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에게 신앙을 설득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
교회에 다니시거나 관심 있게 교회를 지켜보신 분들이라면 이런 이야기들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교회가 무너져 내리고 있다.’ ‘교회가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다.‘
미국 교회를 예시로 들어보겠습니다. 여론조사 기관인 갤럽(Gallup)에 따르면, 1937년에 70%가량이었던 미국 기독교 인구가 2020년에 이르러서는 50% 아래로 떨어졌다고 합니다. 무종교인들도 급증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30%가량의 미국인들이 무종교라고 밝힌 바 있다고 합니다. 신자가 줄어들면서 교회 건물의 수도 점차 감소하는 추세라고 합니다. 실제로 교회가 매각되어 나이트클럽이나 와인 바, 식당, 헬스클럽 등 다른 용도의 건물로 바뀐 사례들도 있다고 해요.
한국 교회의 상황은 더 처참합니다. 지난 약 150년간 한국 교회는 세계 역사상 전무후무한 고속 성장을 이뤘습니다. 그러나 이제 더 빠르게 추락하고 있어요. 국내 각 교단이 제공하는 수치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전체 교인 수가 20-30%가량 감소했다고 합니다. 인구 감소의 영향도 있지만, 무엇보다 교회를 떠나는 사람들과 종교에 무관심한 젊은 세대의 결과예요.
교회의 영역이 점차 줄어들고, 교회가 자신의 입지를 사회 내에 좀처럼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참 속상한 일일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교회가 세상에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생각하고, 교회가 많은 영향을 행사할수록 세상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에요.
지금처럼 교회의 영역이 지속적으로 줄어들다가는 교회가 세상에서 사라질지도 모르니, 우리는 어서 빨리 지혜를 모아 교회의 영향력을 회복시킬 방법을 강구해야 하지 않을까요? 세상을 설득하는 일이 우리에게 시급해 보이는데요.
미국의 신학자 스탠리 하우어워스는 이 같은 생각에 정면으로 도전합니다. 스탠리 하우어워스는 교회가 영향력을 잃은 것이 오히려 잘 됐다고 이야기합니다. 많은 이들이 교회의 비관적인 미래를 점칠 때, 초연한 태도로 교회의 현 상황을 긍정하는 데는 어떤 이유가 있을까요?
이번 브런치북에서는 미국을 대표하는 신학자 스탠리 하우어워스의 『하나님의 나그네 된 백성』을 함께 읽어나가려고 해요. 영향력을 상실한 교회의 위기적 상황을 하나님 나라에 관한 놀라운 신학적 상상력으로 극복해 나가는 즐거움을 함께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우어워스는 『하나님의 나그네 된 백성』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옛 세상이 힘을 잃게 되면서 비로소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진리를 새롭게 볼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진리란, 하나님께서는 사람들을 불러내셔서 이 세상이 자기 스스로는 이룰 수 없는 대안적인 사회를 세우셨는데, 그것이 바로 교회라는 것이다.”
여기서 하우어워스가 말하고 있는 “옛 세상”은 기독교가 문화의 중심이었던 세상을 말합니다. 그에 따르면 이런 세상은 더 이상 없습니다. 교회가 영향력을 잃어버리면서 세상의 변두리로 밀려났기 때문이에요. 이 말인즉슨, 이제 더 이상 교회는 이전에 해왔던 방식대로 세상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하우어워스가 보기엔 이와 같은 상황은 ‘닥쳐온 위기’가 아니라 진리를 새롭게 볼 수 있는 ‘기회’입니다. 변두리로 밀려난 게 기회라. 대체 무슨 말일일까요?
영향력의 상실을 기회라고 이야기하는 하우어워스의 주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교회가 세상의 중심이었던 시절과의 비교를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세상에서 힘을 발휘하던 시절, 교회는 세상을 향해 끊임없이 자신을 변호해 왔습니다. 과학과 철학, 기독교를 향한 각종 의문들에 교회는 자신이 얼마나 합리적인지, 우리가 이 사회에 얼마나 유익한 집단인지, 때로는 세상을 설득하기 위해 권력의 언어를 빌려 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교회가 사회의 중심에서 밀려나 힘을 잃게 되자 우리는 더 이상 세상을 변화시킬 수 없게 되었습니다. 세상의 도구를 사용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죠. 그러나 하우어워스에 따르면,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역설적이고 새로운 진리, 그러면서도 아주 분명한 진리 하나를 마주하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애초에 우리가 ‘세상을 바꾸라고 부름 받은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우리의 사명은 세상의 중심에 서는데, 세상의 입맛에 맞추는데, 세상이 이해할 수 있도록 기독교 신앙을 설명해 교회의 영역을 넓히는 데 있지 않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이 땅의 주인이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교회의 진정한 목표는 무엇일까요? 하우어워스에 따르면, 교회의 진정한 사명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부여하신 그 독특한 '부르심'에 합당하게 살아내는 데 있습니다.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부르심이 무엇이냐 하면, 바로 이 세상 한가운데에서 ’ 하나님의 나그네 된 백성'으로 기꺼이 살아가는 것입니다. 즉 우리는 ‘세상을 바꾸라고 부름 받은 존재’가 아니라, ‘교회가 되라고 부름을 받은 존재’입니다.
하우어워스는 이 땅에서 교회 된 우리 모두는 ‘나그네’라고 주장합니다. 이 세상에 속한 사람들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에 속한 사람들이라는 것이죠. 나그네의 입장에서 세상을 사는 것과 주인의 입장에서 세상을 사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주인이라면 어떻게든 세상을 소유하려 하고 세상의 방식을 이해하려 할 거예요. 하지만 나그네는 세상에 얽매일 필요가 없습니다. 세상에 속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유로운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하나님의 나그네’ 된 우리는 이 세상에 속한 것(힘이나 영향력)에 관심을 가지지 않고, 우리가 속한 하나님 나라에 관심을 가지며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크기, 수, 양은 세상이 중요하게 여기는 지표이고, 교회 또한 세상의 중심이었을 때 그것을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교회가 세상의 중심이 아니게 되면서 우리는 새로운 사실을 확인합니다. 우리는 세상 속에서, 그러나 세상의 방식과는 다르게 살아가도록 부름 받은 사람들, ‘나그네’라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