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는 기억 ㅣ 하히라의 한중록
연애시절 함께 여행을 가면서 마트를 들렸다가 높은 곳에 있는 물건을 집어달라고 하면서 나도 모르게 키 큰 앵기맨에게 오빠- 라는 호칭을 썼다.
언제나 하이힐을 신고 만나다가 여행 가는 컨셉에 맞춰 운동화를 신고 만났더니 키 차이가 더 느껴져 높이 있는 그의 얼굴이 유난히 멀게 느껴졌었다. (사실 뭐 190되는 그런 키다리는 아니지만 말이다.)
그렇게해서 나도 모르게 나온 “오빠”라는 말에 앵기맨의 눈이 순간 반쨕거리더라 .
그 뒤로 오빠 소리를 하며 부탁하거나 오빠라고 부를때면 초고속으로 달려와 반응하는 거 같은 그남자의 행동은 그냥 나만의 느낌적인 느낌의 착각인가 했는데 앵기맨이 남동생만 있어서 그 오빠라는 소리를 못 듣고 자라와서 그 오빠란 소리가 꽤나 설렌다는 이야기를 해줬다. 그 사연을 듣고 나서 내가 앵기맨을 부리는 호칭이 그날로부터 공식적으로 “오빠”가 되었다.
우리는 동갑내기 같은 86년생.
사실 나보다 늦게 태어난 11월생 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 오빠라는 호칭의 마법은 내가 어디서 어떤 상황에서 불러대도 나에게 필히 달려오는 마법을 가졌다.
그러면서 오빠가 이거 ~ 오빠가 말이야 ~ 라는 자신을 오빠화 시키는 자신만만한 사태도 함께 가져왔다.
나중에 은유가 커서 내가 하는 모든 것을 따라 하게 될 때,
아빠를 오빠라 부르지 않게 하기 위해 이제부터 여보 당신 남편화 시키야겠다.
그래도 아직은 오빠가 편하다. 오빠도 아니지만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