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가는 길

과수원 6

by 눈항아리

학교는 바다 근처에 있었다. 이사 오기 전에 살던 마을에서는 골목길을 나가 담장을 넘으면 바로 학교였다. 과수원 산골로 이사를 와서 통학 시간이 꽤나 길어졌다. 아버지는 오토바이를 타고 다녔고, 명주 언니와 나는 걸어 다녔다. 학교까지 가는 길은 한 시간 남짓 걸렸다. 학교 앞에 우리 집을 두고, 산골짜기에서부터 한 시간을 걸려 걸어 다니자니 꽤나 억울한 일이었다.




아버지는 때때로 말씀하셨다. 아버지가 국민학교 졸업을 못한 건 시골에서 두세 시간 거리의 국민학교에 가기 힘들어서 그랬노라고. 아버지가 ‘가마소’라 부르는 그 동네를 처음 가봤을 때 정말 기함을 했다. 구불구불한 비포장 도로로 차를 달려 산길을 가는데 벼랑으로 차가 굴러 떨어져도 아무도 찾지 못할 곳이었다. 그런 첩첩산중에 사람이 살까 의문이 들 정도로 깊은 산골이었다. 우리가 걷는 한 시간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과수원 우리 집은 산골 축에 끼지도 못했다. 아버지가 오토바이로 언니와 나를 가끔 태우고 다니기도 했지만 등교 시간만은 절대 그런 배려가 없었다. 자녀를 강하게 키우려는 아버지의 혜안이었는지 아예 등교에 대해 생각을 못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오토바이는 빠르고 발걸음은 경운기보다도 한참 느리다는 걸 아버지도 알았을 텐데.




과수원 집에서 학교를 가자면 굽이굽이 산을 넘고 개울을 건너고 산에서 바다까지 한참을 걸어야 했다. 출발은 기계적이었지만 한 번도 서둘러 발걸음을 옮긴 적이 없었다. 학교 가는 시간은 느긋한 아침의 산책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골짜기를 따라 산기슭 옆으로 난 좁은 길은 풀로 뒤덮인 밭두렁 같은 길이다. 아버지 오토바이도, 옆집 할아버지 자전거도 그 길을 따라다닌다. 산발머리를 한 풀이 발목을 덮는 날이 많다. 아침 일찍 걸으면 이슬에 신발이 젖는다. 그래서 학교에 갈 때는 집 뒤편 비탈을 올라 시멘트 길을 이용한다. 우리 집 경운기가 다니는 길이다. 자가용이 다니는 넓은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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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발견하기 위해 귀 기울이다 자연스레 글쓰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가족, 자연, 시골생활, 출퇴근길,사남매의 때늦은 육아 일기를 씁니다. 쓰면서 삶을 알아가고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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