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원 5

by 눈항아리

농사는 월 수입이 없다.

벼농사를 많이 지었던 우리 집은

봄부터 추수하는 가을까지 쪼들렸다.

부수입이 필요한 구조다.

과수원 농사도 마찬가지로

사과, 배를 따서 팔기 전에는

돈이 들어오지 않는다.




초여름부터 나무에 매달리는 과일은

부수입으로 쏠쏠했다.

아버지는 매일 아침 뒷동산에 올라

이슬 맞은 복숭아를 땄다.

그리고 오토바이에 바구니와 어머니를 싣고

시장으로 향했다.

빈 바구니를 싣고 돌아오는 걸 봐선

복숭아가 꽤 잘 팔리는 모양이었다.




장사를 나간 어머니는

시장에 좌판을 펼쳤다.

이슬 맞은 털북숭이 복숭아를

상자 떼기로 들고나가

점심 나절 지나 뉘엿뉘엿 해 질 녘에 돌아오셨다.

무더운 여름을 맞아 바다를 찾았다.

사람들 모이는 곳이어야 물건이 팔린다.

해수욕장 소나무 그늘 뜨거운 모래밭에

푸릇한 아오리 사과를 늘어놓았다.

아기 주먹만 한 살구도 소담하게 담았다.

송골송골 땀방울이 떨어졌다.

차들은 더운 바람을 얼굴에 쏟아부었다.

한 끼 밥을 과일로 때웠다.




오토바이 뒷자리 말고도

경운기 옆자리는 늘 어머니의 자리였다.

논과 밭을 가리지 않고

어머니는 아버지와 함께 했다.




다 큰 장성한 자식들을 두고,

무슨 영화를 누리겠다고

농사짓는 남자를 만나 일구덩이 속으로

자진해 걸어 들어왔을까.

어머니는 자신의 선택을 두고두고 후회했을지도 모르겠다.

세상에 풀어내야 할 한탄을 어머니는 술로 풀었다.

그냥 술 마시는 걸 좋아했던 걸까.




가을걷이를 하고 나면 빚잔치를 했다.

비료와 종자값, 모종값, 농약값을 한 번에 치렀다.

밀린 품삯까지 주고,

찔끔찔끔 빌린 돈까지 갚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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