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문화에서 첫 번째로 배우고 싶은 점이 있다면 바로 '가족 중심 문화’다. 물론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어디서든 가족과 관련된 일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건 같다.
한 백인 사장과 비지니스 미팅을 한 적 있는데,
“이 때쯤 일을 진행시키는 게 어떠냐”는 질문에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그 땐 안됩니다. 방학이라 애들이랑 같이 시간 보내야해요”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나름 가장 적절하고 서로에게 유리한 타이밍이라 생각하고 제안을 던진건데 단칼에 거절한게 놀라웠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적어도 ‘한 번 고민해보겠다’ 까지는 나오지 않았을까. 그 백인 사장의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시간은 절대로 뺄 수 없다’ 하는 단호함이 참 마음에 들었다. 최우선순위(top priority)가 명확한 것이다. 내가 만난 대부분 미국인들은 이런 사고방식을 갖고 있었다.
또 미국 직장에는 우리나라 스타일의 ‘회식’이란 게 거의 없다. 직장 동료들끼리 친목을 위해 같이 식사를 하게 된다면 대부분 점심 약속이며 저녁 약속은 많아봐야 일년에 한두번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만큼 퇴근 후 가족들과의 저녁시간을 중요시 여기는 것이다.
아이의 입학식, 졸업식, 연주회 등은 좀 늦게 출근하더라도 당연히 참석해야 할 이벤트며 학부모 상담 같은 경우는 그야말로 부모가 꼭 같이 간다.
이런 이야기에 ‘좋다. 나도 그렇게 노력해야지’ 라는 반응이 따르면 좋겠는데 우리나라 상황에 비춰볼 때 미국 문화가 너무나 비현실적이고 단지 먼나라 이야기에 지나지 않을까 싶어 안타깝다. 하긴 나와 친구들, 그리고 나보다 동생들은 새 가족을 만들기조차 힘든 세대니 더 그럴지도 모르겠다.
어찌됐건 나는 이런 가족 중심적 사고를 항상 간직하며 살고싶다. 허리쪽에 있는 코어가 튼튼하면 다른 부분이 좀 약해도 다시 회복시키기 쉽고, 가정이 화목하게 버티고 있으면 무슨 일이든 견딜만 할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