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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백꾸 Mar 14. 2021

콘텐츠 기획, 아이데이션 (잘)하는 방법

사실 매번 어렵다.

한 달에 한 번? 콘텐츠 기획 업무가 주어진다. 아직 5개월 차 신입이라 팀장님의 오퍼가 있을 때만 (내가 하고 싶은) 기획 업무를 할 수 있다. 최근에 주어진 과제는 신규 브랜드 SNS 피드에 올라가는 콘텐츠 기획.



처음엔 막막했다. 사실 평소에는 체험단 운영 + 협력사 커뮤니케이션 + 광고주 보고 등 단순 노가다 성격의 업무를 데일리로 진행하다보니, AE로서 뿌듯하고 성취감을 느낄 순간이 극히 적었다. 설상가상 최근에는 광고주의 새로운 보고서 요청까지 겹쳐서 마음도 몸도 지칠 때로 지쳐있었다. 이러한 업무환경에 치를 떨며 콘텐츠 마케터 or 카피라이터 직무로 꼭 이직하리라 다짐하며 하루하루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막상 회사에서 '너 하고 싶은거 해봐’ 하고 기회를 주니까 너무 어렵고 막막한거다. 내가 너무 쉽게 생각했던구나 하며 지난날은 잠깐 반성해볼 수 있었다. 그래도 얼른 현실로 돌아와, 어쨌든 내가 그토록 하고 싶었던 거니까 이번에 무조건 잘해야 다음에도 이런 일을 시켜줄거라는 마음으로 독기를 품고 임했다.



적어도 회사 동료들 중 그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기획안을 보여주는게 1차 목표였다. 그래서 다른 분들은 어떻게 결과물을 내고 계시지? 를 파악하는게 중요했고 발행된 콘텐츠 중심으로 살펴보니 (내 기준에서는) 이미 있는걸 베리하는 단순한 느낌이 대부분이었다. 흔하게 볼 수 있는 카피, 구성, 폰트위치, 색감 이었다. 기획안은 보지 못했지만 이건 분명 디자이너 역량 80% 이상의 결과물이었다.



나는 여기서 답을 얻었다. 레퍼런스를 최소한으로 참고하자는 것. 제대로 할게 아니라면 안하는게 낫다고 생각했고 최대한 내 머릿속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아이디어를 축으로 기획안을 움직이고 싶었다. 그래서 이번 것도 준비기간의 반 이상은 ‘시작’ 하는 데에 힘을 쏟은 것 같다.



그렇게 이틀 밤낮을 꼬막 고민하면서 '이거다' 싶은 아이디어를 다행히 생각해냈고 정말 시작이 반이었다. 큰 틀이 정해지자 의외로 PPT 장표를 채우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기획의도, 이미지 구현 계획, 실제 시안 등 최대한 나만의 색깔로 채워 넣었고 약 이틀 동안 야근을 하면서도 일의 즐거움이 따라왔다. 진짜다. 절대적인 업무량이 많아서 야근을 할 때는 화장실 갈때마다 울고 싶었는데, 기획은 달랐다. 생각하고 고민하는 시간은 매우 희열감 있었고 카피, 소재에 대한 아이디어를 발견할 때마다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 듯한 느낌이 들어 업무의 효율도 높아졌다.



그렇게 지난주에 최종안을 제출해놓은 상태인데 중요한 건 피드백이 어떻든 지금 나의 마음이 매우 자신 있다는 것이다. 팀장님이 오퍼 주신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인데.. 다시 해오라는 말을 듣게 된다면 험난한 self feedback 과정이 필요하겠다 싶기도 하다 ^^;;



그래서 오늘은 나름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며 체득한 좋은 노하우를 적어볼까 한다. 고작 5개월차 신입사원의 경험으로 얻은 노하우이지만 이게 또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말이다.



아이데이션

(잘) 하는 방법?



1. 시간은 무조건 쪼갠다.



아이디어가 0일 때는 무조건 시간을 쪼개서 고민한다. 크리에이티브라는 건 엉덩이 붙이고 아무리 오랜 시간을 고민한다고 해서 자석처럼 오는 게 아니더라. 오히려 나는 출근길 지하철에 붙은 광고판 or 신촌 오거리를 걸으면서 수많은 삐까뻔쩍한 간판 or 팟캐스트 들으면서 생각의 꼬리를 물며 고민하는 순간. 이런 사소하고 짧은 일상 속에서 영감을 많이 얻는다. 사무실 의자에 앉아서? 절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없겠더라- 물론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그냥 혹시라도 사무실에서 머리를 싸매고 고민 중이라면 한 번쯤 밖으로 나가보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한강 산책이든 따릉이든 경치 좋은 루프탑이든 감성카페든 그냥 평범한 일상을 보내다가 눈에 들어오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걸 나의 기획안 구조물과 연관시켜 생각해보는 것이다!



2. 구글링의 힘



최대한 다양한 단어를 구글에 검색해본다. 이게 무슨 당연하고 뻔한 소리야? 싶겠지만 레퍼런스를 찾기에 구글만큼 좋은 검색엔진이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검색하는 요령이 있는 건 맞다. 가령 이번에 나는 핸드크림 제품으로 콘텐츠를 만들어야 했는데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방향성이 '사물 활용'이었다. 실제로 해보면 무슨 말인지 안다. 구글에 '사물 활용' 을 검색하면 의외로 창의적인 이미지 / 광고스러운 콘텐츠 사례들이 많이 나오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스크롤을 쭉 내리면서 내 입맛에 맞는 사진들을 pick 하면 되는 것. 이미 세상에 선보여진 훌륭한 레퍼런스는 정말 다양하며 저마다 느끼는 감정 또한 다를 것이다. 음악인들이 뮤즈를 만나듯 요런 이미지를 보면서 영감을 얻고 나의 크리에이티브로 재해석하면 된다. 검색해볼 단어 또한 계속 확장해나가는게 중요한데, 나는 ‘사물활용광고' '착시광고' '사물착시광고' '사물광고' 등 이런걸 검색해보면 좋은 레퍼런스가 있을 것 같은데? 요령 아닌 요령도 체득할 수 있었다. 물론 같은 이미지라도 AE 역량에 따라 이걸 인사이트로 받을 수 있는가? 없는가? 의 차이는 있을 것이다. 경험치가 높은 사람이라면 첫 장에서 바로 아이디어가 탁! 하고 떠올라 구체화 작업으로 이어나갈 수도 있겠지만, 초보 마케터라면 수백 개의 레퍼런스를 봐도 정답을 모를 수도 있다. 이 과정을 계속하면서 마케팅 역량 중 하나인 '기획' 단계의 힘을 기르는 것 같기도 하다 ^^



3. 기획의도 되짚기



스스로에게 방향성을 되짚어줄 수 있는 중요한 시간이다. 중간중간 내가 잘하고 있나? 동료에게 물어볼 수 없는 구조이기에, 나는 디자인 시안을 만들면서도 혹시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해치지는 않을까? 기존 컨셉이랑 너무 다른가? 팀장님이 의도하신게 이게 맞나? 를 늘 점검한다. 그 방법은 어렵지 않다. 가장 쉬운 방법은 브랜드 페이지에 들어가서 톤앤매너를 쭉 한번 살펴보는 것이다. 혹은 상세페이지를 쭉 읽어보면서 일관성 있는 메세지를 담고 있는지 점검하거나 팀장님이 오퍼 주셨던 카톡내용을 보고 또 보면서 방향성이 맞는지 점검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이 과정이 중요한 이유는 단 하나.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할 것 같은데’ 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획을 잘하는 방법에 대해, 이번에 느낀게 하나 있다. 바로, 평소에 마케팅적 사고에 대한 시간투자는 디폴트라는 것. 그리고 진짜 오퍼가 떨어졌을 때 똥줄타는 고민의 시간은 무조건! 필요하다는 것이다. 순간에는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서 초조하기도 하고 도무지 답이 나오지 않아 심장이 빨리 뛰고 그럴 수 있다. 나또한 이번에 그랬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에서 AE는 무한정 성장해나간다는 걸 체감했고 내가 목말라했던 것 또한 '성장' 이었음을 알게되어 앞으로 더 열심히 발전해나가야 겠다는 다짐을 할 수 있었다. 오랜만에 일하면서 행복했다.



이번주도 밤 10시가 넘어 사무실을 나온 날이 3일이나 된다. 꾸역꾸역 택시를 타고 집에 돌아와 바로 잠드는 그런 한 주를 보냈다. 그래도 하고 싶은 일을 선택했다는건 의외로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라는걸 알기에, 야근으로 찌들며 퇴사 결심을 반복했던 나에게 '후회할건 아니었네' 라는 다행스러운 결론을 내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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