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는 기억 ㅣ 하히라의 한중록
아빠의 운동은 테니스와 골프이다.
어릴때 아빠를 따라 간 테니스장에서 높은 의자에 올라 심판을 보며 양팀의 점수를 넘겨 주던 일이나 공 몇백개만 치고 가자는 아빠를 골프연습장에서 죽치고 앉아 기다린 기억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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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도 운동에 진심인 아빠에게 “아빠는 홀인원 해 본적 있어 ?” 라고
얼마전에 물어봤는데 아빠는 그건 무척 어려운 일이라고 답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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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휴대폰이 생겼을때부터
아빠는 내게 문자를 자주 보내주셨다.
기본적인 연락을 취하는 일로 연락을 하는 것 외에 아빠는 한줄의 짧고 명쾌한 문장이나 명언 그리고 생각을 곱씹어 보게 하는 그런 문자를 늘 보내와 주셨다. 그 문자들은 내게 자양분이 되어 나라는 사람을 만들었다. 생각해보면 참 어렸던 내가 한달동안의 나름 긴 인도여행 기간 중에 엄마는 나를 모질고 강하게 버티도록 연락 한번 취해주지 않았지만, 이따금씩 해외로 전송된 아빠의 메시지는 당시 문자요금으로는 상당한 비용을 지불해야 했음에도 어떻게서든 그렇게 아빠는 내게 격언을 아낌없이 전달해주었다.
신기하게도 아빠의 그 문자들은 언제고 내 상황과 맞물려 사태를 해결해 가거나 친구와의 관계를 더 돈독히 해주곤 했다.
아빠는 여전히 내게 명언들을 보내온다. 결혼한 뒤론 나와 신랑에게 함께 보낸다. 그런데 스마트폰이 나온 이후부터 아빠의 명언은 단 한줄짜리 짜릿한 문구가 아닌, 길고 긴 문장이거나 혹은 영상을 포함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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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인지 나는 짬을 내어 그것들을 보지 못해왔다.
이따봐야지 해놓고 찾아보지 않았다.
어쩐지 오늘은 아빠가 그동안 보내 온 내게 하고싶었던
깊이 있는 문구들을 다시 살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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