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코라테스도 소간은 못 참지.
훈련소에 도착했을 때, 나를 맞이한 건 ‘절대복종’의 오라를 풍기는 셰퍼드 교관들이었다.
그들은 마치 군기가 바짝 든 이등병처럼 앞발을 모으고 서 있었다.
‘쯧쯧, 영혼 없는 눈빛들이군. 빗물 섞인 멸치 대가리의 그 깊은 풍미를 니들이 알아?’
나는 짐짓 반항적인 눈빛으로 먼 산을 보며 하품을 찍 내뱉었다.
하지만 그 허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내 코끝을 스친 것은 길 위의 썩은 생선 대가리와는 차원이 다른,
고소하고 육즙 가득한 ‘건조 소간’의 향기였다.
훈련사는 내 마음을 읽은 듯 간식 주머니를 짤랑거렸다.
“앉아!”
내 뒷다리는 야생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꼿꼿이 버텼다.
‘내가 이까짓 간식 한 조각에 엉덩이를 붙일 줄 아느냐!’
하지만 0.5초 뒤,
엉덩이는 자석이라도 붙은 듯 바닥에 철석 달라붙었다.
훈련사의 “옳지!” 소리에 정신이 번쩍 낫지만 입안으로 들어온 소고기가 이성을 마비시켰다.
멸치 대가리와 싸우던 지난밤의 무용담이 가성비 낮은 고생으로 치환되는 순간이었다.
가장 견디기 힘든 건 “기다려”였다.
코앞에 놓인 고구마 말랭이를 두고 명상을 강요당하는 기분이란.
옆에 있던 레트리버 녀석은 이미 해탈한 표정으로 침을 폭포수처럼 쏟고 있었다.
저 경지에 이르기까지 녀석은 얼마나 많은 고구마를 포기했을까.
나는 눈을 감았다.
‘나는 개가 아니다. 나는 흐르는 강물이다. 나는 소고기를 원하지 않는다...’
“먹어!”
그 소리가 떨어지자마자 빛의 속도로 간식을 낚아챘다.
훈련사가 감탄하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진돌이, 천재인데? 사회화가 체질이네!”
천재는 무슨.
나는 그저 효율적인 야수가 되기로 결심했을 뿐이다.
펜스를 넘어 쓰레기통을 뒤지는 것보다,
엉덩이 한 번 붙이고 스테이크를 하사 받는 것이
훨씬 스마트한 생존법임을 깨달았을 뿐.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건, 자유시간이었다.
드넓은 초원을 마음껏 달리는 기분이 근사했다.
나는 쇠창살 사이로 지는 해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자유는 펜스를 넘을 때가 아니라,
넘는 법을 알고도 ‘다음 간식 타임을 위해’ 인내할 때 오는 법이었다.
개코라테스를 꿈꿨지만, 나는 진돌이이고, 진돌이였다.
가볍게 시작한 진돌이 이야기가 생각보다 길어졌지만
혼자 웃으며 재미있게 썼던 것 같아요.
위대한 진돗개의 후손이지만
소고기를 포기하지 못하는 자본주의 진돌이의
안락한 반려견 생활을 응원하며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읽어주시고 댓글로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