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줍은 고백

by Min

수줍게 고백해보자면, 나는 나의 지난 30대가 참 좋다.


나의 지난 시간을 아는 지인들이 들으면 미쳤다 할테지. 하지만 나의 미친 짓은 20대 후반에 이미 저질렀고 30대는 그 여파를 감내해온 시간이니, 그런 나의 30대를 ‘미쳤다’로 갈무리함은 옳지 않다 할 수 있겠다.


40대를 앞두고 있는 나는 과연 뜻을 세웠을까. 30대는 이립(而立)이라던데, 옛 선인(先人)들의 기준을 가져와 대입하자니 현인(現人)은 그저 겸손해진다. 뜻을 세운다는 것은 무엇일까. 이런 질문 앞에 “내가 좋아하는건 역시 와인이야”와 같은 깨달음은 역시 좀 송구스럽겠지. 무언가 일생을 걸고 투구할 만한 삶의 지향점 같은 답이 나와야 할 것 같지만, 그럼 더 겸손해질 수 밖에.


‘요즘 것들은 철이 없다’ 라고 한다. 이에 나는 49% 정도 동의하지만, 동시에 51% 정도로 거세게 반발한다. ‘요즘 것’에 대비되는 ‘이전 것’은 언제를 뜻하는지 모르겠지만, 이보쇼 상황이 제법 달라졌잖수. 평균 사회 진입 연령, 평균 초혼 연령, 물가 상승률, 부동산 상승률, 환율, 출생률, 평균 질환 수, 인지하고 있는 세상의 넓이와 삶의 양태 등등 열거하자면 끝도 없다. 매일같이 국제적 이벤트가 터지며 ‘요즘 것’의 기준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되는 세상인지라 ‘이전 것’이 느낄 당혹스러움도 십분 이해가 된다. 남의 일처럼 얘기했지만 사실 나도 이제는 빼도 박도 못하게 그 ‘이전 것’ 카테고리의 1인이니까. 그러고 보면 참 애매한 시기다. 앞서 간 진짜 어른들한테는 ‘요즘 것’이라 불리고, 진짜 ‘요즘 것’들에게는 “꼰대가 그럼 그렇지…” 라며 흘김을 당하니 말이다. 참 억울하다. 난 아직도 새콤달콤 쪽쪽 빨면서 맛있당! 하는 그 시절 그대로 인데.


이 시대의 많은 이립 후반들이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내던져지듯 사회에 나와 어떻게든 제 자리 찾아보려 아등바등하다 보니 어느새 30대가 저물어버린 시대의 건아(健兒)들. 그렇다고 대놓고 “넌 뜻을 바로 세웠니?” 라고 물어본다면 왠지 모를 죄스러움이 차오르는 시대의 죄인들. 내가 바로 그 대열의 선봉장이라 그런지, 같은 30대 후반에 대한 진한 안타까움과 애틋함이 든다.


그럼에도 이 선봉장은 긍정하기로 했다. 지나온 오만 삽질과 시행착오, 빡침과 갈등 끝에 담금질 된 나름의 작품이 지금의 나니까. 여전히 한 치 앞이 안보이는 안개 속을 허우적대고 있지만, 적어도 그 안개가 어디에 얼마나 끼어있는 건지 정도는 알았으니까. 비로소 나를 둘러싼 정세와 내 안에 움트고 있던 자기로움의 결을 제법 인지하고, 판단하고, 실행할 수 있을 만큼은 무르익었으니까. 그렇게 먼 길을 돌고 돌아 지금에 이른 내가, 꽤나 마음에 드니까. 이 또한 연민일까 문득 돌아보지만 뭐 그럼 또 어떠리. 내가 나를 긍정한다는 게 중한거겠지.


나의 40대는 어떠려나. 40대는 불혹(不惑)이라는데 정말 흔들림이 없으려나. 물론 아닐거라는걸 안다. 마치 나의 스물과 서른의 경계가 숫자를 제외한 모든 것이 상수였듯이 말이다.


역시 수줍은 고백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의 지난 30대가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