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29페이지
관아재고 觀我齋稿'는 조선 후기의 문신 조영석趙榮祏 (1686, 숙종 12~1761, 영조 37 )의 시詩·서序·기記·제발題跋 등을 수록한 시문집입니다. 책에는 18세기 한국의 시·서·화의 발전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저자 조영석은 물론 정선·이병연 등에 관한 기록들이 있습니다. 1984년에 필사본 2 책을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영인했습니다.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원문 이미지를 제공했습니다.
번역 습작입니다.
중선암[1] 中仙巖
번다한 속세 티끌 미치지 않는 이 별천지, 시냇물이 밤낮으로 다투며 요란하네.
입구에 들어서니 상쾌하고 날아오는 물보라 급한데, 숲 사이로는 무수한 백룡白龍[2]이 뒤척인다.
세 번 열린 절경[3]엔 모두 기이한 바위요, 열 번을 건너도 맑은 물의 근원은 하나다.
그저 마음 가는 대로 걸으니, 정신 고요해진 곳 도리어 말을 잊었도다.
[1] 단양 8경의 하나
[2] 폭포를 은유
[3]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
수일암守一菴[1]의 새벽
맑은 가을 평수平峀 [2](제천 관아)에서 온 나그네, 사흘째 암자 지키는 승려가 되었네.
베게 기대니 선석[3] 곁에 있고, 책을 펼치니 불등佛燈이 밝혀준다.
서리맞은 벌레 소리에 꿈결마저 싸늘한데, 구름과 물이 마음을 맑게 씻어주네.
비 그친 새벽에 일어나 바라보니, 앞산엔 아득한 기운이 자욱하구나.
[1] 단양 상선암에 있는 암자
[2] 원문 25 페이지에 제천 관아 누각을 평수당이라고 이름 지은 배경 설명 (名曰平峀堂)
[3] 禪榻: 참선(參禪) 할 때에 앉는 의자
배 위에서 즉흥으로 읊다
삼신산(三島[1]) 찾아 찬 바람 타고 가는데, 행장이 쓸쓸하지만 술병은 실려 있다.
배는 종일토록 푸른 가을 물을 가르고, 온 강에 시흥詩興 넘치고 새벽 산은 푸르다.
나는 엽현葉縣[2] 신선처럼 가벼운 신 신었고, 손님은 신선 안기安期[3]같아 학의 풍모로다.
푸른 강가에서 세상 비웃으며[4] 함께 희롱하니, 하늘 가득 안갯속 취해도 다시 깨네.
[1] 중국 전설의 삼신산(봉래/방장/영주) 신선의 세계를 상징.
[2] 중국의 지명. 은둔적 삶의 상징.
[3] 신선 안기생(安期生). 학을 타고 하늘을 날았다는 전설.
[4] 소오 笑傲: 세속을 초월한 자유로운 태도, 출전: 陶淵明의 笑傲天地間 (천지 사이에서 웃으며 거만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