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상 밥을 차리기 위해 우리는 모두 동분서주한다.
가족들은 ‘나’ 대장의 지휘 하에 일산 불란 하게 움직인다.
“달복아, 상 닦아줘.” 대장이 말하면,
“복실아, 상 닦아줘.” 달복이가 복실이에게 전달한다.
상명하달의 명령 체계가 작동하는 집안이다.
첫째에게 심부름을 시키면 둘째, 셋째를 거쳐 넷째까지 내려갈 때도 있다.
그러나 아침 밥상에선 어림없다.
모두 움직여야 한다. 준비할 것이 너무 많아서 그렇다.
“달복아, 넌 상 닦고
복실아, 밥 가져다 봐.
복아, 숟가락 놓고,
복동아, 포도를 좀 씻어서 놔줘. ”
아이들이 움직인다.
모두의 일을 배정하고
나는 국을 데우고 국자를 들었다.
야채를 놓고 반찬을 데운다.
냉장고에서 반찬을 꺼내 식판에 배식을 한다.
상차림은 빠르게 끝났다.
식구들이 모두 식탁에 앉았다.
낯선 포도나무가 식탁에 올라와 있다.
적당한 접시를 찾다 찾다 못 찾은 우리 첫째 아들은 적당히 알아서 접시 대신 대접을 찾았다.
국대접에 포도를 담았다.
그릇이 무슨 상관인가.
그저 담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그릇 하나 바뀌었다고 이렇게 다르게 보일 일인가.
포도가 나무가 되었다.
국 대접에서 솟아난 포도나무를 보고 가족들 모두 신기해했다.
막내 복실이는 웃으며 박수를 쳤다.
우리는 밥을 먹으며 땅에서 막 자라난 것 같은 포도나무에서
토옥 토옥 초록의 포도를 따먹었다.
왠지 더 싱싱한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