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서른의 팬더)
에이핑크 노래 ‘리멤버’ 가사 가운데 ‘하늘을 모른 채 땅만 바라보는 게 점점 늘어만 가고’라는 대목이 귀에 박혔다. 지금 이 시절을 관통하는 다수의 정서를 담았다고 생각했다. 이상화한 가치, 이를테면 꿈이나 희망 같은 것들을 하늘로 은유하고, 현실이나 조건, 일상 같은 것을 땅으로 둔다. 지금 여기가 각박하니 하늘 볼 여력이 없다. 공활하고 높으며 구름 없는 가을 하늘 볼 생각이.
20대 초반, 이상에 매여 살 적 적은 몇몇 글에서 하늘만 보고 땅에 발을 딛지 않는 몽상가가 되지 말자는 다짐을 늘어놓았다. 당시를 돌이키면 절실하고 화급한 선언이었다. 현실과 유리된 채 꿈에 젖어 살거나, 뜬구름 잡는 글을 쓰지 말자는 의지였다.
지금, 여기 서 있는 나를 보니 그간 너무 땅만 보고 살았나 싶다. 현실, 취업, 밥벌이, 주변의 시선에 사로잡혀 예전에 부풀렸을 이상이나 꿈에서 멀어지는 중은 아닌가 한다.
조화가 필요하겠지. 땅을 딛되 하늘을 올려다보는 유연성을 가져야 할 테지.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던 청유형 언술이 떠오른다. 영화 제목이었나. 현실이 무참하고 여력이 나지 않더라도, 안간힘으로 하늘을 올려다봐야겠다. 내가 땅에 발 딛고 버티는 데는 하늘이라는 이상에 손이라도 뻗어 볼, 언젠가 마주할 그 날 때문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