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_빛나는 무언가가 되기 위한

by 혜성

나는 주기적으로 새로움을 배우는 것을 즐겼다. 다만 어릴 적부터 뒷심이 부족해 새로운 것을 시작하더라도 이내 곧 싫증을 느끼곤 했다. 이런 성향은 어른이 되어서도 바뀌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20대 때에도 많은 회사를 전전하며 다녔고, 다양한 분야에서 일을 했다. 하지만 그렇게 찾은 새로움은 금세 빛을 바랬다.


그렇게 빛을 잃은 새로움은 점점 무료하게만 느껴졌고, 반복되는 매일이 지겹게만 느껴졌다. 바쁜 일상 속의 나는 퇴근을 하고 나면 잠들기 바빴고, 다시 해가 뜨면 출근을 하는 매일이 반복되었다. 나의 삶인데, 삶 안에 내가 없고 오직 일, 일, 일 뿐이었다. 심지어 하고 있는 일도 재미없었지만, 안정적인 회사를 재미없단 이유로 관두기엔 30대라는 나이가 주는 압박감은 컸다.


이러한 삶에 대한 무기력함을 조금이나마 달래기 위해 나는 없는 힘을 짜내어 보기로 했다. 휴대폰 예약 어플을 뒤적거리던 나에게 ‘뮤지컬’이라는 메뉴가 눈에 띄었다. 살면서 한 번도 접해 본 적이 없던 뮤지컬을 한 번 봐야겠단 충동적인 생각이 들었다. 곧장 가장 빠른 시간대의 주말 공연 중, 좋지 않은 구석 자리에 남아있던 좌석 한 곳을 예매했다.


관람 당일이 되어서까지도 나는 내가 예매한 뮤지컬의 줄거리도, 배우에게도 관심이 없었다. 지친 나날들 속 소중한 쉬는 날을 할애할 가치가 있을까 계속 망설였다. 아무런 생각 없이 입장한 공연장은 생각보다 작았고, 좌석은 예상보다 무대가 잘 보이는 자리였다. 극이 시작했고, 나는 서서히 빠져들었다. 넘버를 부르는 배우의 작은 숨소리와 목소리의 잔잔한 떨림까지 음향 장비를 통해 공연장에 울렸다. 클라이맥스로 치닫는 공연 속 배우의 몸짓과 목소리에 나는 왠지 모르게 감정이 요동쳤다. 그 순간 내 무릎에 눈물이 뚝하고 떨어졌다.


극의 줄거리 때문도, 배우의 감정연기 때문도 아니었다. 나는 한 사람의 노력이 만들어낸 결과물을 보고서 마음이 벅찼다. 극의 흐름에 따른 동선과 노래, 안무, 연기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그 완벽함을 보여주기까지 저 이는 얼마나 많은 연습과 실패와 노력을 했을까. 넓은 무대 중앙에 홀로 서서 연기와 노래를 해내는 그의 모습이 어쩌면 조금 외로워 보였다. 하지만 그 모습은 전혀 슬퍼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그를 밝게 빛내 주었다. 30대가 되며 모든 것을 오롯이 혼자 결정하고 해내야 했던, 그래서 지쳐버린 현재의 내 모습과 그의 모습이 슬며시 겹쳐 보였다. 극의 캐릭터가 아닌 현재 무대 위에 서 있는 한 사람을 보고서 나는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어서 빛나는 무대에 서 있는 배우의 벅찬 감정이 나에게 와닿았다. 극의 마지막에서 울음을 터트리는 그의 모습은, 그것이 연기일지 자신의 벅찬 감정 때문일지 묻고 싶어질 정도의 몰입감을 전달했다. 그 모습은 나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저만큼 열정적으로 누군가의 심장을 뛰게 한 적이 있었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타인이 아니라면 적어도 나 스스로에게라도 말이다.


’어쩌면 내가 의미 없는 시간들을 허비하며 살았기에 내 삶이 그렇게 느껴졌던 건 아닐까.‘


아무런 생각 없이 보려 했던 뮤지컬의 한 무대는 나에게 많은 생각을 가져다주었다. 한편으로 무기력한 생활에 큰 에너지를 전달받기도 했다. 그 이후로 가끔 나는 번 아웃이 오는 지친 시기를 지날 때면, 뮤지컬을 예매한다. 누군가의 지나온 열정적인 시간을 보게 되면 나는 그 안에서 많은 동기와 힘을 얻는다. 노력의 시간들을 예쁘게 다듬어 보여주는 영화보다도 더욱 거칠고 직설적이지만, 뮤지컬의 무대는 그만큼 찬란한 누군가의 여정을 보여준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무대 위의 잔열이 내 마음에 잔잔히 남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발걸음을 문득 멈춰 섰다.

나의 마음 안에서는 무언가 새롭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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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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