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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하 Dec 29. 2024

긁혔노

너와 나는 친구니…?

12월 말, 얼마 전 뉴스에도 나온 것처럼 고 3뿐만이 나닌 중 3 그리고 중 1도 다르지 않다.

그해의 처음으로 본 기말고사가 마치 수능이라도 되는 것처럼 끝난 후 교실은 그야말로 난장판이다. 배움이 조금 더 아니 아주 많이 필요하다는 교사의 생각과는 달리 아이들의 1년은 이미 셔터를 내린 채 마무리가 되었고 학교에서도 그에 맞춰 다양한 활동을 계획할 수밖에 없다.


26일 목요일 아침 조회였다. 평소의 기본 안내에 더해 그날 있는 진로 행사를 소개했다. 한번쯤은 들어봤을 “대학생 멘토링”이다. 명문대 학생들이 교실로 배정받아 학과 소개와 공부방법을 소개하는 것이다. 우리 반에 배치된 대학생들은 각각 연세대와 고려대였다. 워낙 이름만 들어도 유명하니 많이 배우고 궁금한 거 알아도록 했더니, 꼭 들어오는 질문.

“선생님은 어디 대학 나오셨어요?”

학교 선생님들의 대학 출신은 워낙 다양하다. 사실 sky출신은 많지 않지만 이대나 외대 서강대 유명한 인서울 대학부터 교원대와 공주대(어른들에게는 공주사대로 유명한)도 많다. 출신 대학이 부끄럽지도 아주 자랑스럽지도 않아 밝히지 않는다.


“알아서 뭐 해, 어디든 나왔겠지!!”

했더니 우리 반 부반장이라는 아이가 딱 한마디 했다.


“긁혔노”


요즘 용어로 마음의 스크래치?

자존심에 스크래치? 정도 될 것 같다.

어차피 사범대를 가야 교사가 되니 인서울보다는 비교적 저렴한 지방 국립대를 선택했던 순간을 아주 후회하지는 않지만…


이 자식 건방지다.

그리고 그 한마디에 오래전 수능 후 실패했던 대학 입시의 순간이 떠오르며 정말 긁혀버렸다.


이젠 선을 그어주는 걸 넘어 아주 친구다. 이 자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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