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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은 밤이 좋아

by 눈항아리

일상의 평화로움이란 별다를 것 없는 오늘을 이르는 말이다. 토요일은 밤이 좋다. 온 가족이 고요한 가운데 자신의 화면을 하나씩 부여잡고 있다.


게임이 허용되는 시간은 모든 화면 있는 기계 사용이 암묵적으로 허락되는 시간이다. 아이들에게 하지 마, 보지 마, 그만이라는 말을 안 해도 되는 시간이다.


아빠와 복동이는 빨래와 나란히 소파에 앉았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며 <포켓몬 유나이트>를 한다. 함께하는 게임을 늘 즐겁다. 게임에 심취한 부자 게임 정보를 교환하며 대화의 장을 풀었다.


달복이와 복실이는 마인크래프트를 한다. 같은 맵에 들어가 있다. 이야기를 하며 복실이는 나무를 채집한다. 티브이에 연결해서 엎드린 자세가 아주 편안해 보인다. 달복이는 탐험을 하고 있다고 한다. 등받이 없는 피아노 의자에 앉았다. 게임기 버튼을 열정적으로 눌러댈 때엔 뒤로 넘어갈까 불안하였지만 두 다리를 의자 다리 사이로 집어넣어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꼬아 몸을 지탱하고 있다. 복실이가 하는 양을 텔레비전 화면으로 잠깐씩 구경하기도 하면서 열심히도 한다.


게임은 하지도 않고 조용한 복이. 혼자 방에 들어가 있다. 게임 시작한 걸 모르나? 몇 번을 불러도 대답이 없다. 재차 뭘 하느냐는 물음에 개콘이란다.


나는 이제 책을 폈다. 고요한 이 시간, 나는 내 시간을 갖는다. 얏호!


내일이 되려면 45분 남았다. 나는 눈이 감기는데 조금 더 있다 자고 싶다.




새벽 3시 28분 소란스러움에 깼다. 도란도란 이야기 소리가 들린다. 남자 셋. 아빠와 아들, 아들. 아직 깨어있다.


‘빠직!’


아들 중 하나는 부엌을 전세 냈다. 매운 라면을 끓인다. 다른 한쪽에는 커다란 냄비에 기름을 붓는다. 계란을 탁 까서 넣고는 기름 범벅 계란 요리를 만든다. 신메뉴인가 보다. 한꺼번에 두 가지 요리라니 아주 대견하다.


아침에 일어나니 주방 설거지통은 야식 그릇과 냄비, 수저로 가득하다. 매운 라면의 빨간 기운과 기름기의 어우러짐이 강렬하게 묻어난다. 개수대가 난리다. 어제 먹은 계란 기름 범벅 요리가 너무 이상했다며 복이는 아침부터 화장실행이다. 속이 안 좋으니 아참을 건너뛰겠단다. 여유롭고도 고운 목소리로 세 숟가락만 먹으라고 하였다.


강렬한 일요일 아침을 맞았다. 일요일 아침은 주방세제를 그득 풀어 뽀드득 설거지를 할 여유가 있으니 그것도 좋다.


토요일은 늘 밤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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