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다는 소중한 일

잃어버린 먹는 즐거움

by 엄달꼬달

속이 더부룩하고, 배꼽 주변으로 살짝 찌르는 복통이 찾아오면 일단 한 끼 정도는 굶어야 한다. 속을 비우는 게 최선이다. 하지만 찾아오는 배고픔을 참기 힘들다.(여기서 더 굶으면 쓰러질지도 모른다는)


밥 대신 죽을 먹는다. 내 인생도 죽이 되면 어떻게 하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2~3일 정도 죽을 먹고 있으면, 배 아픈 거고 뭐고, 쌀밥이 너무 간절해진다.


그렇게 며칠을 보내고, 속이 좀 진정되었다고 믿으며, 밥을 먹기 시작한다. 물론 집밥을 먹어도 정상 식단을 먹을 수는 없다.


자극적인 음식은 모두 배제된다. 찬 거, 매운 거, 기름진 거, 날 거, 밀가루 제품, 유제품 등등 소화기관에 자극을 주는 음식은 일단 미루어야 한다.


밥공기 바닥을 살짝 덮는 밥양에 된장국 조금과 간단한 집 반찬만을 가지고 밥을 먹어본다. 이렇게 먹고 나면 금방 허기가 찾아온다. 그래도 밥을 먹는다는 사실이 감사하게 느껴진다.


이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나면 그제야 쿡쿡 쑤시던 복통은 사라진다. 먹는 양을 조금씩 늘려보지만, 그래도 자극적인 음식은 최대한 자제하도록 노력한다.


배가 아프기 시작해 어느 정도 나아졌구나 느낄 무렵 뱃속은 조용해졌지만, 후유증이 찾아온다.


하나는 몸무게 감소다. 먹은 게 적으니 당연한 일이다. 며칠을 죽을 먹고, 그리고 며칠을 밥 반공기도 제대로 먹지 않는데 살이 빠지지 않을 수 없다. 몸무게는 분명 줄었겠지만 차마 체중계 위에는 올라가지 않는다. 눈으로 숫자를 확인하고 나면 마음이 아플 테니. 원래 타고난 마른 체질인 나는 여태껏 살면서 살쪄본 적이 없다. 왜 이렇게 살 빠지는 건 쉬운데, 찌는 것 어려울까?(이 대목에서 돌이 날아올지도 모르겠다.)

둘은 마음껏 먹지 못한 스트레스에 따른 우울감이다. 음식을 먹는 게 겁이 난다. 잘 먹어야 몸에 기운도 나는데, 기운이 없으니 삶에 의욕이 떨어진다. 배가 땡땡하게 먹고 찾아오는 포만감을 느끼고 싶다. ‘행복한 배부름’


식욕, 수면, 배설, 애정, 안전 등 인간의 기본 욕구들이 있다고 할 때, 개인마다 이 욕구의 크기는 모두 다를 것이다. 한 가지 욕구라도 채워지지 않으면 살면서 기본이 충실하지 못해 다른 행복감을 찾기 어려워진다.


우리의 하루를 돌아봤을 때, 수면과 배설은 하루에 한 번 정도, 애정과 안전은 지금 당장 해결해야만 하는 그런 성향은 아니다. 하지만 식욕은 다르다. 일반적인 사람들의 식습관은 하루 3번은 해야 한다. 간단한 음료나 간식을 수시로 먹는다고 할 때, 그런 행동 하나하나에 스트레스를 받고 살아야 한다면 사는 게 꽤 행복하지 못하다.(진정 경험담)


그래서 사람들이 맛집에 그리도 열광하는지 모르겠다. 식욕이라는 기본적인 욕구를 자극하며, 시각, 미각, 후각 등 모든 감각 충족은 물론, 음식을 통해 건강상식이나 재미난 썰까지 양념을 쳐서 사람들을 만족시키니 이만한 콘텐츠도 없는 것이다.


운동을 하던 한약을 먹던 소화불량이 나아지면 맛집 투어를 제대로 해야겠다. 잊어버린 먹는 즐거움을 찾아나갈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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