 받고 싶은가? 라는 그 포인트의 차이만 있었을 뿐. 결국 사람이라는 존재는 누구나 관심받고 싶어 하는 분야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동안은 그저 내가 뭘 좋아하고 인정받고 싶어 하는지를 발견하지 못했던 게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들었고, 세상을 너무 좁은 관점으로만 바라보았던 것 같다.



게임을 좋아하고 잘하는 사람들은 PC방 혹은 게임이라는 온라인 세상 속에서 받는 관심, 우월감이 있을테고, 타고난 리더십이 있는 사람들은 팀 안에서 리더의 자리를 부여받았을 때 경험하는 희열감, 성취감이 있을거고, 뭘 만들기를 잘하는 사람이 있다면 취미생활로 하는 소소한 재능모임을 통해서도 축적할 수 있는 즐거움이 있겠구나-



나도 요즘 그렇다. 책이라면 질색팔색을 하던 나였는데, 지난 3년 동안 급격하게 '글' 이 좋아졌다. 일기처럼 에세이 개념의 글을 조금씩 써보는 것도 재밌고, 마케팅 업무와 관련해서 소재, 카피 기획하는 일은 책임감이 부여돼서 그런지? 그냥 소소한 글쓰기와는 또 다른 희열감이 느껴진다. 그 과정에서 팀장님이 좋은 피드백을 주시면 그 인정과 칭찬을 원동력 삼아 더 잘하고 싶어 자기 계발도 열심히 더 열심히 하게 된다. 아직은 적은 예산의 프로젝트만 함께 해보아서 아쉽지만, 소소하게 발견한 나의 재능을 언젠가 뽐낼 수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도 늘리면서 내 가치를 높이는 과정이 즐겁기도 하다.



나도 내가 잘하고 싶은 분야에서는 관심을 먹고살아야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으며, 그동안 나쁘게만 바라보던 '관종'이라는 개념을 아주 기분 좋게 받아들이게 되어 후련하다. 그동안 나 자신을 평범하다고만 생각하고 특별할 것 없는 캐릭터라고 판단했던 순간들이 사실은 싫었던 걸까?



스스로가 관종임을 알게 된 이 느낌이 싫지 않다.

아니, 좋다!



작가의 이전글 [취업의 늪] 도망친 곳에 천국은 없다. 정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