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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밤 Jan 13. 2017

[인터뷰] 진정한 통일 위해선 ‘소통 치유 통합’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 대박론’ 이후 우리 사회에서 한반도 통일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지만, 남북 관계는 여전히 꽉 막혀있는 상태다. 이 같은 남북 교류의 오랜 공백기 동안 북한에 대한 인식과 적대적 감정, 나아가 남남(南南) 갈등도 극에 치닫고 있는 상황이어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분단이기 때문에 일어날 수밖에 없는 우리 사회의 갈등과 적대적 감정들은 어떻게 치유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선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최근 인문학 열풍이 불면서 통일문제도 ‘인문학’적 측면으로 접근하자는 이야기가 주목을 받고 있다.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은 통일 분야의 인문 한국(HK)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학술연구단으로, 기존에 정치, 경제, 군사 문제를 중심에 놓았던 통일담론과는 달리 한반도와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인이 소통하는 통일, 분단의 상처를 치유하는 통일, 통일의 주인이 될 인간의 통합 등 ‘인간’ 중심으로 통일 문제를 다루면서 큰 관심을 끌었다. 

김성민 통일인문학연구단장을 만나 ‘통일’에 대한 폭넓은 대화와 요구되고 있는 통일담론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 통일인문학연구단은 연구, 나아가 주변국가와의 교류교육에도 성과를 보이며 최우수 연구소로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통일을 이루는 방법으로 인문학을 제시하고 있는데 간략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독일의 경우 제도, 영토, 체제 등 다 통일이 됐음에도 동독과 서독 사람들 간에 정서적 유대나 생활 문화 통합이 많이 부족해요. 아직까지도 동서독 사람끼리의 갈등이 남아있거든요. 정말 ‘통일’을 이룬다는 것은 더 사람다운 사회가 되고, 교감하고, 사람답게 대접받는 사회를 이루고자 하는 것이잖아요? 우려하는 것은 독일 통일 이상으로 남북이 사상, 정서, 문화 차이가 크기 때문에 통합을 하려는 시도를 지금부터 하지 않으면 통일 이후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거라고 보고 있어요. 

그 차이를 좁히기 위해 ‘통일인문학’은 ‘소통 치유 통합’하자고 하고 있어요. 소통은 차이가 있기 때문에 하는 것이거든요. ‘차이’는 ‘차별’이 아니에요. 남녀라는 성적 차이가 사회적 차별이 되는 것이 사회 문제인 것처럼, 남북도 ‘차이’일 뿐인데 그것을 차별하면 소통에 문제가 생깁니다. 그래서 소통의 첫 번째는 서로가 차이를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하자는 것이고요.

치유는 치료와는 다른데 저희는 문화적 치유를 말하고 있어요. 남북한 주민과 재중 조선족 재러 고려인 재일 조선인 등이 일제강점기 이후 남북 분단과 한국전쟁, 분단체제의 강화 등으로 입은 상처를 ‘역사적 트라우마’라는 개념으로 정립하고 치유방안을 모색하고 있어요. 

식민, 분단, 이산으로 인한 역사적 트라우마는 직접 경험하지 않았음에도 미래에 집단적 증상을 나타낼 수 있어요. 마치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본에 대한 집단적인 ‘화’라는 감정을 갖고 있는 것처럼요. 이런 것을 인문학적으로 치유하자는 거예요. 

‘통합’은 남북의 문화적 통합을 지향하는 것인데, 정치 경제 제도적 통합은 이룬다고 할지라도 사람들 간의 문화적 통합을 이루지 못한다면 독일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부작용이 일어날 것이라고 보고 어떻게 통합을 이뤄갈 것인지 연구하고 있습니다. 

교수님 전공이 철학인데 통일에는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되셨어요

보통 철학이라고 하면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고 굉장히 추상적이라는 이미지가 있는데, 저는 철학은 현재 사회문제들에 관심을 갖고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통일’이라는 게 이 땅에 지식인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고민할 수밖에 없는 문제잖아요. 왜냐면 통일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드러나는 문제들이 너무 많거든요. 방송에서 쓰는 적대적 용어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갖게 된 적대적 감정들은 남북이 대치 상황이기 때문이에요. 이건 철학에서 가장 첫 번째 주제이기도 한 ‘인간’의 문제인데요. 인간이 편견에 구애되지 않고, 자유를 표현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목표라면 현재 한반도 분단으로 인해 그렇지 못한 것이 많아요. 통일을 이루면 일정 부분 해결될 거라고 보고 있고요. 그래서 제가 연구해왔던 사회철학의 방법론과 ‘통일’을 결합해서 논해보자고 한 거예요. 


▲ 문화적 교류도 필요하지만 보통 경제적 교류를 강조하고 있는 분위기인데

당연히 경제적 교류가 있어야 하죠. 먹고사는 문제잖아요. 개성공단이 경제적 교류를 위해 세워졌는데 지금은 활용이 안 되고 있죠. 개성공단 관련자들을 만나면 절규를 해요. 이 개성공단을 정치적으로 막을 이유가 있느냐는 거죠. 저는 경제와 정치를 분리해서 2트랙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개성공단에서는 5만 명이라는 북한의 노동자들이 일을 하는데, 그 안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동안 보이지 않게 남과 북의 교류가 되거든요. 경제적 교류는 절대 경제적 교류로 끝나지 않아요. 결국 차이를 좁혀가는 것이거든요. 안타까운 것은 남북 교류가 단절되면서 북중 교류가 치솟으면서 북한의 모든 자원을 중국이 가져가고 있어요. 정치적인 측면에서 비판을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경제적인 측면까지 단절하는 것은 정말 안타까워요. 그리고 진정한 통일의 길로 가기 위해선 서로 많이 알게 해주는 것이 필요해서 저희 연구단은 대학원 교재에 이어 청소년, 어린이 교재도 만들고 있어요. 연구도 하지만 사회적으로 어떻게 확산 해 나갈 것인지 고민하고 있고요. 다 필요한 것이라고 봅니다. 

▲ 류에 대해선 모두가 공감을 하고 있지만현재 교류가 이뤄지지 않고 있잖아요

남북의 문화적 교류를 지원하는 ‘남북 협력 교류비’가 있는데 사용되지 않는 상태로 머물러 있어요. 아시다시피 노무현 정권 때까지는 교류가 잘 되었는데 이명박 정부 이래로 거의 없어졌죠. 정치적인 것을 떠나 경제적, 문화적, 학술적 교류를 마다할 이유가 있는지 궁금해요. 내용을 떠나 형식 차원에서 교류 자체를 불허하고 있는 것이 너무 답답합니다. 

그래서 전 통일부는 초정권적 차원의 기구가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권에 따라서 정책방향이 너무 다르니까 지속성을 가질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고요. 

▲ 남북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정서는 무엇이 있을까요

우선 언어가 같고, 혈통도 같아서 문화적인 측면에서 상당 부분 연결할 수 있는 게 많아요.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로 첨예한 대립을 이루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일을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은 70년 분단 이전에 공유하고 있던 문화적 공감대라고 생각해요. 그것이 언어, 혈통, 문화라고 생각하고요.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탈북자, 재일 고려인, 재일 일본인, 재일 조선인 들이 있는데 보통은 말이 투박하니까 사람들이 차별을 하거든요. 가장 좋은 것은 역사적으로 이들이 투박한 말을 쓸 수밖에 없었던 사건을 국가적 차원에서 알게 하는 것이에요. 이해를 한다는 건 사람을 존중하게 하는 거잖아요. 보편적인, 인권적인 차원에서의 교육이 필요합니다.

▲ 탈북자 중에 다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많더라고요

네. 탈북자들 중에 한국을 떠나는 분들이 꽤 있어요. 우선 경제적으로 어렵고, 학생들의 경우엔 수업능력도 떨어지고, 취업도 잘 못해요. 막상 한국에 와보니 쓰는 언어나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심리적 수혜감이 엄청나게 크고 자신이 북한 출신이라는 것이 드러날 때 보내는 따가운 시선이 정말 힘들거든요. 그래서 다시 떠나는 거예요. 국제적 난민이 되는 거죠. 탈북자들이 어려운 통일이 안 된 지금도 격차로 이런 문제들이 있는데, 막연하게 통일을 했다고 생각해봐요. 엄청난 고통이에요. 

▲ 남북 갈등이 심화된 것에 대해 언론이 떳떳하지 못한 부분도 많을 거라고 봅니다

“너희들은 빨갱이 같은 놈들이야”라고 하는 분단 서사를 “우리는 차이가 많지만, 우리는 원래 하나였어. 같이 돕자”라는 통합 서사로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한데, 언론이 분단 서사를 생산하는 데 가장 큰 공을 하고 있어요. 특히 종편을 보면 방송으로서의 자질과 책임감이 없다는 생각이 들죠. 그냥 막 질러요. 팩트를 토대로 서로의 입장 차이를 말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죠. 꼬마들이 겪지도 않은 분단 서사를 갖고 있는 것을 보면 언론이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 언론이 ‘통합’으로 가는 언어 구사를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 '통일 인문학'의 역할이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정작 대학은 '취업'중심으로 바뀌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데 한 말씀 해주세요.   

밖에서는 인문학 붐이잖아요 역설인 것이 대학에서는 인문학 관련 학과가 위기예요. 구조조정 첫 번째에요. 사회에서 인문학 유명 강사들이 대중을 찾아가는 것도 필요하지만 어쨌든 인문학의 원 소스를 생산하는 것은 대학인데, 지속적으로 이어가려면 대학에서 인문학 전문 인력이 양성돼야 하는데 지금은 제도적인 뒷받침이 되지 않고 있죠. 당장 돈이 안 되는 것 같지만 결국 인문학을 소홀히 한 대학은 뒤떨어지는 거예요. 세계 유수의 대학에 가면 끊임없이 기초과학과 인문학을 발전시키고 있어요. 

또, 통일인문학 과정은 앞으로 정말 필요한 분야에요. 남북 갈등을 넘어서 남남갈등도 있는데 통일 이후에는 더 심해질 것이라고 보거든요. 마음의 갈등을 좁히고, 정서적 아픔을 치유할 사람들이 지금부터 양성되지 않으면 안 돼요. 통일 이후에는 할 일이 훨씬 많아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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