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으니

by 눈항아리

출간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으니 마음이 편해졌다.

세속을 벗어난 듯 자유롭다.

일상을 막힘 없이 쓸 수 있다.



그러나

글이 정처 없이 떠돈다.

방황인지도 모른다.

생각이 우후죽순 솟아나는 잡초와 같이 자란다.

그 생각을 하나로 묶어주는 것이 필요한 일인지도 모른다.



우선은 꾸준히 쓰는 것이 필요하다.

과욕을 부리지 않고

껍데기의 번들거림에 혹하지 않고

알맹이가 알차게 들어찰 때까지

속이 꽉 차 물이 오를 때까지

정진하는 나를

만드는 것이다.



나도 때가 되면 책을 쓰고 싶다.

지금은 그때가 아니라는 걸 알았을 뿐이다.

무슨 책?

뭘 쓸지도 모르면서 막연하게 그런 생각만 한다.

우습게도.



출간작가라는 타이틀은 언제 봐도 매혹적이긴 하다.



타이틀이 뭐가 중한가.

내 정체성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삶인데.

혼란과 안정, 평화와 투쟁

내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로 벅찬 삶인데.

사람 대 사람의 투쟁이 아닌

좁아터진 마음터 하나 속에서 지지고 볶고 어지러운 상황인데.


자신의 그릇을 정하고 받아들이면 편하다.

그릇의 크기가 쉬이 늘어나지 않겠지만

밥 대접이 국 대접을 넘어 냉면 그릇이 되고

곰솥이 되는 날까지 쓰겠다.

푹 고아 진한 국물이 우러날 때까지 기다리겠다.

비유하고는 참.

이건 주부라서 그렇다.

나의 정체성 하나.


그런데 브런치의 직업을 보면 기가 팍 죽는다.

정체성의 대 혼란이 일어난다.

작가로서 가져야 하는 직업의 종류가 정해져 있는 간 아닐까 심히 궁금하다.

세상에 직업의 종류가 얼마나 많던가.

세상에 하나로 특정지 어지는 사람이 많은가?

나는 도대체 그 직업 분류가 마음에 안 든다.


그리고


나에게 브런치 합격이라고 메일을 보냈을 때 분명 작가라고 했으면서

또 새로운 작가 탄생은 뭐고

특별한 작가는 뭣인지 모르겠다.

VIP작가가 제일 웃겼다.

가장 분명한 작가는 출간 작가이다.

책을 낸 사람이 뭐 그리도 많은지 세상엔 대단한 사람들이 정말 많다.

등단 작가는 또 얼마나 많은지 우러러보게 된다.



나는 무늬만 작가다.

우리 가족만 아는 작가다.

우리 남편의 장래 희망은 기사 님이다.

부인 작가를 모시고 다니는 장년을 꿈꾼단다.

농담은 아니겠지?

그러나 가족의 따뜻한 믿음은 내가 꾸준히 글을 쓰는 힘이다.



다른 사람에게는 창피하고 부끄러워

글을 쓴다고 말도 못 하지만 뭐 어떤가.

이렇게 홀로 쓰는 삶도 좋다.


글은 나를 위해 쓴다.

쓰는 사람은 알겠지.

욕심을 비우고 그저 쓴다.

방향은 발길 가는 대로.

어디든 닿을 때까지.


나는 고독에 닿았고,

나는 오스만제국이 요즘 궁금하다.



나는 생각하기를 좋아하고

지적 열망이 뛰어난 사람이다.

책 속에서 나를 찾아가고 내 취향을 찾아가고 있다.

내 편협한 일상 속에서 또한 나를 찾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글이 나에게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