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00'의 시대(7)

실종

by 향연

쿵-



그는 마음속에서 무언가 무겁게 내려앉는 것을 느낀다.




없다.


있어야 할 자리에 그것이 없다.


숨이 가빠진다. 시선이 빠르게 흔들린다.

그의 눈은 그것이 있었던 자리를 애타게 더듬는다.


분명 여기에 있어야 하는데.

아마 이 정도 높이와 너비일 텐데.


이쪽에 큰 소나무가 있고, 그 옆에 쌍둥이 바위가 있고,

그다음, 그다음에.. 그다음엔 있어야 하는데.


왜?

왜 없지. 어떻게 없지.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그는 지금 꿈을 꾸는 건가 싶다.


이건 분명 꿈이었는데, 현실일 리가 없는데.

어째서 꿈이 현실이 된 걸까. 왜 내 꿈이 이뤄진 걸까.

나는 바란 적이 없는데. 애초에 이따위 일을 원할 리가 없잖아.



그래, 지도.


한참을 멍하니 있던 그는 다급히 지도앱을 켠다.


‘위치 정보 없음’.


그는 눈을 의심한다.


없다.



왜 울산 바위 가는 길을 검색했을까. 흔들바위로 목적지를 찍었어야 했는데.

지도에 있는지부터 보고 왔어야 했는데.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왜 그랬을까. 왜. 왜.

아니지,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그냥 데이터가 안 되는 걸 수도..


제대로 된 판단이 되지 않는다. 자책과 함께 두통이 몰려온다. 그는 심한 현기증을 느끼며 털썩 주저앉는다.

어느 쪽이 꿈이고 현실인지 분간하려고 애쓰며.

상대를 알 수 없는 패배감과 깊은 무력감을 느끼며.



고양이 한 마리가 그의 초점 없는 눈을 바라보며 살며시 다가온다.

냐-옹. 니야-아옹.


고양이 울음소리가 그의 주변을 끝없이 메아리친다.

니야아아옹 니야아아-아-

그를 둘러싼 세상이 빙글빙글 돌기 시작한다.


툭-

등산 스틱이 힘없이 바닥에 쓰러진다.


그럴 리가 없어.


그는 허겁지겁 계단을 내려온다.


그럴 리가 없어.


발이 길을 벗어나 눈둔덕에 푹 푹 빠지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




이건 꿈이야. 빨리 깨야 해.

작가의 이전글지금은 '00'의 시대(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