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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갈이배추의 풋풋함

by 눈항아리

얼갈이를 한 단 샀다. 배추가 날이 갈수록 알이 작아진다. 작아지는 게 아니라 배춧잎을 한 잎씩 벗겨서 파는 느낌이다. 배추는 날이 갈수록 하얘지면서 더욱 날씬해지지만 가격은 조금씩 오른다.


아이들은 배추김치를 좋아하는데... 어머님이 담가주시는 배추김치를 계속 먹다 푸릇한 얼갈이가 어느 날 눈에 들었다. 하나 살까, 두 개 살까 고민하다 하나만 집어 들었다.


풋내가 나지 않게 살살 씻어 무쳤다. 씻어 놓았을 땐 분명 커다란 소쿠리 한가득이었는데 배추보다 많이 쪼그라든다. 이런 쯧쯧. 작은 김치통인데도 밑바닥에 깔렸다. 두 단을 살 걸 그랬다.


풀 맛이 난다고 복동이는 ‘웩’ 이란다. 풀내가 나지 않게 정말 살살 무쳤다. 맛이 들면 괜찮단다 아들. 그 맛에 먹는거란다. 풋내라고 들어는 봤냐. 풋내기, 풋사랑, 풋사과, 풋풋하지? 풋내 나는 얼갈이김치 양도 적은데 너는 먹지 마라.


얼갈이배추김치를 먹는 남편. 저녁을 다 먹고선 마트에서 뭘 한가득 주문했다. 짜파게티 2묶음이 들어있다.


학원에서 늦게 돌아온 복이도 밥을 먹더니 짜파게티 이야기를 한다. 아빠가 이미 사다 놨단다 아들아. 어쩜 입맛이 그리도 닮았냐.


엄마는 비빔면에 먹으면 딱 좋겠는데 좀 사다 주라니 아이는 비빔면과 간짬뽕을 사 왔다.


야식 라면 파티다. 요리사는 복이. 짜파게티, 비빔면을 두 개씩 먼저 끓여준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간짬뽕을 끓이며 또 액상스프를 먼저 넣어버렸다. 당황하고 졸이고 고춧가루를 넣는 쇼를 보여준다. 간짬뽕에는 얼갈이배추김치가 굳이 필요 없었다.


얼갈이배추김치를 먹으며 짜파게티를 생각한 아빠와 복이. 닮은 구석을 보는 건 꽤 재밌다. 복동이는 얼갈이는 싫다니 다음엔 배추김치를 해야겠다.


김치 맛을 알아가는 아이들이 예쁘다.


얼갈이배추의 풋풋함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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