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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히 라 Aug 30. 2021

엄마의 엄마이야기

기록하는 기억 ㅣ 엄마는 육아 중 ♪

엄마의 엄마의 엄마이야기



아기를 낳고 날 도우러 오셨던 엄마는 곤히 잠든 은유를 보며 “언제 다 클고?” 라고 속삭이더니 한숨을 지셨다.


은유가 크면 내가 늙는건데 그래도 그 모습만은 보고싶다고 하시면서 말이다. 엄마는 은유가 스무살되면 자신은 여든일거라며 팔십살이 되는건 너무 싫지만 은유의 꽃다운 스물봄날은 꼭 보고싶다고 말했었다.







그리고 이번여름 .


나의 엄마는 내게 그 작고 작던, 목도 못가누던 은유가 벌써 옹알이를 하고 웃으며 기어다니고 심지어 혼자 일어나 우뚝 서 있으려 한다며 많이 컸다- 흐믓해하시면서 나에게 우리은유공주 쑥쑥 커가는게 바로 너의 엄마인 자신이 늙어가는거라는건 너는 알고 있냐고 넌지시 물어보신다.

-



집에오는 차안에서 펑펑 울었다.


그말이 그토록 속상해서 울었다.



엄마는 늘 그대로 그자리에 있을것 같았는데

언젠간 내곁에서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너무 슬퍼 울었다.


얼마전 외할머니가 이제는 세상과 이별할 때가 거의 다 되어 엄마는 자신의 엄마를 요양원에 모셨다. 그런데 치매끼가 있으셔서 그런지 엄마가 찾아가면 누군지 모른다며 고개를 매섭게 획 돌리신다고 했다. 일부러 그러는지 진짜인지 모르겠지만 그 모습을 마주할 때마다 마음이 좀 그렇다고 하셨다.


어쨋든 그렇게 자신도 늙어 갈거라고, 그것이 세상의 이치라고 알려주셨다. 자신이 나를 딸로 낳아 똥기저귀 갈아주며 키웠지만 너가 내 똥오줌 받아줄거라 생각치 않는다며 그렇게 늙으면 너는 나처럼 처음부터 고생말고 일찍이 요양원에 보내달라는 말도 하신다. 전령 그리한다 할지라도 엄마 자신은 절대로 자신의 딸인 나를 잊어버리진 않겠노라 말하셨다.



세상에 어떻게 자신이 낳은 딸자식을 잊어버리냐며_

엄마는 그런 외할머니의 행동에 가슴아파하셨다.


아무래도 요양원에 데려다놨다고 외할머니가 엄마에게 화가나서 저러는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자신도 늙어서 추해지면 어쩌냐며 이상한 고민도 하셨다.






엄마는 아무래도 늙어감과 변화함. 그리고 이 세상을 언젠간 떠나야 한다는 걸 요즘 보고 느끼고 계셨던거 같다. 그리하여 은유의 예쁜 자람이 마냥 즐기기에는 안타깝게도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직시하셨는지도 모르겠다.



내 기억속 엄마는 늘 똑같다.


항상 눈웃음을 보여주시며 입술을 양끝으로 쭉 보내며 활짝 웃어주는 그 모습 말이다. 그 눈에 주름이 깊어졌지만 나는 내가 어릴쩍 보아오던 그때 엄마의 모습과 지금이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아왔다.



그렇게 엄마는 늘 그자리에 그대로 있을것만같다.


엄마가 없는 세상은 사실 상상하지도 못하겠다.



엄마가 늙어가고 병이 들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계속해서 눈물이 나왔다. 은유가 걷게되고 은유가 키가 자랄때마다 내 엄마 또한 조금씩 늙고 병들어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외할머니는 자신의 자식 여섯명 중 막내아들과 큰딸을 앞서보내셨다. 그나마 가장 가까이 사는 엄마가 외할머니를 돌보았다. 그마저도 엄마는 시아버지인 내 할아버지를 챙기느라 본인의 엄마는 늘 뒷전이셨다.



외할머니는 엄마가 자신을 요양원에 데려다놨다고 화가나신게 아닐거다. 외할머니는 엄마를 시집보내던날부터 너만 잘 살면된다- 하시며 여기일이랑 신경쓰지말라며 친정을 멀리하라 가르키셨다.


외할머니는 그냥 엄마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 그러신걸거다. 아니면 그 여섯자식중에서 가장 자신에게 신경을 쓰는 엄마에게 정을 떼고자 누군지 모른다며 가까스로 모질게도 고개를 돌려 버리시는것 일거다.








나의 엄마는 맨날 그자리에 그대로 있어줬으면 좋겠다.


지금까지처럼 .








하고싶은 공부한번 해보고 싶다고 크게 외치지도 못하고 지금까지 욕심한번 못내고 살아온 엄마에게 나는 그동안 고집만 부리던 이기적인 딸이었다.



그렇게 미안한데도

또 막상보면 잘하지도 못한다.



“ 엄마에게 잘해야지 ! “ 라는 다짐같은걸 하는 내자신도 싫다. 엄마는 그저 나에게 무조건적으로 잘만 대해주는데 나는 다짐따위나 결심따위를 하면서 잘하겠노라 주먹이나 불끈쥐다니,



어찌되었든 나는 엄마가 변하고 없어지는 세상은 상상을 못하겠다.


그냥 정말 그대로 있어주었으면 좋겠다.




——


자식 잘사는게 바로 엄마의 행복이라는 말로 내가 어쩌면 큰 효도 하고 있는걸지도 모른다는 친구의 말에 오여사님딸인 나는 오늘도 내딸인 은유를 키우며 크나큰 효도를 하며 잘 살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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