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이 되어서 다시 부산살이. 이번엔 남편과 함께
2021년 11월 내 인생에 아주 큰 시련이 다가왔다.
친한 친구가 하늘나라도 떠나고 내 인생은 끝을 모르게 바닥으로 꺼지고 있었다.
당시 남편도 나의 심각성을 몰랐다. 나는 결국 삶을 포기하려 했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폐쇄병동 입원실에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그 때 나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퇴원 후 우리 부부는 서울살이를 정리하고 나의 부모님이 있는 부산으로 이사를 왔다.
3년째 부산에 살면서 나는 서울을 그리워 하고있다.
내 친구들은 다 서울에 있고, 내가 좋아하는 발레샵, 내가 좋아하는 발레학원 모두 서울에 있다.
서울에는 없는 게 없는데 부산에는 부모님을 빼고는 다 없다. 그런데 부모님조차 서울에 있는 남편에게 부산살이란 얼마나 외로울까.
남편이 한번은 '나만 바라보고 살고 있다'라는 말을 내게 한 적이 있다. 그 말에 스쳐지나갔던 바보 같은 행동들이 후회됐다. 요즘에는 내 상태가 많이 나아져 약도 줄이고 있는 단계다.
누군가는 내가 서울 살 때가 그립다고 하면 다시 돌아가면 되지 않냐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부산에서 해야할 일이 있다.
이사만 하면 되는 문제가 아니다.
지금은 잠시 쉬고 있지만, 아빠가 운영하는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또 누군가는 이런 내 상황을 부러워하지만 사실 부러움만 받을 상황은 아니다.
내가 하고싶은 일은 영상편집이기에 아빠 회사의 업무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그렇기에 1년 넘게 회사를 다녔지만 지금은 잠시 내가 하고싶은 일을 하는 중이다. 아빠도 이런 내 상황을 이해해주고 있다. 그렇지만 언제까지 내가 프리랜서 편집자로 일해야할지 아빠 회사는 언제 다시 다녀야할지 정말 내가 물려받아서 할 수는 있는 건지 불확실한 미래를 지금은 잠시 도피하는 중이다.
그래서 부산에 사는 것에 정을 붙여보려고 노력중이다.
친구도 사겨서 일상에 온기도 불어넣고, 하고싶은 일(발레, PT 등)도 늘리고 있다.
그래도 문득 내 일상이 엉망진창 같고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르겠다.
오늘은 특히 그런 날이다.
그런 내 마음을 김신지 작가 제철행복, 서은국 작가 행복의 기원이라는 책으로
행복에 집중해보려고 하고 있다.
2~3년 전 나로 돌아가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지만 문득 올라오는 불안과 슬픔은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 아직도 힘에 부친다.
나에 대한 확신, 내가 하는 일에 대한 확신 이 모든 확신은 언제쯤 맛이라도 보게되는 걸까.
32살 지금도 나는 불확실한 미래로 두려웠던 20대와 다를게 무엇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