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살다 Jun 11. 2020

짜사이와 발견의 기쁨

Salted Radish라는데 무는 아닌 것 같고

(2020년 작성한 글입니다.)


지금이야 많은 중국음식점에서 짜사이(zhacai)를 밑반찬으로 주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지방의 중국음식점에서는 찾기 힘들었다. 우연히 맛 본 짜사이는 내 입맛에 딱 맞았다. 별 다른 양념이 되어있지 않고 기름에 볶기만 한 것이었다. 무말랭이와 조금 다른 꼬들함과 아삭한 식감. 깔끔한 장아찌 맛.


이름을 외우지 못해 처음 먹은 이래 늘 중국집을 가면 두리번거렸다. 가끔 발견하면 기뻐하며 먹고 종업원에게 이름을 물었지만 돌아서면 잊었다.


며칠 전 한인 마트에서 우연히 한 중국인 부부의 대화가 들렸다.

"........ 짜차이....."


순간적으로 돌아보니 단무지 옆의 손바닥만 한 봉지를 가리키며 하는 말이었다. 짧은 영어로 물었다.

"이거 짜차이?"

"맞아"

"그냥 먹으면 되나요?"

"바로 먹으면 됩니다(It's ready to eat)."


한인 마트에서 발견한 손바닥만 한 짜사이 봉지


만세!


집에 와서 접시에 담아보니 사진과는 약간 달랐다. 짧은 조각이 조금 더 많았고, 후추처럼 생긴 가루들이 보였다. 맛도 약간 중국 향신료 맛이 났다. 설명에는 식품첨가제가 없다고 되어 있었지만, 원재료명에는 몇 가지 식품첨가제 이름이 있었다. 그래도 여전히 먹을만했다.


갑자기 몹시 궁금해졌다. 대체 짜사이는 무슨 야채로 만드는 것일까? 포장지에는 "salted radish"라는데 아무래도 식감은 무가 아니다. 만일 쉽게 살 수 있다면 생으로 한 번 먹어보고 싶었다. 한인 마트에는 다양한 나라의 야채를 팔고 있으니 혹시 짜사이를 만드는 야채를 파는 것이 아닐까? 여기가 아니라면 어디서 실물을 볼 수 있겠나 하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짜사이 만드는 방법. 이미 만들어진 짜사이를 무쳐먹거나 볶아먹는 방법을 설명하는 글 뿐이었다. 대실망.


영어로 검색을 해보자. 혹시 중국인들이 올린 글을 발견할지도 몰랐다. 문제는 짜사이가 영어로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것. 구입한 짜사이 포장지의 "salted spicy radish"를 검색했다. 그래도 잘 나오지 않아 이미지 검색 후 짜사이로 보이는 사진을 클릭하길 몇 번. 드디어 영어 이름을 찾았다. "Zha cai"


영어 검색 후에도 한국 블로그들처럼 완성된 짠지인 짜사이를 이용한 요리법만 보였다. 대체 무슨 야채인지 어디를 보아도 알 수 없었다.


다시 영어로 도전. "짜사이 만드는 방법" 검색. 몇 가지 영상과 사진이 보였다.


https://youtu.be/AudViNC_0RY

짜사이를 만드는 방법을 안내하는 동영상


충칭이라는 중국 도시에서 만든 영상이었다. 짜사이는 충칭에서 만들어 먹기 시작해서 중국 전역으로 퍼진 것이라고 했다. 중국도 사라져 가는 전통문화에 대해 기록을 남기고 의미를 되새기는 중인가 보았다. 짜사이를 만드는 방법과 그 의미를 잘 설명하여 꼭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았다.


사진 속 야채가 짜사이 주 재료라고 한다. Radish라더니 아무리 보아도 무 같지 않았다. 중국어를 들으며 영어 자막을 보니 집중이 되지 않아 소리를 최소로 줄이고 영상을 보았다. 단어 실력이 약해서 대부분 화면을 보고 이해했다.


드디어 야채를 알아냈다! 짜사이는 "a popular pickled mustard stem"이란다. 겨자 줄기? 한글 이름을 알고 싶어 검색을 더 했더니 "청채두(靑菜頭)"이며 우리나라의 갓과 유사하다고 한다. 다음에 한인 마트에 가면 있는지 꼭 확인해봐야겠다.


영어로 본 영상으로는 조금 부족해서 검색을 다시 했다. 중국 관광 안내 사이트에서 짜사이에 대한 설명을 찾았다. "자차이(榨菜)"라고 안내하고 있었다. 물기를 짠 야채라는 뜻이란다. 이 반찬의 유래까지 상세하게 안내하고 있었다.

(출처:http://korean.cri.cn/1680/2016/02/15/1s233326.htm)


만드는 방법의 첫 부분은 우리나라의 무말랭이 만드는 방법과 매우 유사하다. 청채두의 뿌리줄기를 잘라 채를 친 다음 햇볕 아래 잘 말린다. 물에 불려 씻는다. 나무틀에 넣고 물기를 꼭 짠다. 양념과 섞은 뒤 단지에 넣는다. 단지 뚜껑을 바닥에 놓고 그 위에 단지를 거꾸로 세운다. 뚜껑에 물을 부어 산소와 차단되게 유지하면서 발효시킨다. 짧게는 몇 개월에서 길게는 몇 년간 발효시킨다고 한다.


이제 짜사이에 대한 호기심이 거의 다 풀렸다. 혹시나 저 야채를 실물로 보게 되어 직접 먹어본다면 더 이상 궁금한 것이 없다.




몇 시간을 검색하면서 너무 즐거웠다. 역시 사람은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한다.


짜사이라는 이름과 이 기쁨을 잊고 싶지 않아서 글을 써 보았다. 보람차다.

작가의 이전글 가정형편조사 꼭 해야 하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