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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사계인 May 16. 2024

출산이야기

아이를 갖게 된 나의 여자친구들에게 4장

제4장. 출산이야기


이 글은 내가 아기를 낳고 일주일 뒤에 블로그에 올렸던 글이야. 아주 생생한 경험담에 크게 수정하지 않고 거의 그대로 긁어왔어.

『출산 전날 새벽..  38주 1일이다. (출산예정일 2주 전) 시간도 기억난다. 새벽 1시였다. 갑자기 배가 억 소리 나게 아파왔다. 옆에서 먼저 잠든 오빠를 깨워 배가 아프다고 했다. 그런데 조금 있다가 통증이 멈췄다. 그러다 갑자기 화장실이 가고 싶어 가보니 피가 보였다. 이슬이었다. 그 전에 이슬이라고 의심했던 것들은 정말 의심으로 그칠 정도로 엄청 확신에 찬 이슬. (이슬은 콧물처럼 진득하고 진갈색 피가 섞여 있는 핏덩어리라던데! 정말 그렇게 나왔다.)


그리고 가진통처럼 배가 슬슬 아파왔고, 새벽 내내 한숨도 못 자고 출산가방을 재정비하고 해가 뜨는 것을 보았다. 그 후 새벽 6시쯤 다시 잠에 들어 아침 9시에 일어났는데 오잉, 걱정과 달리 말끔하게 사라진 통증. 그리고 그 날이 산부인과 정기검진일이었다. 아직은 아닌가 보다 하고 병원 갈 준비를 했다. 그러다 외출 직전 간 화장실에서 다시 확인한 이슬(이슬은 한 번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생리처럼 자주 나옴!). 이번에는 더 많은 양의 이슬이 몸에서 나왔고 나는 2-3일 안에 아가를 만나겠다고 확신했다. 그러는 와중에 어라? 근데 그 전 분비물과 다른 물 같은 것이 속옷에 묻어 있었다. 이거 양수 아니겠지? 양수에서는 락스 냄새가 난다고 하던데, 거의 향이 없었지만 살짝 락스 냄새가 났었다.


*만약에 양수면 아가 있는 공간이 오염될 수 있기 때문에 바로 병원에 가서 항생제를 먹고 아기를 바로 나오게 하는 유도분만을 해야 한다.


병원도착. 담당 선생님과 인사하고 그동안 이슬 본 거며, 양수 같이 그냥 물이 아주 조금 나왔다고 검사해달라고 말씀드렸다. 선생님 첫마디가 양수 아닐 거라고, 아직 38주고 첫 출산이라 진행이 늦어 40주 넘어서 아기가 나올 가능성이 많다고 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살펴 주신다고 이것저것 진행한 검사! 결과는??


자궁 문이 살짝 열어져 있었다. 또 양수 키트로(코로나 키트처럼 생김.) 양수 검사도 진행했는데, 선생님이 아닐 거라고 했던 양수도 맞았다! 후덜덜.. 그 순간 너무 두려웠다. 선생님 말씀, 양수가 살짝만 새어 나와도 안 된다고 했다. 그러시더니, 웃으시며 내일 낳겠네, 출산준비 해왔냐고 물어보셔서, 혹시 몰라 트렁크에 출산가방 바리바리 싸왔다고(한 일주일 전부터 외출할 때마다 챙겨 다님.) 말씀드렸다. 


선생님이 유도분만은 힘들다고(길게는 2-3일 진통하기도 한다며) 나가서 밥 먹고 오라고 하셨다. (원장님은 내가 그 전에 조기진통으로 입원을 오래해서 병원 밥을 엄청 싫어하는 걸 알고 계셨다.) 이런 외출도 자궁 문이 1cm도 열리지 않아 가능했던 일! 그래서 병원 앞에 샤브샤브 집에 가서 남편이랑 덜덜 떨며(사실 나보다 남편이 더 떨었음.) 밥을 먹고 왔다. 나는 마음의 준비를 집에서부터 하고 와서 금방 담담해졌는데, 오빠는 쉽게 진정되지 못하고 정말 긴장하는 게 보였다. 휘담이와의 첫 만남이 떨렸나보다. 

다시 병원도착. 코로나 검사 받고, 병실 배정받고 분만실로 내려갔다. (원래 그냥 분만은 입원 없이 바로 분만실로 향하는데, 나는 유도제를 맞고 분만을 진행할 것이어서 입원실에 들렀다가 옷 갈아입고 분만실로 감.)

                                                  

병실 번호 709. 이때만 해도 내 병실 앞에 붙어 있는 ‘엄마’ 라는 말이 굉장히 어색했는데 지금은 내 이름보다 더 내 이름 같은 ‘엄마’ 라는 단어.



내려간 분만실은 가족 분만실! 


관장도 하고(관장 너무 아팠다. 관장을 하면서 살짝 진통을 한 느낌이었다. 모두가 이렇지는 않다고 한다. 아무튼 관장하면서 혼자서 화장실에서 엉엉 울었다.) 제모도 하고(제모도 살짝만 진행해서 제모 같지도 않았음), 내진*도 하고(온 몸에 긴장을 풀면 버틸 만하다!), 순식간에 진행! 뭐 굴욕이니 뭐니 그러던데 별로 그렇게 생각되지도 않았고 그냥 하나의 의료 행위였다. 특히! 브라질리언 왁싱을 미리 해갈까 고민했는데, 역시 안 하길 잘한 거 같다. (왁싱이 낯선 사람은 크게 안 해도 될 것 같아!)

*내진은 질에 손가락을 넣어 골반내부와 자궁문 등을 확인하는 의료행위


지금 봐도 무서운 분만실(왼쪽사진)

선생님이 우선 항생제만 쓰고(양수가 샜으니 아기집이 감염에 취약해져서 항생제를 쓰는 것) 유도분만은 그 다음날 새벽에 하자고 했다. 분만실에서 계속 수축 검사하고(오른쪽 사진, 수축은 내 배가 아기를 밀어내는 활동인데, 신호가 올 때마다 저 버튼을 누른다. 이 수축 간격이 짧게 그리고 주기적으로 올수록 아기 만날 시간과 가까워지는 것이고 유도분만제는 수축이 활발하게 도와줌.) 아기의 신호를 읽었는데, 누워있으니 오히려 진통도 없어지고 아무 소식도 없기에 그냥 그날 밤은 입원실로 다시 돌아갔다.


그거 아니? 관장 후에는 이제 아침햇살과 초콜릿만 먹을 수 있다. 그리고 이때 먹는 아침햇살은 정말 너무 맛있음. 지금 먹으면 그 맛이 안 난다.


밤 12시, 선생님이 다시 분만실로 내려오라고 해서 내려갔다. 진통이 너무 안 와서 짐볼도 열심히 타고 수축 검사도 밤새 계속했다. 


그리고 이제부터 생생한 분만 후기

진통이 너무 안 와서 나는 분만실에 누워있고 오빠는 입원실로 보내 눈 좀 붙이라고 했다. 간호사 선생님들이 내일 아가 낳으려면 좀 자라고 해서 눈을 감긴 했는데 잠이 오겠냐고. 


21년 8월 3일, 에어컨 빵빵한 분만대 위에서 나는 혼자 떨며 밤을 지샜다. 어찌어찌 시간이 가서 다가온 새벽 5시, 유도제 투여시작. 그래도 진통은 없고 내진결과 자궁 문 1cm 열림(10cm가 다 열려야 아가가 나온다.) 


한 시간 뒤 미리 신청한 무통주사(척추에 놓는 주사)를 놓기 위해 척추에 바늘을 꽂아주러 마취과 선생님 오심. 진통이 차라리 있었으면 주사가 아무 느낌 없었을 텐데, 어후.. 그 소름 끼치는 척추에 바늘 꽂히는 느낌.. 너무 싫고 척추 전체가 불편했다. 다행히? 나중에 이 불편함은 진통이 시작되고 모두 잊힘.


유도제 넣은 후부터 2시간 반 정도 지났나? 오전 7:30 정도에 간호사 내진, 아직도 진행이 안 됐다며 “양막 터뜨려드릴까요?” 물어보셨다. “네???” 오빠랑 나랑 동시에 당황, 양막 그것이 사람의 손으로 터뜨릴 수 있는 것인가? 


나는 터뜨릴 때 얼마나 아프냐고 물었고, 그냥 긴 내진일 뿐 하나도 안 아프다는 답변을 들었다.

간호사 선생님은 내가 고개를 끄덕임과 동시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손을 넣어 바로 양막을 터뜨려 주셨다. 내 몸 안의 노른자를 터뜨리는 그 느낌? 선생님 말대로 정말로 안 아팠고 양수가 터진 후 아래에서 따뜻한 물이 울컥 울컥 나왔다. 


그 후, 바로 엄청나게 센, 드라마에서만 봤던 출산의 진통 시작. 와.. 무려 3시간 동안 아주 강한 진통을 내리 했다.


쓰나미처럼 통증이 몰려왔다가 쓰나미가 물러나듯 순식간에 물러갔다. 통증이 왔을 때는 악을 지르지 않고는 버틸 수 없었다가 통증이 사라지자 기절하듯 잠을 잤다. 이런 반복은 2-3분 간격으로 이뤄져 3시간을 채워갔는데 내가 느끼기에 이 시간은 한 30분 정도의 느낌이었다.


첨에 한 시간쯤 진통할 때 너무 아파서 제발 무통주사(척추 근처에 놓는 강력한 마취제) 놔주라고 하니 선생님이 아직 2.5cm 밖에 안 열렸다고, 기다리라고 하다가 진통주사(엉덩이주사)를 놔주셨는데 정신이 몽롱해질 뿐 감통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절대! 엉덩이 주사 맞지 마!


*자궁문은 1-10cm까지 열리고 이 열리는 정도가 곧 출산진행 상황이다. (아가 머리 크기가 보통 10cm 전후!) 진통 시 오는 통증이 힘을 주는 행동으로 이어져 아기를 내보내는데 무통을 맞으면 이를 못 느끼게 되고 때에 맞추어 힘을 주는 법을 익히지 못하면 적절한 때에 아기를 못 낳아 자연분만 실패확률이 높으므로 자궁문이 3-4cm 열렸을 때 무통을 놔준다. 그러니까 산모가 진통의 느낌과 힘을 주는 방법을 어느 정도 느끼고 난 뒤에 무통을 맞아야 가장 효과적! 


또 6cm가 넘어가면 또 무통을 대게 안 놔주는데 이유는 이제 곧 아기가 나오는데 그때 무통이 진행되면 클라이맥스에 힘을 못 줄 경우가 생길 수 있게 때문!


자궁문 3-4cm 열릴 때 통증이랑 7-8cm 통증이 가장 강하고 아프다고 함. 또한 자궁 문이 열리면서 아기도 동시에 잘 내려와야 한다! 아무튼 여러 가지 박자들이 잘 맞아야 순산할 수 있다. 


그래도 진통이 너무 너무 너무 너무 아프고 내가 이러다가 죽겠어서 살려달라고 사정하니 돌아오는 답변이.. 자궁 문이 4cm로 열렸는데, 먼저 맞은 엉덩이 진통주사 때문에 무통 주사를 쓸 수가 없다고 하셨다. 젠장. 그래서 생 진통을 2시간 더 하고 무통주사를 맞았다. 무통주사 맞고 나서는 바로 감통..! 그리고 내진해보니 10cm 이미 열렸다. 이제 힘주고 낳으면 끝!

(그러니까 나 10cm 열릴 때까지 진통 다 겪었나봐. 어쩐지 너무 심하게 아프더라? )

#진통의_느낌 

나도 정말 궁금했는데, 겪어보니 20년 정도를 주기적으로 앓던 생리통과 비슷한 종류의 통증이었다. 칼에 베이고 뭔가 잘리고 그런 고통의 종류와 전혀 달랐던 통증. 웃긴 이야기지만, 남편이었으면 기절했겠지만 생리통에 내성이 생긴 나라서, 버텨낼 수 있는 통증이었다고 생각해. 1-2분 간격으로 극한의 통증이 오면, 이 통증을 버텨내려고 오빠의 두 손을 꽉 잡고 심호흡하고, 허리를 눌러달라고 하고, 마지막으로 통증이 올 때 힘주기(신기하게 힘이 저절로 들어간다. 아니 그 보다 힘을 주어야지만 통증이 사라진다.) 등을 하며 3시간을 보냈다. 나에게 팔을 뜯기며 세 시간 동안 남편도 같이 고생했다. 이때 남편은 속으로, 평소에 내가 너무 잘못해서 이렇게 팔을 뜯기나 생각했다고 한다. 많이 아팠나보다. 남편의 생각이 너무 웃겼다.


아무튼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아기 밀어내는 힘주기 연습을 하라고 하는데, 아까 진통 올 때 힘줬던 것을 그대로 떠올려 힘을 주었다. 왜냐면 무통을 맞았기 때문에 통증에 자연스럽게 수반되는 힘주기가 사라졌기에, 그 통증이 왔을 때를 생각하며 힘을 몇 번 주니 아래쪽에 뭔가(휘담이 머리)가 끼인 것 같은 느낌이 확 왔고 바로 간호사 선생님을 불렀다. 간호사가 아래를 보고 확인하더니 곧 낳겠다고 의사 호출! 그리고 선생님을 기다리며 이번에는 힘을 주지 않는 것을 연습을 했다. 

왜냐하면 담당 의사선생님이 오신 후 그 지휘 하에 낳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선생님이 바로 안 오셨다. 나중에 듣고 보니 유도분만이 이렇게 진행이 빠른 경우가 많이 없어서 더 진행되고 오시려고 하셨던 것 같음. 그렇게 기다리다 막판 진통이 정말 무통을 뚫고 나올 만큼 아팠는데, 선생님은 안 보이니 마지막에는 소리쳤다. 

“선생님 못 참겠어요!!” 

간호사 선생님은 내 울부짖음을 보고 다시 전화기를 잡고는 아래 내려가 다른 산모를 진료 중이신 선생님을 다시 한번 호출했다. 선생님은 헐레벌떡! 곧 오셨고, 아래쪽 상황을 보자마자(휘담이 머리가 보이는 상황) 수술복으로 환복하고 휘담이를 받아 주셨다. 그리고 후 처치(살을 꿰매는 작업)까지 끝내주셨는데 무통주사 덕분에 후처치는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물론, 무통주사 효과가 끝나고는 너무 아팠음.) 


#후_처치

후 처치는 아기가 잘 나오라고 질 입구 아래쪽을 칼로 살짝 찢어 놓는데, 그 부분을 봉합하고 태반(실제로 봤는데 진짜 얼굴 반 크기만 한 빨간 핏덩어리였다. 궁금해서 꼭 보여 달라고 했음.)을 배를 꾹 눌러 빼내고 아기가 나온 길을 소독했다. 모두 무통주사         
 덕분에 안 아팠음. 무통아.. 고마워..


 그렇게 21년 8월 3일 오후 1시 3분. 나의 소중한 아기 휘담이를 만났다. 』


여기까지가 휘담이 출산 며칠 후에 내가 기록해 놓은 출산 후기야. 그 뒤 어떻게 상황이 전개됐는지 알려 줄게.


#그_후_진행상황

제왕절개를 했다면 입원기간은 4-5일이고, 자연분만은 2-3일이야. 병원에 있는 동안 나는 병원에서 주는 항생제랑 진통제를 꼬박꼬박 먹고, 신생아실에 가서 아기를 보고, 아기에게 젖을 물리는 연습도 했어. 또 모유가 처음부터 콸콸 나오지는 않거든? 모유는 보통 아기 낳고 2일 후에 슬슬 돌기 시작해서 나중에는 엄청난 가슴통증으로 찾아와, 모유수유에 대한 자세한 얘기는 ‘지옥 같던 모유수유’ 장에서 말해 줄게. 아무튼 모유 수유실에서 엄마 가슴에 고개를 파묻고 나에게 오로지 의지했던 휘담이의 모습이 2년이 지난 지금도 선명해. 그때 아기 얼굴만 봐도 벅차올랐던 뜨거운 그 감정은 평생 잊지 못할 거야. 


#제왕이냐_자분이냐

안 아픈 방법은 없어. 둘 다 힘들고 둘 다 아픈데, 사람마다 상황마다 몸이 덜 고생하는 방법이 있을 뿐. 나는 속골반이 넓고(속골반 크기는 내진으로 알 수 있어.) 휘담이가 2kg대로 작은 아기였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자연분만을 선택했지만, 힘을 주다가 방광이 다쳤는지 얼마 전까지도 치료를 받았었지. 친한 언니는 최근에 둘째 출산을 했는데 무통 없이도 진통을 거의 하지 않고 아기를 낳았어. 날을 잡고 유도분만을 하려고 갔는데 이미 자궁 문이 4cm정도 열려 있었대. 통증 하나 없이 말이야! 참 신기하지. 또 제왕절개가 힘들지 않았다는 이야기들도 정말 많아. 너무 아팠다는 말도 그만큼 많지. 

이건 오로지 정말 오로지 아기를 낳을 당사자만이 정할 수 있는 선택이야. 의사선생님의 의학적 소견과 자기 몸 상태를 살펴가면서 스스로의 몸에 가장 최선의 선택을 하길 바라. 

결과를 모른 채 출산방법을 선택하는 건 쉽지 않지. 책임도 온전히 내 몫이니까 말이야. 내가 선택을 내릴 때 도움이 됐던 생각을 끄적여볼게. 

‘어떤 선택이든 아프고 힘들다. 그럼에도 나는 감수하고 간다. 나는 대단하고 용기있다.’ 

아기를 낳기로 한 너는 참 대단하고 용기 있다. 어떤 선택이든 조금만 아프고 네가 안전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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