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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백꾸 Apr 24. 2021

체험단 운영, 대행사에만 의존하면 안되는 이유

저는 대행사 직원입니다만

바이럴 마케팅에서 체험단은 중요한 뒷받침 작업 중 하나이다. #작업성이든 #내돈내산이든 누군가의 후기는 구매를 결정하기 직전 단계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이걸 조금 더 장기적으로 디테일하게 운영해주는 대행사에 다니고 있는데, 그런 내가 뜬금없이 체험단 운영, 대행사에만 의존하면 안되는 이유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니.. 스스로 밥줄을 끊겠다는 심보로 보이기도 한다.



사실 이상한 심보가 맞긴 하다. 이제 고작 6개월 차 신입이지만 온라인 광고대행사 맛보기를 충분히 하고, 이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를 체감하며 그동안 내가 느낀 대행사의 문제점을 어디에라도 적어보고 싶어서 그렇다. 좋게 말하면 양심적인 고백, 나쁘게 말하면 무책임한 고발 같은 느낌으로 말이다.



체험단 운영은 필요한 작업이지만

단순히 운영만 하는건, 결코 충분하지 않다.




1. 예산 소진을 미덕으로 삼는 그놈에 의사결정



회사는 이익을 창출하는 집단이다. 그리고 대행사는 마케팅 수수료로 돈을 버는 수익구조를 가지고 있다. 물론 요즘에는 직접 제품 기획도 하고 내부 레퍼런스를 기반으로 마케팅도 잘하면서 돈 버는 대행사도 많아졌지만, 이런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마케팅 수수료만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인지 정해진 예산을 잘 소진하는 것 또한 AE에게는 중요한 역량인 것 같다. 나는 여기에 반대하는 입장인데, 그동안 인턴으로 일했던 대행사가 모두 터무니없는 근거로 예산을 유지하고 증액하는걸 봐왔기 때문이었다. 물론 타당한 근거나 인사이트를 기반으로 내린 결정이라면 비난할만한 요소가 없겠지만, 그랬다면 이런 글을 쓰고 있지도 않겠지.



대표적으로 퍼포먼스 마케팅 대행사 인턴 생활 도중 있었던 일을 꼽을 수 있다. 숫자, 데이터를 통해 소비자와 이야기하고 효율을 개선해나가는 일이라고 할 수 있는 퍼포먼스 마케팅은, 입사 초반에만 해도 이 일을 업으로 삼겠다는 포부를 가득 채워주었던 일이었다. 하지만 이런 환상은 한 달도 안되어 무너져버렸다. 가장 큰 이유는 선배들이 일하는 방식이 너무 터무니없는 의사결정의 근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인데, 가령 키워드 광고(SA+SS)를 관리함에 있어서 매월 말마다 남은 예산을 빠르게 소진하려는 목적의 업무 지시를 내렸기 때문이다.



"입찰가 효율 조정하던거 스탑하고, 오늘은 다 1위로 맞춰주세요."



이커머스 성격이 강한 브랜드였기 때문에 SA 월 예산만 해도 1억이 훌쩍 넘었던걸로 기억하는데 매월 이렇게 업무를 마무리하시니.. 예산 소진을 미덕으로 삼는 대행사에는 들어가지 않으리라 수십번 다짐했던 계기가 됐다. 그리고 지금 회사로 오게 됐는데, 다행인건 '여기는 조금 다르구나!' 라는 느낌이 조금이나마 느껴졌다는거? ^^ 수개월 동안 SNS 광고 예산이 약 2,000만 원 정도 계속 이월되고 있었는데, 팀장님이 이렇게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예산을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재 매력도가 너무 떨어져서ㅠㅠ 이걸로 2천만원을 태우자니 그냥 마음이 허락하지를 않아서요. 일단 홀딩하고 신규 소재 기획해서 제안하는 걸로 해요."



사실 신제품이었기 때문에 잘 포장해서 말했다면 충분히 광로를 돌렸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에.. 이런 팀장님의 의사결정을 보며 존경심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팀장님도 결국 4개월을 넘기진 못하시더라 ㅎ



“이제는 진짜 어쩔 수 없어요. 소재 매력도고 뭐고 계속 미룰 수만은 없으니까 일단 기존 소재로 광고 시작하고, 클라이언트한테는 제가 잘 포장해서 말할게요."



역시 대행사는 어쩔 수 없는건가- 하는 마음이 들면서 대행사가 벗어날 수 없는 수익구조의 한계점을 뼈저리게 느껴버렸다. 비슷한 맥락으로 캠페인을 그저 운영. 운영. 운영하는 것에 집착하는 분위기 속에서 나 또한 한숨쉬는 날이 많아졌다. 예산에 끌려다니며 일하다 보면 진짜 본질을 놓치게 되는 순간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체험단 운영'을 항상 제안하곤 했는데 이마저도 껍데기만 번지르르한 프로세스로 운영되었다. 예를 들어, 누가 봐도 A보다는 B를 섭외하는 게 더 효율적일 것 같은데 우리가 제안해야하는 단가를 맞출 수 없는 인원이라는 이유로 (*절대적인 팔로워 수가 적어서) 섭외하지 못하는 일이 정말 많았다. 하지만 나는 이런게 최선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절대적인 팔로워 수가 중요한건 맞지만 그 외에 업로드주기, 댓글반응 등 복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지표들이 얼마나 많은데...! 가짜가 아닌 진짜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을 가려내는건 사실 그렇게 어려운게 아닌데, 왜 이렇게 단가에 집착하는지 이해가 안갔다.



이렇게 스스로도 이해가지 않는 일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는데, 결국 이게 터진 결정적인 날이 있다. 바로 우리회사 제품 마케팅 회의에서 이런 오더를 내리셨기 때문이다.



"그냥 팔로워 많은 애들 말고, 그동안 클라이언트한테 제안 못했던 사람들로 리스트업해주세요. 추종자가 진짜 있는 사람들한테 협찬하면 좋을 것 같아요"



아, 다들 알면서 안한거구나- 그리고 어쩌면 브랜드와 대행사의 업무적 한계는 우리(*대행사) 스스로 만들어낸 부끄러운 결과물이라는 것도 인정하게 됐다. 대행사에서 브랜드로 이직을 그렇게 많이 하는데, 이 문제가 적절하게 해결된다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대행사의 마인드셋 변화가 선행되어야함을 깨달았다.



2. 운영 인사이트를 공유하지 않는다.



담당 AE가 정말 몰라서 인사이트를 공유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내가 여기서 이야기하고 싶은건 알면서 공유하지 않는 경우이다. '예산은 그대로인데 시간, 공수가 많이 드니까' 라는 이유로 클라이언트한테 굳이 공유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도 너무 많다. 대개 이러한 경우는 클라이언트 측에 공유를 하지 않아도 크게 문제될건 없어서 미루는 것 같아보였다. 눈 앞에 쌓인 보고서, 데일리 업무만 해도 하루 8시간이 넘나 모자라다보니.. ^^ 미룰 수밖에 없는 그 마음도 이해안가는건 아니었지만, 의견을 이야기한 사람한테도 하지 말라고 하니.. 진짜 이것만큼 멘탈 으스러지는 경우가 없더라. 하루는 이런 일이 있었다. 네이버 검색환경이 바뀌면서 인플루언서 섭외 기준에도 개편이 필요하다 느꼈던 나는 ***도 같이 보면서 섭외를 하면 좋을 것 같다. 라고 의견을 공유했다. 하지만 선배의 대답은?



"ㅇㅇ님 말이 맞긴 한데, 우리가 공수를 더 들여가면서 섭외를 해야하는거잖아요. 일단 클라이언트가 별 말 없으니까 원래 하던대로 해주세요"



나는 스스로 평균 이상의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근데 정말 핑계가 아니라.. 이런 반응들이 누적되다보니 나 스스로도 누굴 위해 디테일을 챙기는건가? 누가 알아주지? 하는 한탄만 늘어갔다. 그리고 바보가 아닌 클라이언트는 내가 선배에게 요청했던 그 ★공수★를 해달라고 말하는 상황이 왔고, 비슷한 맥락이 되풀이되니 이러다가 사명감은 개나 줘버리겠구나 싶었다. 대행사가 미덕으로 삼는 '비딩 따기' '캠페인 예산 증액' 에 공감하지 못했고, 그저 공수가 많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항상 NO 를 외치는 선배 그리고 회사의 모습이 싫었다. 선배와 회사를 설득하는 일은 보통 일이 아니었고, 부끄럽게도 나는 이 장벽을 깨지 못하고 도망쳤는지도 모른다.



사실 이건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냥 원래 회사가 생겨먹기를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 헛똑똑한 일을 하는 곳이기 때문인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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