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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마리곰 Apr 16. 2021

세월호와 수수꽃다리

가만히 있으라

7년전 그 날.
나는 길에 핀 수수꽃다리가 너무 이뻐서 사진을 찍었고 SNS에 사진만 봐도 코끝이 찡한 향기가 나는 것 같지 않느냐는 둥 글을 남겼다.

점심때 쯤 다 구조가 되었다는 뉴스를 봤었기에 저 싱그러운 꽃송이 같은 아이들이 그대로 그렇게 잠길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날은 날씨가 화창한 것이 마음이 들떴고 꽃향기도 유독 진했다.
저 싱그러웠을 목숨꽃 한송이 한송이.
그렇게 이 꽃은 내게 트라우마가 되었다.

해마다 요맘때 쯤 아파트 화단에, 길가 공원에,
어김없이 피어나는 수수꽃다리.
누가 일러주지 않아도
봄이면 잔인하게 피어나서
요맘 때였구나
기억하게 한다.
내 마음의 노란 리본
수수꽃다리.

 올해는 화단정리로 나무들을 다 깍뚝 잘라버려서 꽃도 많이 못피운게 어찌 더 맘이 아프네. 비도 오고 저 멀리 많이 핀 꽃도 어찌 힘들어보인다.

아이들은 배에 갇히고
구해내지 못한 우리들은 코로나에 갇혀있다.

"가만히 있으라."

백신이 오길 기다리고 가만히 있으면 우린 구조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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