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가 무서운 당신을 위한 블랙코미디 단편
쑤니네 집. 적당히 어질러진 거실에서 네 명의 아줌마가 고스톱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오늘 패가 왜 이렇게 착착 붙냐? 투고!” 미야가 신나게 장을 내리치자, 쩡이가 얼굴을 찡그렸다. “아놔, 또 피박이네.” 쭈미는 패를 한 번 훑어보고 “오늘 패 영 별로넹” 하고 툴툴거린다. 그 옆에서 쑤니는 광만 챙기며 킥킥댔다. “그러니까 나처럼 광이나 팔라니깐~”
“쑨, 닥치고 가만히 좀 있어줄래? 지금 내 머리에서 김 나는 거 안 보여?” 쩡이가 으르렁대자, 쑤니가 눈이 번쩍 떠진다. “어! 그럼 냉커피라도 끓여 올까?” “그래, 그건 좋은 생각이다.” 미야는 “난 아메리카노 스타일”을, 쭈미는 “난 다방 스타일”을 외쳤다. “야, 그냥 주는 대로 처먹어.” 쑤니는 투덜거리며 주방으로 갔다.
그리고 잠시 후, 집 안을 찢는 듯한 비명. “꺄아아아악!” 쑤니가 공포에 질린 얼굴로 주방에서 튀어나왔다. 그러나 고스톱 판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커피 타다 말고 왜 소리를 질러?” 미야는 점수만 세며 중얼거렸다. “쓰리고니까 쩡이 피박, 5,600원. 쭈미는 3,000원.”
“바, 바퀴벌레가 나타났어…” 쑤니는 거의 사색이다. “에이, 나 안 해. 다 털렸어.” 쩡이는 패를 던지고 먼저 나가버렸다. 쭈미는 미야를 쏘아보며 “너 타짜 아냐?”라고 툴툴댄다. “얘들아, 어떻게 좀 해봐…” 쑤니가 매달리지만, 미야는 다리를 긁적이며 말한다. “하루 이틀 보는 애들이냐? 그냥 네가 처리해. 나도 걔 반갑진 않다.”
쑤니는 에프킬라를 찾으러 집안을 헤집는다. 쭈미가 조심스럽게 주방으로 들어가 살펴보더니, “야, 도망갔나 봐. 안 보이는데?”라고 말하자 쑤니의 얼굴이 더 일그러진다. “어쨌건 이 집 안에 있는 거잖아…” 미야는 음흉하게 웃으며 한마디 보탠다. “어디, 이 집에 한 마리만 있을 것 같냐?”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 쑤니가 안절부절못하는 사이, 미야와 쭈미는 “야, 우리 간다~” 한마디 남기고 슬쩍 사라졌다. 타다 만 커피잔들만 남은 주방. 에프킬라를 든 쑤니는 냉장고 뒤, 구석, 틈새를 샅샅이 뒤지고 있다.
‘자다가 손 위로 바퀴가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상상만 해도 소름이 돋는다. “으으으으…” 쑤니는 몸서리를 치더니 이를 악문다. “반드시 찾아내야만 해.”
한편, 냉장고 뒤 어둠 속. 지구방위대 바퀴 5형제 중 1호, 2호, 4호, 5호가 모여 있었다. 며칠 전, 3호가 전사했다. 수많은 전투에서 공을 세운, 5형제 중 유일한 여자이자 1호의 연인.
“3호가 죽은 건 안타까운 일이지만, 감정적으로 행동해선 안 돼.” 2호가 낮게 말했다. “우린 인간들의 사소한 몸짓에도 죽을 수밖에 없는 신세야. 지금 중요한 건 네 복수가 아니라 ‘우리 임무’야. 개미 진영은 지금도 영역 넓히려고 필사적이라고.”
1호의 더듬이가 떨렸다. “냉정한 자식. 우리가 그냥 동료야? 우린 지구방위대 바퀴 5형제야. 그리고 3호는…” 말끝이 떨린다. 2호는 단호했다. “우린 인간이랑 싸울 수도 없어. 우리의 적은 개미들이야.”
“다 필요 없어. 나 혼자서라도 3호 복수할 거야.” 1호는 눈물을 흘리며 인간 구역으로 뛰쳐나갔다.
그의 머릿속을 스치는 기억 하나.
‘1호, 나 잡아봐라~’ 술래잡기하던 3호가 철퍼덕 넘어지며 “어머, 이를 어째?” 하고 웃던 얼굴. “앗싸, 잡았다. 인간 구역 정찰 네가 하고 와.” “남자가 왜 그래?” 투덜대던 3호를 억지로 내보내던 그날, 그리고 낮에 나갔다는 결정적 실수.
“내가 미친놈이지…” 자책이 채 끝나기도 전에, 1호 앞에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웠다. 인간이다.
“꺄아아아악!!” 거대한 비명과 함께 독가스가 밀려든다. ‘인간도 우리를 무서워하는 것 같군… 하지만 정면 승부는 자살이야…’ 1호는 버티려 했지만 결국 인간 구역으로 튀어나왔다가, 에프킬라 세례를 맞고 쓰러진다.
바퀴는 인간보다 먼저 태어났고, 지구가 멸망해도 살아남을 종족이라 했다. 우리 구역은 결국 지켜질 것이다. 우리의 진짜 적은 개미가 아니라 인간이었다… 3호, 나도 곧 간다…
1호의 더듬이가 마지막으로 떨릴 때, 쑤니는 멀찍이 서서 속삭였다. “죽었나… 갑자기 살아서 움직이는 건 아니겠지…?”
띠리링, 띠리링. 남편에게 전화했다. “요즘 바퀴가 너무 자주 나와. 킬라로 잡긴 했는데 심장이 콩닥거려서 뒤처리를 못하겠어…” 남편의 대답은 담담했다. “넌 바퀴에 좀 더 노출될 필요가 있어. 자꾸 부딪치다 보면 익숙해져. 나 오늘 늦어. 알아서 처리해.”
뚝. 멍—
죽어도 화장지로 집는 짓은 못해… 그러다 번뜩인다. 그래, 빗자루랑 쓰레받기로 쓸어 담아서 변기에 버리는 거야. 완전범죄. 쑤니는 계획대로 1호를 쓸어 담고, 변기에 털어 넣고, 물을 내렸다. 콸콸콸—
다음 날도 고스톱 판은 돌아갔다. 여전히 광만 파는 쑤니, 오늘도 피박에 시달리는 쩡이, 타짜 의심받는 미야.
한편 지구방위대 바퀴 기지에서는 남은 2호, 4호, 5호가 회의를 하고 있었다. “아직 1호 안 돌아왔지?” “응… 어제 말렸어야 했어…” “너, 2호. 어제 너무 냉정했어. 새 요원을 뽑아야 한다느니 뭐니, 상처받았을 텐데.”
“인간들은 잔인해. 큰 덩치 믿고 눈에 띄면 그냥 죽이려고 하잖아.” 5호가 분개했다. “우린 그저 인간 손이 닿지 않는 구석에 조그만 영역 하나 확보했을 뿐인데…”
2호가 한숨을 쉬었다. “인간은 욕심 많은 종족이야. 조금도 자기 걸 내놓지 않지. 게다가 우릴 싫어하는 건 그 때문만도 아니야. 외모를 혐오해.”
4호가 불끈했다. “인간 미적 감각에 문제가 있는 거지. 가늘게 뻗은 다리, 긴 더듬이, 짙은 밤색 등껍질, 망사 같은 날개, 얼마나 아름다운데.” 5호도 거들었다. “맞아. 우리 목욕재계하고 인간 구역 들어가서 ‘우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직접 보여주자.”
“바보 같은 소리 집어치워.” 2호가 잘랐다. “인간들은 자기 머릿속 프로그램 밖에는 생각을 못 해.” 뒷말을 이은 건 5호였다. “그래도 1호랑 3호가 죽었는데 가만있을 순 없어. 우린 그냥 동료가 아니라 형제야. 난 복수하러 갈 거야.”
결국 3마리는 복수 작전을 세웠다. 공격 대상: 인간 ‘정쑤니’. 특징: 바퀴를 유난히 무서워함. 4호가 작전을 정리했다. “나는 주방 문 틈에서 먼저 시선을 끌고, 그다음 2호가 냉장고 밑에서 튀어나와 돌진하듯 접근했다 도망. 그리고 5호가 싱크대 밑에서 다시 튀어나와 한 번 더 놀라게 하고, 마지막으로 내가 한 번 더 등장한 후 자정 전에 본진 복귀. 오케이?” “좋아!”
그 시각, 거실에서는 “쑤운~ 커피 한 잔” 소리가 또 들려왔다. 쑤니가 커피를 타러 주방으로 들어가자마자, 계획대로 4호가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꺄아아아아악!!!” 또 한 번 집안을 찢는 비명. 쑤니는 킬라를 찾느라 방 안을 헤집고 다녔고, 그 사이 고스톱 친구들은 슬쩍 자리를 옮기기로 결정했다. “야, 이번 판만 하고 쭈미네 집으로 가자. 위생 상태가 영…” “맞다, 저 계집애는 주방만 갔다 하면 소리 질러.”
친구들이 떠나고 휑해진 거실, 쑤니의 앞에 바퀴 세 마리가 나타났다. “이건 혼자 감당 못 해… 대대적인 방역을 해야겠어.”
쑤니는 방역업체에 전화했다. “오늘 반드시 와주셔야 해요. 며칠 사이 다섯 마리가 나왔다고요. 저 심장 약하단 말이에요.” 직원은 “아직 바퀴 때문에 심장마비로 죽은 사례는 없다”라고 말했지만, 쑤니는 진지했다. “어쩌면 제가 최초 보고 대상이 될지도 몰라요…”
결국 저녁 6시, 방역 기사가 도착해 집구석구석에 독가스를 뿌렸다. 그 시간, 바퀴 지휘부에서는 비상이 걸렸다. “10-1번지 기지는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6시에 독가스가 살포될 거라는 정보가 들어왔다. 남은 식구들은 10-2번지로 이동하라!”
10-2번지는 다름 아닌 쭈미네 집 주소였다. 바퀴들의 이사가 시작되는 동안, 10-1번지에서는 마지막 사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방역이 끝난 뒤 기사와 쑤니가 마주했다. “작업 다 마쳤습니다. 15만 원입니다. 참고로 바퀴 세 마리도 잡았습니다. 한 곳에 모아뒀고요. 3만 원 할인해 드릴 테니 처리 좀 부탁드리죠.” “그런 게 어디 있어요? 끝까지 마무리를 해주셔야죠!” 기사와 실랑이 끝에 3만 원 할인만 받기로 한 쑤니는, 결국 스스로 그 주검을 처리하러 들어갔다.
한편 죽기 직전의 2호, 4호, 5호는 독가스 속에서 간신히 숨을 붙들고 있었다. “내가 뭐랬어… 무모한 짓이라 했잖아…” 2호가 헐떡였고, 4호는 “온몸이 마비된 것 같아…” 중간에 숨이 끊겼다. 5호가 마지막 힘을 짜내 말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죽을힘을 다해 더듬이라도 한 번 더 움직이자. 우리가 죽은 줄 알았다가 갑자기 움직이면 그 인간 심장 제대로 공격할 수 있을 거야.” 2호가 희미하게 동의했다.
마침내 쑤니가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고 나타났다. 바퀴 세 마리를 한 번에 쓸어 담아 비로 덮어 버렸다. 2호와 5호는 마지막 반격을 시도하며 더듬이를 꿈틀거렸지만, 쑤니는 그 모습을 보지 못했다. 바퀴를 한 번이라도 더 보기 싫어서 비를 꾹 눌러둔 채 변기로 향했기 때문이다.
쿵, 철퍽, 콸콸콸—
그렇게 1기 지구방위대 바퀴 5형제는 독가스와 물살 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잠시 후, 10-2번지 쭈미네 집에서 익숙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꺄아아아아악!!!”
… 지구방위대 바퀴 2기 5형제의 작전이 막 시작되는 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