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新) 별주부전 11 [END]

점점 더 멀어져 간다.

by 하이진

모쪼록 모든 것이 협력하여 원활하게 흘러갈 때는, 한 번쯤 의심해 봐야 했다. ‘어딘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말이다. 하지만 상황은 단연코 순조로웠다.


용궁 방문에 필요한 까다로운 절차, 폐호흡을 하는 육지 동물을 위해 개발된 터지지 않는 물방울 공수, 그리고 고압에서 납작하게 지포가 되는 걸 방지해 주는 최신 슈트까지. 비용이 어마어마했다. 그럼에도 콧노래를 부르며 여행 준비를 하는 토끼 회장을 보고 있노라면 만사가 행복했다.


사표 쓰고 나면 그렇게 일이 하기 싫다더니, 별주부의 심정이 딱 그랬다. 하지만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 했다.


‘조금만 참자. 이제 곧 지긋지긋한 육지 생활을 청산하고 집에 갈 수 있다.’


그렇게 노심초사하며 한 달이 흘렀다. 드디어 용궁으로 떠나는 날이었다.


핑크 비키니로 맵시를 뽐내며 우아하게 가운까지 걸친 토끼 회장이 선착장에 도착했다. 이리저리 둘러보며 용궁행 잠수함을 지긋이 바라보던 토끼 회장이 돌연 화려한 요트를 향해 몸을 돌렸다.


“어디 가십니까?”


“셀카 타임이지. 저기 멋진 요트 보이지? 이런 데서 사진 안 찍으면 손해잖아.”


손해인가…….


“찍어드릴까요?”


“됐어. 자네는 사진은 영~ 못 찍더라.”


그러면서 옆에 있는 햄스터에게 핸드폰을 내밀었다. 야무지게 그것을 받아 든 녀석이 오만하게 웃으며 별주부를 지나쳐 갔다. 이때까지만 해도 모든 게 순조로웠다.


온갖 추잡스러운 포즈와 괴상한 표정으로 수백 장의 사진을 찍어 대는 걸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렸다. 시간은 재깍재깍 흐르고 있었다.


“회장이임~~!”


별주부가 큰 소리로 토끼를 불렀다.


“이제 가셔야 합니다~!”


“아아……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군.”


토끼 회장은 미스코리아라도 된 듯 불특정 다수를 향해 우아하게 손을 흔들었다.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저는 당근 라이프를 그만두고 몰디브로 떠나요!”


“……………….”



선착장에 정박 중이던 요트가

점점 더 멀어져 갔다.

머물러 있는 요트인 줄 알았는데…….

가까워진 용궁 감옥엔,

제 발로 들어가야 하네.


계절은 다시 돌아오지만,

떠나간 토끼 회장은 몰디브에.

내가 실수한 게 뭐일까.

내가 놓친 것은 무엇일까.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핑크색 점을 보며, 별주부는 조용히 휴대폰의 전원을 껐다. 이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몰디브행 요트보다 빠른 속도로 잠적하는 것뿐이었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사기꾼의 말로는 항상 비슷했다.


흥하진 않아.





드디어 마무리를 했습니다.

또 어떤 이야기를 쓸까 아직 생각은 안 했지만

최근 깊이에 대해 조금 고민해 봤습니다.

뾰족한 답도 없고

사실 깊이랄 것도 없어서

그냥 나는 나대로 하는 수밖에 없구나

생각했습니다.


봄날, 좋은 시간들 보내시고 지금까지 신별주부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__)


PS.

별주부의 처절한 심경을 담아내다 보니, 본의 아니게 김광석 님의 <서른 즈음에>를 개사하게 되었습니다.

이 명곡을 사랑하시는 많은 작가님과 리스너분들께 심심한 사과를 올립니다.

부디, 너그러이 살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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