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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백꾸 Feb 13. 2021

강아지를 좋아하는 너


조금 과장해서 이야기해보자면,

귀여운 강아지를 보면서 같은 포인트에 공감하지 못하는 것만큼 절망적인게 또 없는데, 아마 강아지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 공감하는 그런 감정이 아닐까 싶다.



나도 친구들 중에 강아지를 '싫어'라고 이야기하는 애들이 몇 명 있다. 그런데 친구들이 강아지를 향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때마다 이렇게 작고 귀여운 애들을 굳이 '싫어'라고 말하는 게 솔직히 이해도 잘 안갔고, 그런 단호함에 되려 내가 상처 받고 그랬던 것 같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강아지를, 너도 좋아한다니 그 자체만으로 되게 감사한 기분도 들었다. 솔직히 말하면 어릴때 개한테 쫓겼던 기억때문에 강아지가 싫다고 이야기했던 전 남자친구 때문이었을까? 네가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엉덩이 통통 튀기며 지나가는 웰시코기를 보며 세상 따듯한 미소를 보내는 모습은 다정한 사람같아 보였고, 아파트 상가 투명 유리벽 너머 새끼 강아지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것도 나와 비슷해서 좋았다. 취향이 통한다는게 생각보다 어려운 일임을 알기에, 이런 작은 순간들을 공유하면서 같이 즐거워할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이게 뭐라고 그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이 단단해지는 걸 느끼기도 하면서 말이다.



.

.



그리고 여느 때처럼 집 앞 상가에서

우리 발걸음을 멈추게 한 새끼 강아지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너무 귀엽다. 우리 하나 살까?"




그런 나를 힐끔 바라보면서 너는 이렇게 말하더라.

"산다고 말하면 안된대~!

분양받는다고 해야 맞는 거래 ㅎㅎ"




“어..?”



.

.

.



너무나도 사소한 이 대화가 나는 아직도 기억 속에 크게 자리 잡고 있는걸 보면, 너의 이런 모습을 무의식중에 많이 좋아했던 것 같다. 너의 말을 듣고 심장이 콩닥거리는 부끄러움을 느꼈지만 동시에 배울점 있는 너의 모습이 좋았다. 그냥 나의 잘못된 습관들을 툭툭 고쳐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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