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노답퓨쳐에 동조하고 있던 나
나는 지금 사회적 기업에서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사회적 기업에서 일하기 시작하며, 노답퓨처에 동조하고 있던 지난날의 나를 많이 되돌아보게 된다. 노답퓨쳐라고 하면 다양한 의미로 해석해볼 수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환경에 대한 나의 노답 습관들을 많이 깨닫는다.
그동안 환경 문제에 대한 나의 입장은 이렇게 정리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요즘 워낙 다양한 매체에서 환경문제를 거론하며 경각심을 일깨우는 추세이다보니, 문제에 대한 인지는 되는 상태였다. 하지만 충분한 인지 대비 스스로 어떤 노력이나 실천을 해본 적은 없는 상태였다. 쉽게 생각해볼 수 있는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 사용] 이라는 실천 조차도 사실 나에겐 어려웠다. 아니 솔직히 귀찮았다. 순간 편한걸 포기할 수 없다보니 아침에는 꼭 테이크아웃 전문점에서 커피를 사서 출근하는 그런 유형의 패턴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나마 환경을 위해 노력한게 있다면 분리수거 할 때 비닐이랑 투명 플라스틱을 잘 구분해서 버렸다는거?
이런 모습을 평범하다 표현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모쪼록 환경문제에 대해 평범한 입장을 취하던 내가, 친환경 신발을 만드는 사회적 기업에서 일하기 시작하며 정말 많은 변화를 경험하고 나 스스로도 많이 바뀌게 되는 계기가 생긴 느낌이다. 이 모든게 지구를 위한 일이라고 곱씹다보면 결국 좋은 의미를 가진 일이라 여겨져서 그런지, 예전에는 귀찮다고 느끼던 것들도 전혀 수고스럽지 않다. 그걸 뛰어넘는 가치, 의미 있는 실천이라 그런 것 같다.
사실 환경에 대한 개개인의 실천은 아직도 갈 길이 멀고 나조차도 100% 습관을 들이려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긴 하다. 다만 이렇게 친환경 소비에 대한 사소한 변화가 개인적으로는 조금 감격스럽기도 해서, 짧은 시간에도 생각해볼 수 있는 실천들을 공유해보고 싶어 이렇게 글을 적게됐다.
첫 출근날 텀블러를 따로 챙겨오지 않았어서 회사에서 빌려서 썼던 기억이 있다. 근데 이건 단순히 우리 직원들만 사용하는 것을 넘어서서 외부 손님분들을 응대할 때도 정말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커피나 차를 대접할때 텀블러를 빌려주면, 그들 중 누군가는 우리가 사회적 기업으로서 '진짜' 실천하고 있다는 디테일을 알아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건 단순히 보여주기를 넘어서, 언젠가 누군가에게는 좋은 귀감이 되는, 따라하고 싶은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라 믿는다.
시중에서 종이테이프를 쉽게 구할 수 있다는건 많이들 알고 있을 것 같다. 그런데 환경을 위해 사무용품을 '종이테이프'로 사용하는 회사는 한 번도 본적이 없다. 일반 테이프보다 조금 비싸서일 수도 있고 환경문제에 대한 공감이 그정도 디테일까지는 닿지를 않아서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아직 친환경이 '트렌드' '쿨한것' '지구를 위해 당연한 것'으로는 자리잡지 못했기 때문이겠지. 그리고 우리 회사도 사무용품에 있어서는 가치소비를 실천하고 있지 못하는 듯 하다. 제품을 패키징 하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테이프는 100% 친환경 소재를 고수하고 있었지만 사무실에는 아직 비닐 테이프가 덩그라니 놓여있기만 하다. 기회가 되면 조직문화 측면에서 작은 사무용품에서도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습관을 들여오면 좋겠다고 말씀 드리고 싶다.
그리고 조금은 다른 이야기이지만, 내부적으로 마케팅 업무를 진행하면서 마케팅 캘린더 개념을 생각 안 할 수가 없는데 사회적 기업이라서 그런지, ‘지구의 날' '환경의 날' 에 대한 커뮤니케이션 기획을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마케팅 대행사에서 일할 때는 마케팅 캘린더라고 하면 ‘벚꽃 개화시기' '가정의달 할인 이벤트' ‘만우절’ 등 자극적인 프로모션을 챙기기에 바빴는데, 사회적 기업은 이런 부분에서도 다르게 일하고 있구나. 매출을 떠나서 의미를 챙길 수 있는 일이라고 느껴졌다.
그동안 나도 모르는 사이에 노답퓨처에 동참하고 있던 지난날이 부끄러워지기도 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환경을 생각하지 못했던 지난날이 무색할정도로 '친환경’ 에 대한 인식이 마음 속에 자리잡아 스스로 실천하고 있다는게 대견스럽기도 하다. 매일매일 실천중인 [텀블러에 커피 마시기] 는 어쩌면 지구를 위한 아주 작은 실천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조차도 아직은 사람들의 인식 속에 자리잡지는 못한 것 같아 나에겐 정말 뿌듯한 변화 중 하나다. 이렇게 한 명 한 명, 환경을 생각하는 습관에 눈을 뜨면서 공동의 (기후, 환경) 목표는 점점 단단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누군가의 작은 습관은 그 주변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고 자연스럽게 선순환 구조는 그려진다. 그리고 그 처음의 한 명 = 바로 나의 변화가 제일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