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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보나 Jul 23. 2024

너무 질척거려 복이의 볶음밥

마늘 베이컨 볶음밥

방학을 맞아 시작한 요리의 세계

모자란 공부 대신

요리 탐구를 해 보겠다는

야심찬 방학 계획


재료는 아빠에게 공수해와 달라 부탁하고

아빠는 또 맞장구를 쳐주는데

이 야밤에!


11시부터 시작된 그 녀석의 야식.

가족 만찬은 no no.

1인분 볶음밥.

과자로 배 채운 엄마는 먹을 생각이 없지만

1인분만 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엄마가 하면 6인분 음식을 하는데

아이는 자신의 음식만 하는데 너무나 익숙하다.


1인분만 들어갈 법한 작은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파, 마늘, 고추를 잘게 썰어 볶다가

베이컨을 썰어 넣어 볶다가

밥을 넣고 볶아준다.

방법은 참 간단하지만

밥은 진밥이요 뒤집개에 철썩철썩 달라붙는데

프라이팬은 볶음용이 아닌

길 잘든 계란프라이용 팬

팬을 구분해 쓰는 엄마는

마음이 불편하여 구시렁거린다.


볶음밥 위에 기다란 통베이컨을 얹고

체다 치즈도 한 장 얹고

한 입 먹고는 매콤한 맛이 안 난다는 아이

김치를 해서 먹으라고 조언해 주었지만

꼬막 비빔밥 생각이 간절해진다는데.

베이컨만은 맛있다는 진솔함.


결국은 맛이 없어서

못 먹겠다고 하며

누구 드실 분 없나요?

볶음밥에는 기름이 촤르르르 흐르고 있었다.


아빠는 요리 동영상을 끝까지 몇 회 반복해서 보라고 하고

아이는 앞부분만 보고 간단하다는 소리에 만들기를 결심하였다는데


결국은 남은 밥을 어떡하냐며 엄마에게 들고 왔지만

한 입 먹을 생각은 안 나고

양치를 해서 못 먹어 미안하다는 말로 얼버무렸다.


마무리 설거지까지 부탁하니 자연스레 수세미에 퐁퐁을 묻히는데

지난번처럼 주방세제만 묻혀서 건조대에 올려 두지는 않겠지?

걱정이 되지만 들썩이는 엉덩이를 붙들어 매었다.

물도 틀어 헹구는 걸 봐서는 뭔가 설거지를 제대로 하는 듯 보인다.



주방을 점령한 건 복이 만이 아니라 복동이도 덩달아 라면을 끓이는데

아빠가 어제 따온 고추를 한 봉 꺼내더니 언제 넣을까 고민하다

결국은 고추 넣을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신나게 라면을 끓여서 두 젓가락을 남기고

김치를 찾는 청소년 어린이

인생은 타이밍인데

고추도, 김치도 제 때 못 챙기는 녀석


12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

수상한 야식의 세계


이제 시작된 여름 방학인데

아침도 밤에도 넉넉해진 마음 덕분에

야식의 세계는 무궁무궁무진해질 텐데...

엄마는 주방을 눈을 부라리며 쳐다보고

잔소리할 기회만 엿보고 있었다.

앞으로 쌓일 잔소리와 걱정과 난리 부르스를 출 주방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는다.

주방만은 사수하고 싶지만 이제는 열린 공간이 된 그곳.


내 주방에 들어간 침입자들을 보는 눈초리가

매섭기만 한데도 누구 하나 알아채지 못하고

기분이 저조한 엄마는 목소리가 착 가라앉았지만

설거지까지 해준다는 어린이들의 잘난 행동에

가만 구경을 하고 있었다

복이는 칼날을 손으로 만지며 헹구다가 한 소리를 듣고

자신을 절대 안전하다고 그러고

아빠는 한 번 베어봐야 배운다고 그러며

어찌어찌 복이의 볶음밥 설거지는 끝이 났다.


복동이의 라면 설거지가 남았는데

복이는 라면 국물 떨어진 식탁에 앉아

2차로 설레임을 하나 물고

복실이와 실랑이를 하다가 물리치고

웹툰을 보며 쪽쪽 빨아먹고 있었다.


라면 국물 향기가 솔솔 풍겨오는 주방을

한참 들여다 보아도

아이스크림 물고 빠는 복이는 올 생각을 안 하고

저 설거지를 해 줘야 하는데

엄마 목이 빠져라 기다려도

복동이는 웹툰만 열심히 보고 있었다.

아이스크림을 다 먹으면 설거지를 해 줄 테냐?

동생 복이도 완벽하게 정리해 줬는데

형아가 되어서 설거지를 못할까.

엄마는 잠이 와서 들어가 잘 테니

너의 야식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길 바란다.


설레임을 온몸에 가득 채운 복이는

봉지만 쓰레기 통에 버리고 방으로 도망갔다가

엄마와 아빠의 부름을 받고 다시 돌아와

알차게 핑크 고무장갑을 끼고 오호! 진짜 설거지를 한다.

이제는 설거지를 시켜야 되겠다 마음속으로 쾌지를 부르며

뒷정리는 아이에게 맡겨본다.

그 녀석은

아주 오랫동안 거품질을 한다.



복실아 자자.

12시가 되었는데 자는 사람은 없고

아직 방학이 아닌 꼬마들은 내일 등교를 해야 하는데...


“올~~~~ 설거지하는데~~~~ ”

오빠의 생소한 모습에 놀란 복실이의

껄렁한 목소리

곧 엄마 뒤에 서선

애교를 장착하고 잠이 온다 칭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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