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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히 라 Sep 02. 2021

베이비이어

기록하는 기억 ㅣ 엄마는 육아 중 ♪

귀교정





 은유의 귀는 태어났을 때부터 엄청 눈에 띄었다. 작은 얼굴에 부처님 귀 모양의 큰 귓불은 내 유전자를 물려봤었노라_ 내 딸 임이 틀림없다_라고 씌어있는 거 같았다. 문제는 귓바퀴였다. 예정일보다 일찍 태어난 이른둥이 은유의 귀는 처음에는 엄청 많이 접혀있었는데 다 크지 못하고 나와서_라는 말도 있었고 양수가 부족해서, 또는 자궁이 좁아서 귀가 접혀있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어찌 되었든, 어떤 이유이건, 처음에는 쭈굴쭈꿀 접혀있던 은유의 귀가 그렇게 신경 쓰이진 않았다.


자연히 곧 예쁘게 다른 아기들의 귀처럼 바르게 펴질 거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리고 손으로 줄곧 만져주면서도 그렇게 접힌귀는 문제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오십일 즈음 나는 은유 귓바퀴의 문제성을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수유할 때마다 귀만 만져줬는데 그러니까 하루 8번 이상의 수유였고 한쪽당 15분씩 그렇게 열과 성을 다하였건만 매끄럽지 못한 귓바퀴는 자리 잡을 생각일랑 하지 않았고 오히려 이젠 딱딱하게 굳어갔다. 사실 내 귓바퀴가 예쁘지 않다. 나는 그 컴플렉스를 숨기고자 묶음머리를 할 때는 머리카락으로 매끄럽지 못한 귀 윗부분을 가렸고 머리를 풀고 있을 땐 귀 뒤로 머리카락을 잘 넘기지 않았다. 유전자의 힘이 대단하지. 그걸 왜 닮았나 너무너무 미안했다. 더 큰 문제는 귓바퀴의 매끄러운 정도가 아니었다. 은유의 귀는 뾰족해지고 있었다. 소위 요정 귀, 박쥐 귀라고 불리는 그런 모양 말이다. 그때부터 은유의 귀가 내 눈에 너무너무 거슬렸다. 만져주면 괜찮아 지겠지_의 영역을 벗어나는 거 같았다.


조금 여유가 생긴 칠십여 일쯤 나는 폭풍 검색을 통해 인터넷에 빠져있었다. 그래서 알게 된 것이 - 베이비이어. 은유의 귀는 뼈가 잘못 자리 잡은 경우도 아니었고 매몰귀도 아니었지만 온라인 상담 결과 요정 귀로 판명되었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했다. 교정을 시작하는 때를 기준으로 두배의 시간이 든다고 했다. 신생아 때 시작했다면 2,3주면 끝날 교정이 미루면 미룰수록 더 오래 걸리는 것이었다.


남편은 내속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였다. 나는 그동안 컴플렉스로 누구에게도 언급하지도 않고 내보이지 않았던 내 귓바퀴를 보여주고 가리키며 언급해대면서 은유의 귀가 이렇게 될 수도 있다고 호소했지만 “그 귀가 뭐 어때서 그래“ 라는 답변만이 돌아왔다. 나는 뾰족해 보이는 은유의 귀가 나중에 아이가 커서 놀림받지 않을까, 상처 받지 않을까, 고민되었다. 베이비이어의 가격은 어차저차 하여 30만 원 정도를 지출하게 만들었다. 거기에 그걸 잘하는 의사를 찾아가면 진료비도 10-20은 매번 깨진 다고 들었다. 비싸다. 그래 그거 왜 그렇게 비싼가. 그렇지만 몇백짜리 수술도 아니고 지금 교정하면 평생을 예쁜 귀로 살아갈 수도 있는데 ? 하지 않을건 뭔가 ?  내 말에 설득되지 않고 무조건 꼿꼿한 남편과 며칠을 싸웠다.


"나도 한번 알아볼게“ 라고 말했던 남편이 어디선가 나중에 아이가 커서 아빠 때문에 내 귀가 이런 거라는 말을 들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보았는지, 어쨌든 자신은 그런 아빠는 절대 되고 싶지 않았던지 타협점을 찾아 중고거래를 제안했다.


아기용품에 유난히 예민하여 늘 새 거를 구입해오던 남편이 중고라는 제안을 해오자 나는 참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하였지만 어쨌든 받아들였다. 병원 진료는 처음부터 갈 생각이 없었다. 수도권 쪽에서는 독점으로 한다는 인천의 소아과까지 갓난쟁이를 둘러업고 매번 이래저래 왔다-갔다 다닐 자신은 없었다. 손재주가 있으면 직접 해도 좋다는 말을 들었고 여기저기서 베이비 이어를 착용해주는 동영상을 모아 모아 보았다.




베이비 이어 공식 웹사이트는 엄청나게 허접해 보였다. 아니 허접하다기 보단 뭐랄까, 요즘 시대에 맞지 않아 보였다. 천리안을 사용하던 90년대 즈음 홈페이지의 모습이랄까, 관리가 잘되어 보이지 않는 그 사이트를 뒤지고 뒤져 상담문의를 담당하는 메일 주소를 알아냈을 때까지 나는 신뢰감이 들진 않아 보이는 그 웹사이트에서 지프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는지도 모른다. 신생아의 귀는 베이비이어 말고도 다른 방도가 하나 더 있는데 그것은 생후 2주 정도까지만 가능하며 단 20분의 병원 시술로 올바른 귀 모양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비용은 알아보지 않았지만 꽤 나갈 것 같았다. 어쨌든 나의 아기는 그렇게 고가의 비용으로 해결되는 병원의 시술 시기는 이미 지났기에 내가 붙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대는 바로 '베이비이어' 뿐이었다. 그러니 내가 어찌 그 사이트에서 벗어날 수 있었겠는가?


남편에게 홈페이지를 소개하고 내가 문의 메일을 보내겠다고 통보해 놓자 역시나 신랑은 그 사이트가 너무 오래되어 보인다는 반응으로 그 교정기에 대해 신뢰감이 들지 않는다 말했다. 그리고 베이비 이어의 원리를 보여주는 동영상을 확인하고는 이것이 삼십만 원이나 한다면 비슷한 어떤 제품이 나왔어야 한다며_ 실리콘 쪼가리로 엇비슷하게 만들어 돈 벌려 달려드는 누군가가 한 명도 없지 않냐고 반박했었다. 그래서 어쩌라는 말인가, 그런 비슷한 것이라도 좋으니 나는 하루빨리 은유의 귀를 교정해주고 싶었다. 인스타에서는 해시태그로 검색하였고 네이버 블로그는 미친 듯이 뒤져대며 즐겨찾기에 저장해놓고 있었다. 문의 메일에 대한 답장으로 요정 귀로 판정받고 그 담당자가 직접 전화가 와서 긴 통화를 하게 되었을 때 나는 이런 나를 이해하지 못 파는 신랑에 대해 처음 듣는 그 목소리에 대고 하소연을 하기도 했다. 


어찌 되었든 우리 부부는 중고거래로 베이비 이어를 구입하였다. 2주 사용하여 큰 효과를 받다는 리세일러에게 상처가 생기면 바르는 에스로반 연고도 소개받았고 꿀팁도 전수받았다. 나 또한 중고거래를 허락했던 이유는 생각보다 비싼 가격도 있었지만 베이비이어 자체가 현금거래만 되는 이상한 시스템이 달갑진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유선상에서 그 담당자는 내 아이의 귀가 제대로 자리 잡길 바라면서 만든 것이지 금전적 이익을 취하려고 이렇게 까지 전화드린 건 아니라는 립서비스 멘트도 함께 날렸었다. 나는 그런 말을 하면서 현금만을 계좌이체로 받아내는 그 사람의 목소리를 길게 들으며 속으로 '그럼 남편과 갈등을 겪으면서 필사적으로 내 아이의 귀를 교정해 주고 싶은 나라는 사람에게 하나쯤은 헌사해 주신다는 말은 왜 하지 않는 것일까 ?' 생각하며 베이비이어 가격으로 현금을 받는 계좌는 하필이면 회사명의도 아닌 당신 개인의 명의이며 현금영수증 따위는 제공도 되지 않는 시스템을 아직까지 유지해서 내 신랑이 베이비이어에 대해 신뢰하지 못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는지 묻고 싶었다. 어쨌든 이렇게 까지 내게 전화해서 연계병원과 예약까지 잡아주겠다고 하는 행위의 이유는 당연히 결과적으로 당신의 금전적 이익이 아닐까 싶었다.


어찌 되었든 은유는 베이비이어를 시작할 수 있었다. 인스타에 의사가 직접 착용하는 동영상이 몇 개 올라와있었기에 유심히 살펴보았고 베이비이어 관련 글이 있는 블로그는 이미 통달했기에 나에게는 그것이 딱히 어려워 보이진 않았다.




중고거래를 하기 전 마지막으로 신랑은 아직까지도 귀 교정에 대해 불신이 남아있었는지 우리가 다니고 있는 소아과 선생님도 은유의 귀가 교정해야만 하는 것이라고 동의한다면 구매를 확정 짓자고 했었다. 나는 은유를 몇 달 동안 봐오면서 귀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않었던 의사 선생님에게 이것을 여쭤보았다가 그냥 두셔도 괜찮다는 대답을 들어버리게 되어 지금까지 설득하고 사치하며 보낸 시간을 한방에 날릴까 두려웠지만, 다행히 선생님은 은유에게 귀 교정을 권하였다. 말씀드릴까 말까 고민했지만 이것은 미용상의 문제이고 건강상의 문제는 되지 않아 언급하지 않았노라 차분하게 말씀하시더니 "베이비이어" 라는 명칭을 정확히 말하고 그것을 구입하여 오시면 자신이 교정하는 법을 알려드리고 직접 시범을 보여주신다고도 하시는 것이었다 !


인천에서 베이비이어로 아기들의 귀 교정을 독점하고 있다는 그 의사 선생님을 찾아뵐 생각은 하지도 않았지만 그 대기환자수가 엄청나고 불만족스러운 리뷰를 많이 본터라 내가 하겠노라 마음먹은 상태였지만 은유의 담당 소아과 선생님의 말에 나는 빛을 보았다. 너무 감사하다 인사드리고 베이비이어를 구입한 후 찾아갔을 때 선생님은 긴 시간을 들여 착용에 도움을 주셨다. 진료비는 단돈 1.900원이었던가.


십만 원 이십만 원 내고 인천까지 가지 않아 좋았고, 의사라는 사람이 알려주는 방법을 내 눈앞에서 보아 좋았다. 은유는 80일 즈음 베이비이어의 첫 착용을 했었다. 착용 시점 날짜에서 곱하기 2를 해야 한다고 하니 은유는 앞으로 160일 정도를 착용해야 요정 귀를 탈피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생후 240일까지는 곧잘 착용해 주어야 했다. 




 지금 은유는 300일을 지나가고 있다. 베이비이어의 후기를 먼저 말하자면, 아기를 수유하거나 잠을 잘 때 부착해줘야 아기가 움직이지 않고 거부하지 않아 그나마 편하고 주 1회 정도는 다시 떼서 교정기 주변으로 상처가 생긴 건 아닌지_ 진물이 나는 건 아닌지_ 확인해 주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일주일에 5일을 부탁하고 이틀 정도는 상처를 아물게 하고자 떼어낸 상태로 지냈었다. 지금까지의 경과는 좋다. 가장 초기에 착용했던 효과가 제일 좋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디게 제대로 된 귀 모양으로 자리 잡고 있긴 하다. 그러나 아직 은유는 귓바퀴가 아주 매끄럽게 예쁘진 않다. 분명 충분한 교정기간을 가졌음에도 80일 넘어 시작한 것은 늦은 시기였기에 이러한 것 같기도 하고 그 무엇보다 유전자의 힘에 강하니 이러한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정말 다행으로 요정 귀는 벗어난 거 같다. 나는 앞으로도 조금 더 베이비 이어를 착용시켜줄 요량이다. 은유가 답답해하더라도 조금만 참아달라고 애원하고 있다. 아마 제대로 자리를 잡으면 후에 "엄마 고마워요" 할 것이다. 분명하다.  어른들말이나 나중에 괜찮아진다는 말은, 그럴 수도 있지만_ 그렇지 않을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나는 그저 내 딸에게만큼은 할 수 있는 걸 포기하지 않고 해주고 싶었다.


끈기 있게 조금 더 교정해줄 것이다. 그래서 은유는 머리카락 한올 남기지 않고 귀 뒤로 싹 넘겨 자신감 있게 올빽 하고 다녀도 되게 말이다.



         ☺










덧붙여


베이비이어 사이트가 개선되길 바란다. 그래서 그 사이트에 접속하는 모든 엄마 아빠들이 그 효과를 신뢰하며 많은 아이들이 예쁜 귀로 교정받길 바란다. 물론 카드결제 시스템도 이루어지도록 업그레이드시키고 베이비 이어 전담 병원도 전국에 많이 많이 아주 많이 생겼으면 한다. 




http://babyears.co.kr/index.html



https://blog.naver.com/babyears













문의가 많아 한번 더 쓰게 된 베이비이어 후속 글

https://www.instagram.com/p/CyN0BdHLn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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