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말하는 가족은 피가 섞인 가족을 전제로 이야기한다.
나는 삼 남매의 둘째로 태어났다. 둘째로 산다는 것은 지옥 같았다. 위아래로 3살 터울이었는데, 위아래로 치였다. 부모님의 사랑은 위아래의 남자들이 독차지했다. 아버지는 분노조절을 못했다. 어머니는 남아 선호사상이 있었다. 부모님은 칭찬에 인색했다. 힘든 것을 넘어서서 죽고 싶었다. 학창 시절에는 항상 자살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버텼다. 하루는 자살시도를 했다가 말았다. 죽기에는 분했다. 매일 같이 분노가 나와 함께 했다. 보기에는 남들과 잘 어울렸지만, 누구와도 어울리지 못하는 기분이었다. 친구들의 웃는 소리가 부러웠다. 나는 모든 게 귀찮았다. 친구, 학원, 모든 인간관계.. 심지어는 눈뜨기도 귀찮아서 그냥 감고 학교 복도를 걸어 다녔다.
이러한 우리 가족은 나만 없으면 완벽했다. 6살 터울의 형제. 우애가 좋았다. 형은 동생에게 절대 화내지 않았다. 아버지도 동생에게 화내지 않았다. 어머니는 힘이 없었다. 나는 항상 가족이 모이는 자리이면, 최대한 빨리 빠져나왔다. 가족이 들어서는 현관문 소리만 들려도 움찔거린다. 무섭다. 공황이 생기고 우울증이 왔다. 하지만, 아무도 나의 상태에 궁금해하지 않는다.
이러한 인생에 나를 살아나게 하던 것은 사랑이었다. 사랑으로 많이 아팠지만, 사랑으로 많이 일어섰다. 나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하더라도, 나의 아픔을 함께 했다. 나를 항상 주의 깊게 살펴줬다. 사랑의 감정을 알게 해 줬다.
그렇게 나는 점점 나아져 갔고, 한 발짝 뒤에서 나의 가족을 바라보았다. 나는 왜 여기에 속할까를 궁금해하지 않아도 됐다. 가족은 그냥 가족일 뿐이다. 가끔 생각나면 챙기면 되는 사이이다. 나중에는 가족밖에 없다고들 하지만, 그렇게까지 가족을 아낄 필요는 없었다. 가족도 그냥 사람으로 대하면 됐다. 크게 신경 쓰지 않으면 된다. 가족에게서 서서히 정을 떼면 됐다. 그게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가족의 성격을 바꾸는 것은 그냥 다시 태어나는 게 더 빠르다는 생각으로 가족은 그냥 태어나서 함께 하게 약속된 존재들일뿐이라 생각한다.
가족에게 크게 의미부여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 물론 함께 평생을 하기에 사이가 좋으면 좋고, 건강하면 좋기 때문에 걱정을 하고 서로를 챙기는 것이다. 가족이란 그냥 딱 그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