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기 위해 걸어야 한다.

꾸준함에 대하여

by 엄달꼬달

다시 시작된 복통, 속 답답함. 또 시작이다. 속이 다시 안 좋아지기 시작한 지, 일주일이 다 되어 간다. 자주 가는 단골 내과를 갈까 하다 귀찮은 마음에 집 근처 내과를 찾아갔다. 왠지 돌팔이 느낌이 나는 의사. 진찰도 안 하고, 내 말만 듣고 약을 처방한다. 결국 불안한 마음에 단골 내과를 또 찾아갔다.

“또 오셨네요. 이번에는 배가 어떻게 아프신가요?”

의사는 내 배를 이쪽저쪽을 찔러본다. 우거지상 내 얼굴을 보며 의사는

“걱정 마세요. 또 좋아집니다. 걷고 계시죠? 운동하셔야 해요”

이쯤 되면 내 담당 주치의나 다름없다.


병원 옆 약국을 방문하자 약사가 또 약을 타러 온 나를 불쌍히 바라보며,

“오늘도 약이 많네요. 음식 조절하시고, 운동도 하세요.”

얼마 전 찾아간 한의사도 운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힘든 운동 말고, 걷기 운동하세요. 꾸준히 걸어야 해요. 조금이라도 매일 하는 게 중요해요.”


특별한 운동을 하라는 것도 아니었다. 의사들은 걸어야 한다고 말했을 뿐이다. 그게 참 안된다. 꾸준히.


약을 먹어도 그때뿐이니, 예방책이 필요했다. 언제까지 밥을 굶고, 약으로 버틸 수는 없었다. 이렇게 먹는 일에 스트레스받으며, 기력 없이 살 수는 없다.


걷기 운동을 하기로 마음을 단단히 먹어본다. 이리저리 궁리한 끝에 3가지를 생각해 냈다. 내가 생각한 대안은

1. 가벼운 등산(아파트 뒤에 작은 산책길)

2. 워킹머신을 사서 집에서 운동

3. 아파트 단지 헬스장 가기

가벼운 등산을 선택할 경우, 나무를 보고 흙길을 걷는다는 게 참 좋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베스트 대안이다. 하지만 날씨 변수가 많고, 집 밖을 나가야 한다는 이유로 시간이 지날수록 포기할 확률이 가장 높다.


가장 마음 편한 대안은 운동기구를 사는 것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운동을 할 수 있고, 오가는 시간을 절약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집에서 운동할 경우 긴장감이 떨어져 포기가 더 쉬울 수 있다. 생각처럼 운동을 열심히 안 할 경우 기구 구입 비용이 아깝다. 워킹머신은 거실 한구석을 차지하는 옷걸이로 전락해 버릴 수 있다.

결국 나는 세 번째 대안을 선택했다. 아파트 안의 헬스장은 우리 집 바로 앞 건물이라 가깝고, 시간도 아침 6시부터 저녁 10시까지 넉넉히 운영된다. 물론 비용도 들지 않는다. 혹시나 모를 귀차니즘 발동을 예상해 운동시간은 아이를 등원시킨 후 집으로 가지 않고 곧장 헬스장으로 하는 것으로 정했다.


운동의 목표는 러닝머신 하루 20분 이상 걷는 것.

운동을 하겠다고 나선 첫날, 헬스장을 탐색하러 나섰다. 신발장을 보니 사람은 별로 없어 보이나, 코로나로 인해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관리사무소를 방문해 지문등록을 하고, 다시 헬스장으로 돌아왔다. 겉옷을 벗어 헬스장 구석에 놓인 옷걸이에 옷을 걸고, 러닝머신 위에 올라서 스타트 버튼을 눌렀다. 아주 천천히 걷다가 조금씩 속도를 올렸다. 기계 위에서 걷다 보니, 자연스레 빨리 걷기가 된다. 러닝머신의 속도에 맞춰 발이 빨라졌다.


산책길을 걷는 것으로 정했다면 바깥 풍경을 볼 수 있어 좋았겠지만, 빨리 걷는 운동을 기대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역시 운동은 강제로 하는 게 제맛인가 보다.


헬스장에 와 있으니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신경이 쓰였다. 멋진 몸매를 가진 것도 아니고, 큰 운동기구를 들어 올리는 것도 아니니, 아무도 나의 운동에 신경 쓰지 않는다.

남들도 운동을 열심히 하니, 나도 열심히 해야지 하는 마음에 운동을 더 집중하게 됐다. 왠지 나는 운동도 열심히 하는 멋진 사람이 된 기분이다. 유치하기 짝이 없지만 나의 운동을 지속하는데 도움이 된다면 유치함도 마음에 담아본다. 목표관리 앱도 설치하여 매일 꾸준히 하는 나를 체크하기로 했다.


겨우 러닝머신 20분. 달리는 것도 아닌 걷기 20분.

누군가는 나의 소박한 운동량에 콧방귀를 뀔지도 모르겠다. 나는 운동방법이나 운동시간보다 ”꾸준함 “에 집중하기로 했다. 평소에 운동을 일절 하지 않던 사람에게 하루 20분은 정말로 소중하고 대단한 시간이다. 헬스장을 올 때마다 크고 작은 내적 갈등을 겪어내야 한다. 이 내적 갈등이야 말로 세상 모든 사람들이 운동의 중요성을 알면서 실천하지 못하는 이유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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