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갖게 된 나의 여자친구들에게 6장
제6장. 지옥 같던 모유수유
#실패자의_경험담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야. 내 실패를 발판 삼아 너는 고생하지 않고 원하는 바를 이뤄낼 수 있기를.
이 파트, 우선 별표 다섯개부터 치고 시작하자. 임신, 출산, 육아를 모두 통틀어 내가 제일 고생한 파트야. 나는 임신이나 육아에는 관심이 정말 많았는데, 모유수유는 전혀 관심이 없었어. 와닿지도 않았고 그렇게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 그냥 아기한테 가슴만 물리면 되는 일인데 뭐 특별히 어려울까? 생각했지. 뭐 사람마다 개인차가 분명 있지만, 고통을 잘 참는 편이라고 무려 산부인과 선생님이 인정한 내가 말하건대, 제일 아프고 제일 힘들었어.
나는 무슨 생각으로 모유수유 하나 공부하지 않고 출산에 뛰어든 걸까, 후회할 만큼이었어. 그러니까 너는 아기를 만나기 전에 무조건 모유수유를 공부해 가길 바라. 모유는 보통 아기를 낳고 2일-3일 후부터 가슴이 땡땡해지고 멍든 것 같은 통증과 함께(사람마다 통증 유무 다름. 보통 아픔.) 아주 진한 노란색으로 소량씩 나오기 시작해. 처음에는 젖꼭지를 눌러야 노랗게 나오는데 나중에 되면 알아서 젖꼭지 부분에 모유가 맺히기도 해서, 상의속옷에 생리대처럼 나온 전용 패드를 붙이지 않는다면 옷이 모유로 흥건하게 젖을 수도 있어. 모유량은 조절될 수 있는데, 아기가 많이 먹으면 많이 나오게 되고, 적게 먹으면 모유도 천천히 줄어들거나 마르지.
보통 젖양이 적으면 아기가 먹을 게 없으니 고생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아니야. 젖양이 적은 건 유축기(인위적으로 젖을 짜 주는 기계)로 젖을 짜는 횟수를 늘려 조절할 수 있고 생각보다 유축 자체는 수고스럽기는 해도 고통스럽지는 않지. 반면, 젖양이 많은 사람의 경우 모유가 찰 때 가슴에 분포한 혈관으로 차는데, 조용히 차오르지 않거든. 젖이 가득차서 빠져야 할 때 빠지지 못하면 혈관이 찢어질 것 같은 통증이 그대로 느껴지지. 젖양이 너무 많아 그 고통을 그대로 겪은 후자가 바로 나야.
#젖양
가슴이 큰 사람이 젖이 많을까? 당연히 아니야. 가슴 크기와 젖양은 크게 상관관계가 없다고 해. 나는 보통의 가슴 크기인데 왠만한 엄마들이 젖병에 10미리도 채우지 못할 때 혼자서 50미리를 채운 사람이야. 근데 여기에는 조리원의 실수가 들어가 있어. 일반적으로 대다수의 산모는 초반에(아기 낳고 일주일 이내) 젖이 많이 나오지 않아 고생하기 때문에 이를 늘리려는 노력을 많이 하는데, 그 노력이 바로 손으로 마사지를 해주고 유축기로 일정시간 젖을 빼주는 거야. 그러면 젖은 유축기가 뽑아 주는 양에 적응을 해서 젖양을 늘리게 되지. 보통은 이런 시도가 도움이 되는데, 젖양을 늘려 아기가 먹을 수 있는 양이 많아지게 되면 아기 수유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야.
#조리원의_실수
나는 조리원의 시도와 가장 맞지 않는 최악의 처지였어. 젖이 적당히 불어났어야 하는데, 유축기로 순식간에 많이 불어나 버린 젖은 모유가 찰 때마다 가슴에 화상입은 것 같은 고통을 가져다줬고 아기는 너무 어려 내 젖양을 감당하지 못하고 (심지어 휘담이는 신생아 황달이 와서 모유는 못 먹고 분유를 먹었지.) 내 젖은 병에 걸려 결국 나도 단유의 길을 걸었지.
얼마나 젖이 많이 나왔냐 하면, 아래 사진이 한 번 유축하면 나왔던 양인데, 보통 산모들이 저 젖병 절반도 못 채울 때 나는 저렇게 한가득 채울만큼 모유가 많이 나왔었지. 그래서 휘담이가 먹지 못하고 유축해 놓았던 젖은 따로 담아서(모유보관팩이라고 무균팩에 저장) 냉동시켰는데 그 양으로 조리원 퇴소 후 담이가 2-3주 정도는 먹을 양이었어. 그 덕에 짜 놓은 모유는 모두 휘담이가 먹을 수 있었지. 내 고생이 그래도 물거품으로 돌아가지는 않아서 정말 냉동고에게 고맙다고 생각해.
#실패자의 충고
모유수유를 잘하고 싶다면 아기와 초반에 떨어져 있지 말고 쭉 함께 있으면서 아기의 직접적인 모유 섭취를 통해 젖양을 내 아기의 양에 맡게 늘리는 자연적인 방법이 가장 효율적이고 좋다고 생각해. 이건 실패한 사람으로서 내가 다시 돌아간다면 무조건 이 방법으로 모유를 먹이겠다고 여러 번 생각한 방법이야.
물론 우리나라 산후조리 정서상 엄마가 이때만이라도 아기를 보지 않고 편하게 쉬게 하는 게 압도적으로 선호하는 조리 방법이라고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모유수유에는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아.
다른 것은 차치하더라도 아기를 먹이는 일만큼은 오로지 나와 아기의 합이 맞을 수 있게 직접 하는 것이 내 가슴을 가장 고생시키지 않는 방법이면서 육아가 장기 마라톤이라고 봤을 때 가장 알맞은 방법이지.
더불어 엄마는 아기 바로 옆에서 아기를 바라보면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되고 배고플 때 어떻게 우는 지, 어떤 식으로 젖을 물고 어떤 자세로 젖을 먹을 때 잘 먹는 지 등을 태어나고 한 1-2주 사이에 파악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앞으로의 육아에 큰 자신감을 불어넣어주지.
그러니까 조리원을 선택할 때 아기와 엄마를 마냥 떼어 놓는 걸 산후 조리라고 대놓고 홍보하는 조리원은 그다지 추천하지 않아.
또 모유수유를 잘 알려주는 전문가 유튜버들의 영상을 꼭 시청하길 바라. 수유 자세부터 젖을 잘 나오게 하는 방법까지 아주 자세히 알려주는 영상들을 몇 가지 추천해 줄게. 아래 추천된 채널은 육아 관련해서 도움이 되는 내용들이 많으니까 검색해서 둘러보고 도움받기를!
추천 유튜브 채널명: ‘하정훈의 삐뽀삐뽀 119 소아과’, ‘권향화 원장의 다울아이 TV’, ‘맘똑티비’
#단유의세계
단유는 철저히 엄마의 선택이야. 고통도 책임도 모두 엄마의 몫이라서 주변에서 개입하면 그냥 무시하고 흘러 들어버려. 그걸 모두 상대하는 것도 낭비야 낭비.
나는 단유하는 이유가 질병이었지만 사실 그 이유가 개인적인 선호라도 당연히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해.
단유, 다시 말 해 모유를 끊은 것. 후, 나는 이것도 너무 힘들었어. 일단 젖이 찰 때 가슴이 미친듯이 아프고(내 기준 진통의 고통보다 더 했는데, 사람마다 가슴에 젖 차는 통증이 크게 안 아픈 엄마들도 많다고 해!) 혈관에 찬 젖을 짜내서 빼 줘야 안 아픈데 그렇다고 가슴을 자주 건드려서 빼 주게 되면 단유가 어려워지지.
가장 효과적이고 무식한 단유 방법은 젖이 아프던 말던 건드리지 않고 그대로 놔두는 거야. 무식하다고 한 이유는 참는 게 엄청나게 아프기 때문이지. 당연히 인위적인 단유약이 있어. 여기저기 찾아보니 약은 너무 독하다, 약 부작용이 심하다고 병원에서도 권유하지 않는다고 하던데 그렇다고 젖을 물리지 않고 서서히 젖을 말리기에는 나는 젖양이 너무 많았지. 하루하루 이를 고민하는 사이에 나는 병들어 갔고, 조리원에서 나오자마자 타이레놀로 꾹꾹 누르던 염증들이 터지고야 말았어.
#젖몸살
젖은 결국 세균에 감염되었고 가슴에는 붉은 발적이, 체온은 40도 가까이 되면서 첫 번째 젖몸살이 찾아왔어. 첫 번 째로 순서를 매겼다는 건, 맞아 두 번째도 있었다는 이야기야. 심지어 젖몸살로 약을 먹는 중에 두 번째 젖몸살은 더욱 심하게 진행되었지.
모유수유 중에 일단 가슴이 너무 아프고 열이 난다면 젖몸살을 가장 먼저 의심해봐도 좋아. 내가 발열이 있을 때는 2021년, 코로나 심한 시기. 40도가 넘는 열에 병원 입구에서(혹시나 코로나일까봐 산부인과 진입 불가) 엉덩이 까고 항생 주사를 맞고(너무 아파서 부끄러운 줄도 몰랐어) 출산 담당해 주셨던 의사선생님이 가슴에 난 발적과 반복되는 젖몸살에 그만 단유하는 게 더 낫겠다면서 약으로 단유하라고 하셨지.
#내가_선택한_단유방법_단유약
내가 알고 있는 단유방법은 크게 1. 자연단유(젖을 점점 물리지 않고 서서히 말리기) 2. 단유마사지를 통한 단유(셀프 마사지를 할 수 있는데, 단유 마사지를 해주는 전문 업체도 따로 있어!) 3.약을 통한 단유 이렇게 세 가지야. 나처럼 모유의 양이 너무 많은 사람들은 1번과 2번 방법이 너무 고통스러워서 단유약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고 해. 내 친구들 중에 혹시 나처럼 젖양이 많은데 단유 하고 싶은 친구들이 있을 수 있으니 내가 했던 단유 방법을 자세히 적어볼게.
우선 단유약은 카버락틴 또는 파로델처럼 유즙분비를 억제하는 원리로 작동하는 약이고 호르몬을 조절하기 때문에 두통이나 구토, 속 울렁임 등의 부작용이 보통 있다고 해. 오래돼서 어떤 약이었는지 가물가물한데 약 종류가 거기서 거기라 저 두 가지 중에 하나일 거야. 나는 부작용이 전혀 없었어. 부작용이 없었던 이유는 약을 정말 아주아주 소량만 섭취했어.
선생님께서 아주 극소량으로도 효과가 있을 거라면서 대신에 자연단유방법도 같이 하라고 하셨지. 아기에게 절대로 젖을 직접 물리지 말고 유축기로 하루에 유축하는 시간과 때를 점점 줄여가는 자연단유법과 병행해서 단유약을 섭취하라고 했어. 나는 그 방법 그대로, 그래서 단유는 생각보다 고통스럽지 않게 일주일 만에 깔끔하게 단유할 수 있었어.
+단유차도 먹어봤는데 효과가 있었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