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가다 떨어진 은행알을 보았습니다. 어느새 이리 되었는가 합니다. 9월도 상순을 지나고 다다음주면 추석이라하니 시간은 쉼 없이 가는 모양입니다. 이즈음의 일상은 건조하기 그지 없습니다. 용을 써보지만 신통하고 상쾌한 일은 벌어지지 않는군요. 복권 5천 원에 당첨돼 상금을 수령한 일이 특기할 만한 일일까요.
세상일이 내 마음처럼 되지 않을 때는 전자 오락을 합니다. 적어도 그 안에서는 끝이 있고, 노력하면 실력이 자라며 성과가 있습니다. 마음에 고인 증이 내려가기도 하더군요. 소리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날도 있습니다.
나뿐 아니라 주위 온 사람이 고통스럽다는 데에는 정말 답이 없습니다. 그 한과 증오들이 자라 서로를 혐오하고 시기하고. 나 역시 추궁이 없다면 몇 사람쯤은 아주 고통스럽게 다루고 싶다는 망상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세상의 목적이랄까요. 좀 더 어릴 때 부리던 빛나는 이상은 바랬고 나는 그저 여러 기업체에 내 쓸모를 채근할 뿐 그 이상의 일들을 짐짓 외면해 버립니다. '타협'이라는 낱말이 아프게 다가오는 초가을의 휴일입니다만.
가을엔 편지를 쓰라던 노시인의 노래 때문만은 아닙니다. 은행알이 밟히고 사위가 뚜렷해지니 좋은 마음이 차오르다가도 금세 불안하고 서운하고. 수양이 덜 되었는지. 수신인 없는 이 편지를 누구에게라도 띄우고 싶습니다. 내내 평안하시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