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는 기억 ㅣ 하히라의 한중록
예전에 소개팅을 나갔는데 상대가 참 별로여서 무슨이야기를 할까 고민하다 다음주에 갈 제주도 휴가 이야기를 꺼냈다고 한다. 그리고 어색한 사이에, 그리고 할말이 없을때면 늘 등장하는 날씨를 언급하며 일주일의 휴가라는 그 시간동안 미리 정해놓은 그 날짜에 하필이면 비가온다는 말을 꺼내자_ 상대는 차분하게 대답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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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오면, 우산을 쓰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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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연한 말을 해주던 그 사람의 손은 바르게 우산을 들고있는 모양새를 갖추고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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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소개팅 일화는 아니고 다른분의 경험담이지만 이따금씩 비가오면, 그리고 날이 흐리거나 제주도의 변화무쌍한 구름의 이동을 회상하거나 사진을 볼때면 우산을 쓰면 된다는__ 내가 만나지도 않았고 전해만 들었던 그 남자의 당연한 대안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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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는 그 어떤일을 한탄만 하고 울쩍해지기 보다는
그 상황을 즐길 무언가를 ‘당연히’ 해보는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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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런 올바른 말을 상기시키는 사람에게서 오는 ‘빛’ 이라는 것은 분명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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