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사람의 만성질환

끝나지 않는 소화불량

by 엄달꼬달

언제부터였을까? 배가 자주 아프기 시작한 게....


직장생활을 시작한 무렵, 더위가 시작된 초여름이었다. 점심으로 냉면을 먹은 후, 얼음이 가득한 시원한 음료를 벌컥벌컥 마셨다. 오후가 되니 배가 꾸물꾸물 심상치 않았다. 저녁부터 설사가 시작되었고, 다음 날 병원에 가니 장염이라고 했다.


그렇게 1년에 한 번 정도 잊을만하면 장염이 찾아왔다. 그래, 이 정도는 괜찮았다. 누구나 장염 정도는 한번 걸리니까.


직장생활 5년 차가 넘어가면서 특별한 원인 없는 배아픔은 계속되었다. 특별히 먹은 것도 없는 거 같은데 복통과 설사를 동반했다.


“어제 먹은 라면이 문제인가? 어제 먹은 빵이 문제인가?” 배아픔이 시작되기 전 먹은 음식들의 탐문수사가 시작된다.

물론 밀가루나 매운 음식, 찬 음식 등 자극적인 음식이 있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매번 배가 뒤집어질 정도는 아니었다. 평소 식습관도 또한 과식을 많이 하거나, 자극적인 음식을 즐기지도 않았다. 특별한 잘못도 없는 거 같은데 억울했다.


배가 아플 때 살짝 배 뚜껑을 열어 어디가 문제인지 확인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엉뚱한 상상을 하기도 했다.

과민성 장증후군 : 기질적은 원인 없이 배변 양상의 변화와 동반된 복통이나 복부 편감을 특징으로 하는 기능성 위장 질환
(출처:다음 백과사전)


출산과 육아로 잠잠했던 소화불량은 육아 휴직이 끝나고 복직을 하면서 다시 시작되었다. 내 소화기관들은 작은 스트레스에도 초민감성을 들어내며, 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출산과 육아로 체력은 더 고갈되었고,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 타고난 체질이 맞물려 병원 약 끊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일 년에 한 번 찾던 병원은 일 년에 서너 번을 찾아가게 되었고, 한 달에 한번 꼴로 병원을 찾아가다, 한 달을 못 채우고 또 병원을 가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다.

기능성 위장장애 : 특별한 원인 없이 소화불량, 쏙 쓰림, 더부룩함, 구토, 부글거림 등 여러 가지 위장 증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되는 만성 질환 (출처:다음 백과사전)


최근 평소와 다른 복통과 더부룩함을 느꼈다. 약을 먹어도 3~4일이 지나도 뱃속은 편해지지 않았다. 너무 자주 병원을 찾아오는 나에게 의사는 위내시경을 권했다. 겁이 많아 아직 한 번도 검사를 받아 본 적 없었다. 결국 미루고 미루던 검사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의사는 금방 끝난다며 잠깐 자고 일어나면 된다고 했지만, 나는 무서웠다. ‘저 별일 없겠죠?’라는 눈빛을 의사에게 조심히 보냈다.


내시경이 끝나고 의사는 위 안에서 발견한 용종 2개와 위액이 과다 분비된 사진을 보여주었다.


“ 걱정하실 거는 없어요. 이 용종들은 암은 아니고, 조직검사 결과 나오면 따로 전화드리겠습니다. 일단 문제는 빈혈입니다. 소화가 안돼서 못 먹는 건데, 먹지 못하니 빈혈이 생기고, 빈혈이 있으니 소화가 안되고, 악순환의 반복이네요. 링거로 철분제 맞고 가세요”


‘아무리 암이 아니라도 용종을 2개나 떼었는데 걱정하지 말라니.’


내시경을 하고, 용종도 2개나 떼어 냈으니 괜찮아질 줄 알았다. 그러나 나의 소화불량은 계속되고 있다.


요즘은 의사도 ‘이제 그만 올 때 된 거 같은데’라고, 눈빛을 보내는 것만 같아 병원 가기도 눈치가 보인다.


하지만 내 속을 가장 먼저 보여준, 내 소화기관에 대해 제일 잘 아는 의사라 자꾸 찾아가게 된다.

“선생님, 저 또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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