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근영 May 27. 2024

나무 바람 선물

온 마음을 다해서 글을 씁니다.  글감을 찾으러 다니는 것이 아닙니다. 매 순간이 글이 됩니다. 신기한 순간들이지요. 어느 날부터 이렇게 되었습니다.


하루 중 벌어지는 모든 일들이 글이 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그곳에서 이야기를 찾아내고 색깔을 찾아내고 감동을 찾아냅니다. 내 눈에 특별히 띄었다면 내 마음에 머물렀다면 그것으로 오늘의 인연이 만들어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에게 글이란 어느 날 우연히 도착한 선물과도 같습니다. 엄청난 크기의 꾸러미가 감당이 안 될 때도 있고 어떻게 풀어야 할지, 무엇부터 풀어야 할지 설렙니다.


나뭇잎의 펄럭거림, 일렁임. 한들거림. 춤추는 듯 손짓하는 저 초록 물결을 사랑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어디 있냐고요? 일하는 중 창밖을 내다보고 있습니다. 열린 창으로 들어오는 솔솔바람을 팔뚝으로 느껴봅니다. 나무가 느끼는 바람의 세기만큼 저도 나가서 느끼고 싶습니다. 창 가에 늘어진 커튼은 더 가까운 곳에서 나무의 바람을 느낍니다. 기다란 흰 주름을 가진 커튼이 나풀거립니다. 저 매듭을 풀어주고 싶지만 손님이 계시니 꾹 참아 눌러봅니다. 저도 정원으로 나가 한가롭게 바람을 느껴보고 싶지만 이제 일을 해야 할 시간입니다.


바람이 좋은 날입니다. 나무와 함께 바람을 맞고 싶은 날입니다. 나무 잎새가 느끼는 바람, 나무 바람이 오늘의 선물입니다.


글이 선물인지 삶이 선물인지 나무 바람이 선물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나에게 주어진 선물을 기쁘게 받았습니다. 그저 즐기고 감동하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