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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 태백 Mar 20. 2024

행복하고 살기 좋은 농촌에서 살아가는 3인방

나는 농촌에서 흙과 살고 있다. 가끔씩 사람들 중에는 ‘할 것 없으면 농사나 짓지’ 한다. 이런 사람들을 볼 때면 가장 마음이 아프다. 새벽같이 땅 파고 씨뿌리고 정성으로 가꾸어서 거두는 일이 인정받지 못하는 서운함 때문이다. 농촌공동체를 만들어 주민들과 함께 만들어 가면서 생각도 많이 변했다. 다른 것과 비교하지 말자. 그동안 부러움으로 보낸 시간을 반성하자. 이제부터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자. 농업 농촌 생활에 자부심을 갖자. 농사일은 힘들고 돈도 되지 않아 농촌에 사람들이 떠나는 시대가 되었다. 농촌지역은 고령화되고 공동화되어 간다. 인구 절벽 지역 소멸이라는 문구가 낯설지 않다. 농촌에는 사람들이 많이 부족하다. 누구든지 농촌으로 왔으면 한다. 농촌에는 농촌만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과 발전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

 

태백은 산나물 농사도 한다. 나는 산나물 중에서 산마늘(명이나물)을 재배한다. 산마늘은 꽁꽁 언 땅에서 일찍 새싹이 나온다. 일반 마늘과는 다르게 잎을 주로 먹는다. 한번 심어서 여러 해 수확할 수 있고 약효도 있어 재배면적을 넓히고 있다. 새순이 올라와 파릇파릇하다. 짹짹짹!!! 새소리 아침을 깨운다. 먼 산에 잔설이 남아 있고 새벽안개가 산허리를 감고 올라간다. 입김이 나오지만 새벽 공기는 상큼하다. 산마늘 밭에 거름을 서두르고 있다. 멀리서 엄니의 목소리가 들린다. ‘보래이 또 어디 갈라꼬 하는 구만’ ‘산마늘 밭에 거름은 다 주고 갈라는지 모르것다’한다. 잔소리가 시작되었다. 손을 귀에 대고 모른척한다, 빨리 마쳐야 한다. 신년 초가 되면 농업 농촌마을 관련해서 공모사업이 많다. 농사일도 바쁘지만 일정에 맞춰 사업 신청서를 내야 한다. 농촌관광, 농촌체험, 노인복지, 문화, 농촌 활성화 사업들은 마을발전에 많은 도움이 된다.

 

농촌공동체를 시작한 지 10년이 넘어간다. 지나고 보니 마을공동체도 많이 성장해 가고 있다. 농촌에서 농사일은 피할 수 없지만 농촌자원을 활용해서 부가가치가 높은 일을 찾는다. 행복하고 살기 좋은 농촌 마을, 떠나는 농촌에서 돌아오는 농촌을 만들고 싶다. 농촌을 깊이 들여다보면서 대안을 찾고 있다. 조선시대 실학자 다산 정약용 선생의 삼농 정책을 마을 발전 핵심 가치로 추진하고 있다. 삼농’(三農) 정책에서 그는 “무엇보다 농사짓기가 수월해야 하고(便農), 농업의 수익성이 높아야 하고(厚農), 농민의 지위가 향상돼야 한다(上農). 농사짓는 사람들의 가치를 인정해 주고 존중해 주는 것, 이들이 잘 살게 되면 근자열 원자래(近者說 遠者來) 가까운 사람을 기쁘게 하면 멀리 있는 사람까지 찾아온다"라고 말했다.

 

매봉산에서 귀촌해서 배추 농사하는 친구가 있다. 매봉산은 해발 1,000미터가 넘는다. 바람이 불고 지나간 자리에 돌밭이 정상까지 이어져 있다. 매봉산 정상에는 수십 개의 풍력기가 돌아간다. 사람들은 이곳을 바람의 언덕이라고 한다. 배추 농사를 짓는 여름에는 배추 고도라고 부른다. 매봉산에 살고 있는 유일한 빨간 지붕이 있는 집이다. 아이들 이름은 바우, 곤지이다. 지역에 있는 사람들은 바우네 집으로 더 잘 통한다.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귀향을 했다. 매봉산 아래에 보이는 풍경에 반해서다. 바쁜 농사철에도 배추 고도의 아름다운 풍경과 아이들이 자연에서 자라는 모습을 그림으로 남긴다. 배추 농사짓는 화가다. 구문소 마을에 한 달 살이 온 사람들과 꼭 방문해 본다. 친구가 농촌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도시민들은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연화산 아래서 농사짓는 곰 같은 친구가 있다. 오십이 넘어서 귀향을 했다. 도시 생활에 지쳐서 고향으로 왔다. 표고버섯 농사를 한다. 참나무를 잘라서 연화산 계곡 옆에 쌓았다. 자연이 키워 주는 표고버섯을 생산한다. 농사짓기 수월해야 되는데 새벽부터 저녁까지 일하는 모습이 안타깝기도 하다. 나는 산나물 농사에서 경관 농업을 시작했다. 작약 도라지 홍화같이 꽃도 보면서 약효가 있는 작물을 키운다. 도시민들에게 아름다운 마을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중국산 약재들 때문에 수익성이 높지 않다. 포기하고 싶지만 꾸준히 밀고 나가고 있다. 아름다운 농촌을 만들고 싶어서다.

 

세 명의 친구들이 농사짓는 방법은 다르다. 귀농 귀촌을 위해 농촌에 필요한 정보를 찾는 사람들이 오면 친구들의 농장을 방문한다. 농촌에서 살아가는 방법, 농사짓는 방법이 모두 다르다고 말해준다. 농부들이 땀 흘려 재배한 농작물이 제값을 받아야 한다고 알려준다. 아름다운 농촌을 지키는 것에 대하여 감사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농업 농촌이 정약용 선생이 부르짖던 삼농이 실현되었으면 한다. 나는 오늘도 새벽 공기를 마시면 밭에 나가 일하고 마을을 둘러본다. 주위에서 공동체를 위해 살아가는 분들과 함께 배우고 익히면 실천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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