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ZERO Feb 08. 2019

비극의 황홀경 <산쇼다유>


미조구치 겐지 감독과 더불어 일본 영화 3대장이라 불렸던 구로사와 아키라,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화면 연출은 인물의 구도와 동선을 조각해 세심한 기술로 만들어진 공예품 같은 느낌이 있다면 미조구치 겐지의 화면 연출은 살아 움직이는 그림 같은 느낌이 있다.


<산쇼다유>는 비극적이고 잔인한 이야기의 연속이지만 그 이야기를 담은 화면은 눈부시게 아름답다. 고전 영화의 좁은 화면비와 흑백 화면이 무색하게 카메라는 공간의 전경, 중경, 후경을 다양하게 활용하며 자연광 활용은 CG나 조명이 만들 수 없는 정서를 만들어낸다. 유려한 디졸브 처리는 컷과 컷의 연속성을 살리는 기술적인 역할뿐만 아니라 프레임의 한계를 넘어서 관객이 인물의 심연에 닿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이 영화의 가장 아름다운 장면들은 가장 비극적인 장면들이다. 인신매매단에게 속아 배에 탄 어머니가 강을 사이에 두고 남매를 향해 소리를 지르는 시퀀스, 주시오를 도주 시키고 안주가 스스로 강에 투신하여 자살하는 시퀀스는 참극을 담은 화면임에도 황홀하게 아름답다. 특히 안주의 자살 시퀀스에서 안주가 호수 속으로 들어가고 난 뒤 수면 위로 일렁이는 파동의 롱테이크는 아름다움을 넘어 숭고함까지 느껴지는 미학적 성취다.

<산쇼다유>는 탁월한 화면 연출뿐만 아니라 서사면에서도 깊이 있고 흥미진진하다. 진짜 인간을 위한 정치가 구조적으로 존재하기 힘들다는 감독의 통찰 또한 인상적이다. 영화 내내 울려 퍼지는 영혼의 노래처럼 한동안 이 영화가 내 머릿속에서 계속 메아리 칠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낭만과 현실은 선택의 차이 <카이로의 붉은 장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