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보나 Jul 24. 2024

국물 자작 볶음 라면


커다란 볶음팬에 라면 하나 볶기. 오늘의 야식 되시겠다.


커다란 볶음팬이란 뚜껑 크기 30센티미터는 넘어가는 크기에 높이가 높은 팬이다. 가스불에 쓰던 밑이 둥그런 궁중 볶음팬 대신 전기레인지로 바꾸며 바닥이 납작하고 키높이 볶음팬으로 구비한 팬 되시겠다. 면 하나 볶기에는 좀 많이 커 보이지만 우선은 수많은 조리법에 알맞은 냄비중 볶음 팬을 골랐다는 것에 만족 점수를 줬다.


볶음 라면이라고는 하는데 뻘건 국물이 흥건하다. 볶음인지 아닌지 구분이 안 되지만 비주얼은 일단 인정. 치즈와 계란의 조합은 늘 보기 좋다. 그런데 요리의 순간을 마주한 것은 냄비에 뚜껑이 닫혀 있던 순간이었다. 라면 끓이는데 뚜껑을 닫아? 재치 뚜껑은 어디서 찾지 못하고 튀김용 커다란 뚜껑을 엎어 놓았다. 뚜껑에는 손잡이가 없다. 골라도 왜 그런 뚜껑을 고르냐. 아니나 다를까 복이는 맨손으로 집었다가 괴성을 지른다. 그러곤 집게를 이용해 겨우 개수대로 뚜껑을 이동시켰다. 요리 시 화상 주의에 관한 교육을 시켜야겠다.


지난번 볶음밥에서는 식칼 사용하는 것을 처음 봤다. 사용과 세척 모두 불안 불안하였다. 라면에 넣는 파, 고추 정도는 식가위로 쫑쫑 썰라고 가르쳐 주었다. 퇴근길 조수석에 앉아있는 복이는 역시나 오늘도 오른손으로  핸드폰을 들었다.  스피커를 귀에 가져다 대고선 피아노 곡을 듣는다. 조수석에 앉으면 잔소리하기 아주 좋다. 위치가 적절하다. 아이는 음악을 들으면서도 칼과 가위 이야기를 잘 들었나 보다. 가위로 썰어도 되나요? 그럼 당연하지. 파를 깨끗하게 씻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가위로 조각을 내 넣긴 넣었다. 잘게도 썰어 넣었다. 엄마는 숭덩숭덩을 좋아하는데.


국물 자작 볶음 라면 완성이다. 무슨 레시피를 보고 했다는데 이 녀석의 레시피에는 라면이든 뭐든 치즈가 필수다. 스스로 챙겨두는 식재료 1순위. 체다치즈.


한 입만 줘어어 엉.


복실이가 징징거린다. 복이 오빠는 야식 라면을 한 그릇하고 있다. 자신도 한 젓가락 먹고 싶은데 오빠는 약만 올리고 안 준단다. 복이는 먹고 복실이는 달라고 하고 복이는 후루룩 먹고 또 먹는다. 애가 타는 복실이는 줄어드는 라면을 보며 울상이다.


한 입만 줘.


한 가닥을 젓가락 끝에 달랑달랑 집어 들고 냄비 위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복실이는 입을 아 크게 벌리고 기다리고 있다. 결국 포크를 가져오라는 복이 오빠. 딱 정확하게 한 가닥을 준다. 매운 라면이라 얻어먹은 복실이도 한 입에 만족스럽다. 물을 벌컥 들이마시고 뭔가 많이 아쉬운 표정이다. 오빠도 라면을 먹는데 자신도 먹고 싶다고 그런다. 매운 라면 말고 다른 라면을 원하는데 집에서 엄마, 아빠 다음 순위로 배가 나온 막내 복실이에게 정중하게 뱃살의 안위에 대해 물었다. 잠시 포기 상태.




“볶음라면인데 물을 너무 많이 넣었나 봐. 그런데 짜.”


볶음라면이라기에는 물이 많고, 물을 적게 넣으려면 스프를 적당히 덜고 넣어야 하는데 스프 하나를 다 넣었으니 짤 수밖에. 레시피를 좀 제대로 보고 하라고 요리사님.  


순식간에 후루룩 다 먹고선 설거지까지 착실히 하는 사나이 중 사나이다. 만족스러움 10점 만 점에 10점이다. 역시 뒷정리가 관건이었나 보다.



늦게 들어온 첫째 복동이는 비빔면을 먹을까 한다. 하나는 양이 적으니 두 개를 끓일까? 두 개는 많으니까 엄마 같이 드시죠? 아니 엄마는 안 먹을래. 얼굴이 자꾸 부어서. 아빠 들어오면 같이 먹자고 해볼까? 아빠가 야식 비빔면을 마다할 리가. 들어오자마자 집안에 퍼진 향긋한 라면 냄새가 식욕을 자극하는지 싱크대 수납장을 다 뒤져보고선 만족스러운 얼굴로 말한다. 우리 집에 라면이 종류별로 다 있어! 그렇다. 엄마의 족쇄가 풀린 이후로 아빠는 착실히도 라면을 사 모았다. 신라면 세 묶음은 아직 풀지도 않고 현관에 있다. 신난 부자 라면을 먹는다. 이에 질세라 복실이가 입이 댓 발 나와선 아빠에게 자신도 먹고 싶다고 그런다. 아빠도 복실이의 과한 발육상태가 걱정은 되는지 한 번 만류한다. 재차 아이가 투정을 부리자 짜파게티 요리도 시작되었다. 요리사는 역시 복이 오빠야다. 야밤의 요리는 요란하다.  


얼굴에 짜장범벅을 하고선 잠이 온단다. 복실아 살쪄. 어쩌니. 너의 뱃살. 우리 집 3순위 뱃살.  


이불에 가 누웠는데 달그락거리는 설거지 소리가 들린다. 남편이 설거지를 한다. 고마워요 남편. 청소도 빨래도 다 널려있어도 좋은데 설거지만은 참지 못하는 아내를 위해 야밤에 아이들 자야 하는데 설거지를 한다. 그릇 부딪치는 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이 들었다.


야식 나라는 수상하지만 즐겁고 따뜻하다. 뱃살과 건강 걱정은 하루만 내려놓기로 하자. 이 생각을 매일 한다는 것이 문제다. 퇴근길 복이에게 전하는 잔소리 중 야식과 역류성 식도염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 했다. 엄마의 잔소리는 사랑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너무 질척거려 복이의 볶음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