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히 라 Jun 02. 2021

호르몬의 노예

기록하는 기억 ㅣ 엄마는 육아 중 ♪

이놈의 호르몬



임신했을때도 호르몬의 노예였지만 출산 후 뭔가모를 슬픈 감정을 이겨내긴 더 힘들었다. 나는 예민한편이지만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헌데, 출산 후 나흘째 아침, 뉴스를 보며 미역국을 먹던 나는 그 뉴스 속 사정에 오열했고 예능을 보다가도 저 사람은 얼마나 힘들까 싶어 ,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드라마에 꼬마라도 나오면 저아이는 얼마나 힘들게 태어났을까 싶어 , 잘 알지도 못하는 어린이의 엄마가 출산하던 날까지 내가 감히 참견하며 펑펑 울어버렸다.



심지어 조리원의 아가동요부르기 놀이시간에 아가눈은 동그랗고 코는 세모나게 생겼다는 내용의 가사를 따라 배우면서 그렇게 동그랗게 태어나려고 _ 그 작은 얼굴에 코를 가지고 있다니 _ 라는 지금까지는 생각지도 못했던 미칠듯한 벅찬 감정에 휘말려 밝은 동요를 배우면서도 눈물이 자꾸나와 옆사람이 볼까 공기중에 내 눈물을 말려가며 애써 율동과 함께 노랫말을 따라불렀다.





이런 감정은 아이에게 젖을 물리면서 점점 이성적으로 그리고 원래의 나로 온다던데 나의경우 은유가 너무작아 젖을 물릴수 없었고 잘먹지도 않아 내가 안을  있는 시간마저 적었다. 그래서  격한 감정의 시간을 남들보다 조금  길게 보냈던거같다.



세상 그 누구보다 슬프게 티비를보며 울고있는 익숙하지않은 마누라의 행태를 보며 앵기신랑은 연애 초반 슬픈영화를 보고도 울지않던 나를 회상시키며_ 당신은 그런사람이었다며, 갑자기 왜이러냐며, 적응못하겠노라 - 너무 어색하다 - 하였다.



-



엄마가되면 많은 것이 변하는거 같다. 마음가짐은 물론이거니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앞으로의 삶의 방향까지도_ 이렇게 심한 터닝포인트가 엄마라는 시작인줄은 사실 잘 몰랐다.



나는 임신을 해도 배만 쪼끔 나오고 말줄 알았고 출산을 하면 바로 그 배가 들어가는줄 알았으며 세상을 살아가면서 ‘오로’ 라는 단어는 처음 알게되었고 붓기가 이렇게 무서운 아픔인줄 몰랐었다.



앞으로 나는 또 얼마나 모르는 일들을 경험하게 될까 ,














eUn U MOM Instagram @hi___u.u_


엄마는 육아 중 ! ㅣ 엄마의 일기




매거진의 이전글 예의 바른 아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