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는 기억 ㅣ 엄마는 육아 중 ♪
임신했을때도 호르몬의 노예였지만 출산 후 뭔가모를 슬픈 감정을 이겨내긴 더 힘들었다. 나는 예민한편이지만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헌데, 출산 후 나흘째 아침, 뉴스를 보며 미역국을 먹던 나는 그 뉴스 속 사정에 오열했고 예능을 보다가도 저 사람은 얼마나 힘들까 싶어 ,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드라마에 꼬마라도 나오면 저아이는 얼마나 힘들게 태어났을까 싶어 , 잘 알지도 못하는 어린이의 엄마가 출산하던 날까지 내가 감히 참견하며 펑펑 울어버렸다.
심지어 조리원의 아가동요부르기 놀이시간에 아가눈은 동그랗고 코는 세모나게 생겼다는 내용의 가사를 따라 배우면서 그렇게 동그랗게 태어나려고 _ 그 작은 얼굴에 코를 가지고 있다니 _ 라는 지금까지는 생각지도 못했던 미칠듯한 벅찬 감정에 휘말려 밝은 동요를 배우면서도 눈물이 자꾸나와 옆사람이 볼까 공기중에 내 눈물을 말려가며 애써 율동과 함께 노랫말을 따라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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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감정은 아이에게 젖을 물리면서 점점 이성적으로 그리고 원래의 나로 돌아온다던데 나의경우 은유가 너무작아 젖을 물릴수 없었고 잘먹지도 않아 내가 안을 수 있는 시간마저 적었다. 그래서 그 격한 감정의 시간을 남들보다 조금 더 길게 보냈던거같다.
세상 그 누구보다 슬프게 티비를보며 울고있는 익숙하지않은 마누라의 행태를 보며 앵기신랑은 연애 초반 슬픈영화를 보고도 울지않던 나를 회상시키며_ 당신은 그런사람이었다며, 갑자기 왜이러냐며, 적응못하겠노라 - 너무 어색하다 -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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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되면 많은 것이 변하는거 같다. 마음가짐은 물론이거니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앞으로의 삶의 방향까지도_ 이렇게 심한 터닝포인트가 엄마라는 시작인줄은 사실 잘 몰랐다.
나는 임신을 해도 배만 쪼끔 나오고 말줄 알았고 출산을 하면 바로 그 배가 들어가는줄 알았으며 세상을 살아가면서 ‘오로’ 라는 단어는 처음 알게되었고 붓기가 이렇게 무서운 아픔인줄 몰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