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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히 라 Dec 18. 2023

친구 이야기

기록하는 기억 ㅣ 하히라의 한중록

나와 친구이야기





















우리는 함께하던 그때에도 

지금처럼 서로를 외면하기 보다

서로를 마주했었고 언제고 상대를 바라보았지.



나는 어느새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버렸고, 너는 한남자의 아내가 되기 위해 준비하고 있던 그때 그날_ ⠀우리는 각자의 사정을 쓰다듬으면서 나는 네게 미안하다 말했고 너는 이내 아니라고 대답했지.⠀그러고 나서도 한동안은 계속해서 미안하다 - 아니다 -⠀그리고 미안했다 - 아니었다 - 를 되받아 치며 몇번이고 같은 말을 같은 마음으로 반복했었지 .


왜인지 몇번이고 네게 말할 만큼 나는 참 미안했어.


너와 내가 보냈던 시간들 만큼 나는 네게 모자란 것만 같았어. 그리고 그걸 용서받고 어쩌고 할 만큼의 사이가 아닌 우리의 관계가 더 네게 미안하다고 말하게끔 만들었는지도 몰라.



너에겐 늘 사람이 많았지. 고등학교 시절 양재 시민의 숲에서 몰래 알콜을 나눠 마시던 그때부터 너의 곁엔 언제나 사람이 차고 넘쳐났지.



그때 소독도 하지 않았던 잔디풀을 헤치고 돌아다니다 다리에 

울긋불긋 풀독이 제대로 올라 한동안 약바르고 고생했던거 기억나 ? ㅋㅋㅋㅋㅋ



나는 너로인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인연을 맺기도 했고, 너로인해 연락이 끊겼던 친구들도 다시 재회 할 수 있었어. 그토록 감격스럽게도 너의 곁에 인복이 흘러넘치는 그 이유가 상대를 위하는 배려심과 함께 있는 이를 웃게 하는 유쾌함이 공존하는 너라는 존재 때문이라는 것을 나는 너무나 잘 알고 있어.




그리고 넌 누구보다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더라.

나와 만날때도 너는 늘 듣는이였고 나는 떠는이였어 ㅋ


너는 그렇게 내 목소리에서 호소하는 말들을 귀담아 들어주고 이해해주며 간직해주었어. 

그리고 떠벌리지도 않는 몇안되는 그런 사람이었지.


그토록 고마운 너에게 나는 그 보답으로 밥값을 내거나 술값을 지불하거나⠀

그도 아니면 택시비를 막 던져주는 것으로 그것을 대신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마저도 넌 늘 되갚아주는 사람이었지만 말이야.




난 참 너를 아껴 .


이런 내 마음을 나는 이따금씩 너에게 전해왔어.


그 마음이 뜻대로 잘 전달되지 않을때에도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게 다시금 그 마음을 전했지.⠀그것이 닿지 않더라도 그려러니 하고 다시 또 보내면서도 어쩌면 제대로 전해질 날을 기약하지. 언젠간 그리고 언제고 내 마음이 너에게 정확하게 전달될 수 있겠지 .


그게 꼭 지금일 필요는 없어.




너와 내가 물리적거리가 참 멀어지고 우리가 또 이렇게 다른 삶을 마주하게 되면서 앞으로 함께하는 시간보다 각자의 시간을 살아가게 될 우리는 어쩌면__⠀언제볼까 라는 말이나 한번보자는 인사를 건내고 그 말을 지키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겠어. 나는 이것이 꼭 나쁜다고만 보지 않아. 우리가 그만큼 세월이 흐른 친구사이가 된거라고 생각해.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며 인정해가는 그런사이 .



시시콜콜 사정을 이야기하지 않아도

너는 내가 그 어떤 일이든 잘 해내고 있다고 굳게 믿을 것이고 

나는 네가 그 누구보다 행복하리라 결코 의심치 않을거야.





그날도 말했지만,


이제는 나를 아줌마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나자신을 칭하게 된 내가 자신있게 너에게 말할 수 있는건 결혼은 추천이고 !


아이는 축복이야 !!


물론 , 육아는 ...


내가 지금껏 살아오면서 아주 사소하게 잘못했던 모든 일에 대한 댓가로 하늘에서 내려진 벌을 주어받는 기분이기도 하지만 말이야. ( 미리 각오해 둬 !! ㅋㅋㅋ )




지금 쯤 7번 국도을 따라 씬이나게 달리고 있을 너희 커플에게

앞으로 나아가는 그 시간들이 내가 살아가는 시간과는 다르더라도 언제고 너와 내가 지금껏 살아왔던 것처럼 유쾌한 세월을 남기도록 하자 : )





그리고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나는 너를 늘 회색교복을 입은 내 앞 대각선 자리에 앉았던

그_ 머리 긴 소녀로 기억할거야.





고마워 .


그때 몇년만에 우연치 않은 곳에서 다시 재회했던 날_

쌩얼임에도 불구하고 나를 기필코 불러주어서 ,


그리고 반겨주어서 ♡

그 자리에 있어주어서 .






예전에 한번 말한적이 있는데 ,

나는 술에 취하면 일기를 쓰는 버릇이 있어.


이 글은 말이야, 그날밤 그렇게 취한 와중에 심하게 감성에 젖어 써내려 간 글이야.

물론, 오타가 많아 다시 열심히 고쳐냈지만 ㅋ



#친구규진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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