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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백꾸 Mar 07. 2021

네이버가 구글이 될 수 없는 이유

조금은 건방지다고 느껴질 수 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절대 네이버를 비방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는 점을 어필하고 싶고, 평범한 마케터가 회사에서 마케팅 일 이라는 것을 하며 꾹꾹 눌러 담은 '화' 정도로 생각해주면 좋겠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면

네이버는 구글이 될 수 없다.



정확히 말해 ‘지금 이대로’ 라는 전제가 붙는다면 그렇다. 지난 4개월 동안 온라인 마케팅 대행사에서 일하며 이러한 생각은 시작됐다. 하루 평균 8시간씩 노트북 앞에 앉아 네이버 검색 생태계를 모니터링하며 네이버가 가지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를 많이 체감하게 됐는데, 이래서 네이버가 국내 1위에 그쳤구나 ^^ 지금 이대로 쭉 간다면 또 다른 서비스가 네이버를 대체하는 날이 오겠구나 ^^ 깨달았다. 다른건 잘 모르겠고 검색서비스 에서 만큼은 그걸 느꼈다. 현존하는 유튜브가 됐든 (다음,네이트와 같은) 타 포털이 됐든 말이다.



솔직히 요즘 네이버는 넘나 광고판이 되어버렸다는걸 많은 사람들이 느끼고 있을 것이다. 일부 업종에 한해서는 네이버보다 유튜브를 통해 양질의 정보를 얻고자 하는 유저들도 늘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가령 재태크 or 주식과 같은 금융지식은 네이버보다 유튜브를 통해 내가 원하는 정보를 얻기가 훨씬 수월하다. 기타 화장품, 패션 리뷰 와 같은 실제후기에 대한 니즈도 마찬가지이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유튜브 정보에 의존하는 양상으로 변해가고 있는데.. 결국 5년 10년 후의 모습은 뻔한 것 아닐까? 소비자는 그 누구보다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조직이니까 !



위에서도 이야기했듯 이런 생각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업무환경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나는 온라인 마케팅 중에서도 SEO 영역 중심의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데, 일을 하다보면 ‘네이버로직' 이라는 개념에 원망스러운 마음이 안쌓일 수가 없다. 네이버에 우리 브랜드가 효율적으로 노출될 수 있도록 그 환경에 관여하는 일을 하고 있는건데, 말로만 듣던 작업성 콘텐츠를 뿌리며 양치기 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마케팅이라는 명목으로 하루에도 수십 개의 작업성 게시글을 발행하는 과정을 지켜보는건 너무나도 현타스럽다.



지금 이 순간에도 네이버라는 단 하나의 운동장을 두고 수십 개, 수백 개 브랜드는 서로 상위 노출되겠다고 피 터지게 싸우고 있다. 상위 노출이라는 작업을 직접 실행에 옮기는 회사 또한 수백, 수천 개는 되는 것 같다.



현재 내가 담당하고 있는 브랜드는 건강기능식품인데, 하루가 다르게 뒤바뀌는 시장 속에서 경쟁하며 우리 브랜드 또한 작업성 콘텐츠에 수억의 예산을 쏟고 있다. 다들 치열하게 경쟁을 하고 있으니 아직 인지도를 쌓지 못한 제품들은 이 작업을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 그래서 나 또한 납득할 수 없는 마케팅 싸움에 동참하며 꾸역꾸역 시키는 대로 하고는 있는데... 4개월 정도 되니까 이 터무니없는 SEO 개선에 진심으로 화가 나기 시작하나보다.



네이버 로직? 사실상 대외비 아닌가?



SEO = Search Engine Optimization

그대로 해석하면 검색엔진 최적화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특정 키워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소비자들에게 우리 제품, 우리 브랜드 이야기가 퍼질 수 있도록 잠재고객 검색환경을 최적화하는 일. 쉽게 말해 우리 제품과 관련성이 높은 키워드를 중심으로 상위 노출 작업에 성공해야 하는 일이다.



솔직히 취업준비를 할 때만 해도 'SEO? 검색엔진최적화? 뭔가 분석하는 건가? 뭔가 멋있다.'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실행사와 클라이언트 사이에서 일을 해보니 SEO는 그냥 '작업' 이라는걸 알게 됐고 콘텐츠 양치기를 조금 더 열심히 잘하는 브랜드가 상위 노출에서 승리하는 구조였다. 그리고 열심히 잘하는 방법은 별다른 스킬이나 분석방법이 필요한 건 아니었다.



1차적으로 상위 노출 실행사는 수시로 바뀌는 네이버 로직을 파악하는데 힘을 쏟는다. 이를 대행사와 공유하고, 이걸 다시 브랜드 측에 전달하면 수많은 논의 끝에 (실행사가 파악한 허무맹랑한) 로직에 기반한 가이드가 완성된다. 근데 또 실행사 측에서 이야기하는 네이버 로직이라는 개념을 따라가다 보면 경쟁률 높은 키워드에서 우리 콘텐츠가 노출 되는 경우가 있으니까.. 이걸 마냥 허무맹랑하다고 여길 수만은 없지 않나 싶다 ^^;;



마침 며칠 전에도 실행사로부터 네이버 로직이 변경됐다는 소식을 공유받았다. 이 소식을 공유받자마자 ‘아.. 네이버는 절대 구글이 될 수 없는게 맞구나..’ 하는 확신을 가지고 이런 글을 쓰게 됐다.



아니,

네이버는 왜 누구나 파악할 수 있는 로직을 짜는거지?

내로라하는 개발자들이 대부분 네이버에 있는거 아닌가?

몰라서 못하는걸까 알면서 안 하는 걸까?



자꾸 네이버를 원망하게 됐다. 그냥 내가 하고 있는 일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깔려있는 것도 맞는데, 진심으로 네이버가 만드는 로직이 이해안가는 것도 사실이다. 광고성, 홍보성 게시글은 최소화하고 진짜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쓴 게시글이 상위에 노출되도록 로직을 짠다는거.. 이게 말처럼 쉬운게 아닌건가? 많이 어려운 개발인가? 개발 환경이 진심으로 궁금해졌다. 아니면 이 또한 개발자 능력의 문제이기보다는 뭔가 더 나은 서비스로 나아갈 수 없는 네이버 조직의 고질적인 문제가 존재하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든다. 문제를 충분히 인지하고 이에 대한 액션 플랜도 가지고 있지만, 너무 이것저것 벌여놓은 사업이 많아서 검색 서비스 개선은 잠시 뒤로 미루어둔, 그런거 말이다.



그래서 오늘의 결론은



.

.

.



맞다. 네이버가 구글이 될 수 없다고 말했지만,

지금  순간

누구보다 네이버가 구글처럼 되기를 간절히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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