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에너지의 심장부였던 강원도 영월. 석탄산업의 찬란했던 시절과 그 이면의 이야기를 오늘날 그들은 어떻게 기억하고 보존해야 할까.
영월 관광센터 2층 전시장에 마련된 '기록의 힘, 광산' 특별전은 한국 석탄산업 100년의 역사를 한눈에 담아낸다. 영월 탄광의 개광부터 폐광까지, 대한민국 근대화의 숨은 주역들의 발자취가 희귀한 사진과 문헌 자료를 통해 생생하게 재현된다.
영월 문화관광재단이 주관하는 특별전은 지난달 11월 1일에 시작해서 내년 2월 말까지 영월관광센터 2층 전시장에서 열린다. 영월 문화관광센터는 청령포 근처에 있다.
탄광 개발은 1920년대 북한 지역에서 시작되었다. 한반도 남쪽에서는 1926년 문경 탄광이 개광했고, 강원도에서는 1935년 영월 탄광을 시작으로 남한 최대 탄광인 삼척 탄광이 차례로 문을 열었다
영월 탄전은 1929년 조선총독부의 시추 조사로 광상이 드러났고, 1935년 영월 정양리에 화력발전소를 건립하면서 발전용 무연탄 공급 기지로 영월 탄광을 개광하게 되었다. 조선전력주식회사가 탄광의 설립 주체인 이유다.
영월은 과거 석탄 산업의 역사를 기념하고, 이제는 '기억과 기록'으로 남아있는 석탄산업의 유산을 보존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영월의 탄광 역사는 단순한 산업사가 아니다. 국가 에너지 정책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던 이 지역의 이야기는 우리의 근대화 과정을 대변한다. 전시회는 단순한 과거의 기록을 넘어 우리의 근대화 여정을 성찰하게 만드는 창구가 된다.
영월은 이제 '석탄광산'에서 '문화광산'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광산산업의 몰락으로 인한 인구 감소와 경제 침체라는 도전을 문화의 힘으로 극복하고 있다. '어두운 석탄광산에서 빛나는 문화광산으로'라는 도전적인 정책 브랜드는 단순한 슬로건을 넘어 실제 도시 재생의 청사진이 되고 있다. ( 한국공공브랜드 정책브랜드 부문에서 영월문화재단 문화도시센터가 창안한 '어두운 석탄광산에서 빛나는 문화광산으로'가 정책브랜드 대상을 차지했다.)
[광부들의 기록되지 않은 서사]
우리는 이제 광부들의 땀과 투혼, 그들의 희망과 고단함을 기억해야 한다. 그들의 이야기야말로 대한민국 근대화의 진정한 서사이기 때문이다.
역사는 종이와 먹물로만 쓰이지 않는다. 때로는 주름진 손등의 흉터, 때로는 입에서 흘러나오는 구술로 쓰인다.
산업사는 대부분 엘리트의 시각에서 기록된다. 실제 노동의 현장, 땀과 고통은 이런 문서에서 가려진다. 그러나 진실한 역사는 개인의 경험에 녹아있다. 이들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것은 단순히 과거를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노동의 가치와 인간의 존엄성을 재조명하는 작업이다.
구술 기록의 한계는 분명하다. 학술 포럼에서 어느 발표자의 지적처럼 '구술은 사람의 기억이 갈수록 자기 나름대로 축소시키고 확대해 가면서 왜곡이 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기억의 왜곡'은 오히려 구술의 매력이자 가치다. 기억은 살아있는 유기체와 같다. 축소되고, 확대되고, 재해석된다. 이 과정 자체가 인간 경험의 본질이다.
구술 기록은 단순 필기를 넘어 맥락과 감정을 함께 담아야 한다. 비언어적 표현, 침묵, 눈빛까지 포착하며, 여러 광부의 증언을 비교하고 다른 자료와 대조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기록자의 주관성을 최소화하고 광부의 목소리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이다.
시간은 기억의 적이다. 고령의 광부들이 간직한 갱도와 선탄장, 막장에서의 석탄 먼지 묻은 기억들이 점점 희미해져 가고 있다.
기록하지 않으면 망각은 영원해진다. 지금 이 순간, 우리의 귀와 펜을 열어야 할 때다. 광부들의 구술 기록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