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위 좀 살려주세요

한의사가 말했다. 위가 작네요.

by 엄달꼬달

“아, 또 배가 아프다. 젠장”

어제 점심에 먹은 음식은 돌솥비빔밥과 산적 조금 이었다. 아니면, 점심 식사 후 먹은 얼음이 들어간 자몽에이드가 문제였나? 아니면, 어제 다녀온 한의원 의사에게 맞는 침이 잘못된 것일까? 한의사는 진맥을 시작하면서 나에게 체기가 있다고 했다. 한의사 탓을 하고 싶지만, 어디서부터 잘못 먹었는지 모를 음식이 문제일 터.

언니는 요즘 기운이 달린다며, 무당처럼 용하다는 한의원을 찾아냈다고 함께 가자고 했다. 나에게도 진료를 받으라고 권유했지만, 선뜻 내키지 않았다. 집에도 다 먹지 못한 한약들이 쌓여있기 때문이다.


언니와 병원만 같이 가주기로 하고 집을 나섰다. 병원에 도착하고, 언니의 진료 차례가 되었다. 진료실에 같이 들어가자는 언니의 손짓에 의사가 얼마나 잘 보는지 궁금하기도 해 진료실에 따라 들어갔다.


언니의 손목에 손끝을 살짝 올려놓은 의사는 언니가 아픈 곳을 줄줄이 읊기 시작했다. 이것저것 꼼꼼하게 이야기해주는 한의사에 혹한 나는 팔랑귀가 되어 진료 접수를 했다.


“어디가 안 좋으세요?”

“소화가 잘 안 돼요.”


한의사는 소화가 잘 안 된 지 오래되지 않았냐며, 주의해야 할 사항들을 늘어놓았다.

“잘 아시겠지만, 밥 위주로 식사하셔야 합니다. 자극적인 음식 안되고, 가루로 만들어진 음식 안됩니다. 소식해야 합니다. 남들보다 위가 작아요. 조금 먹는다고 남들이 뭐라고 하던 신경 쓰지 마시고 조금씩 나눠 드시는 게 좋아요. 절대 살찔 걱정 없는 체질이네요”


“위가 작다고요?”

나는 여태껏 소화가 잘 안 되는 문제에만 집중해 왔다. 지속된 소화불량을 겪고 나면 못 먹었던 음식들을 먹고 싶어 과식이 반복되고 있었다. 과식이라고 해봐야 평소 먹는 양보다 조금 더 먹을 뿐 다른 사람들의 양이 비하면 많은 양도 아닐 텐데.


‘과식이 문제일까? 도대체 어디부터 잘 못 된 것일까?’

조금 먹는 것에 대해 남들이 뭐라 하던 신경 쓰지 말라는 의사의 말이 가슴에 콕 박혔다. 평소에는 남들처럼 밥 한 공기 정도는 먹는 편이지만, 소화불량이 지속되면서 밥을 양껏 많이 먹지 못한 날들이 많았다. 내 속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왜 이렇게 밥을 적게 먹냐며, 그렇게 먹으니 살이 안 찐다는 말을 쉽게 던졌다. 먹고 싶은데 못 먹는 내 속을 알리 없었다.


한약을 먹는 도중에도 소화불량에 걸려 버린 경우가 여러 번이라 한약은 이제 그만 먹겠다고 다짐했건만, 한의사의 말에 홀려 한약을 먹기로 하고 침을 맞기 위해 침대에 누웠다. 이 한의사라면 내 위를 살려낼 수 있을까? 확신은 없지만, 또 믿기로 했다.


한의사는 침을 놓으며

“조금 아플 거예요. 잘 참네요. 침 많이 맞아 보셨나 봐요.”

“아니요. 아파요. 아파요.”


애처럼 보일까 참고 있던 엄살을 쏟아냈다. 한의원을 처음 온 것도 아니고, 침을 처음 맞는 것도 아니었다. 이렇게 온몸에 침을 꽂고, 침대에 누워 있으면 전쟁터에 나가 총알받이 하고 돌아온 패잔병이 된 기분이 들었다.


너무 아파 팔다리는 경직되고, 가느다란 침에 찔린 건 팔과 다리가 아닌 나의 마음이 되는 기분이다.

침을 맞고 꼼짝하지 못하고 있는 나의 신세.


이 아픔이 헛되지 않길 기대해 보지만, 아무리 양약을 먹어도, 한약을 먹어도 소화불량은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하고 있다.

침을 놓고 십여분이 흐른 후 한의사는 다시 와 진맥을 했다.

“위가 진짜 안 움직이네요.”


나는 속으로 소리쳤다. ‘내 위 좀 살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