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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BA Apr 06. 2018

공부, 그 다음의 중요성

진짜 공부란 


동진이는 요즘 비행 공부에 푹 빠져있다.
밥을 먹다가도 뭔가 떠오르면 쓱쓱 비행기 엔진 구조를 그리는가 하면, 책 읽다가 느닷없이 허공에 보이지 않는 버튼을 막 눌러대기도 한다. 실제 비행훈련시간 외엔 그야말로 비행 책만 들여다보는 편이다. 가끔 내가 비행 관련 질문을 하나 던지기라도 하면 어찌나 설명을 열심히 하는지, 멈출 줄을 모른다. 더 알고 싶고, 더 잘하고 싶어서 신이 나는 거겠지.  

나는 공부의 핵심은 ‘공부 그다음’에 있다고 생각한다.
중학교 때 일본어를 굉장히 잘하는 친구가 있었다. 일본을 가본 적도 없고 학교에선 일본어를 가르치지도 않았으며 전체 성적은 중하위권으로 나쁜 편이었다. 하지만 일본어만큼은 따라올 사람이 없었다. 쉬는 시간에도 일본어책을 붙들고 있는 친구가 신기해서 왜 그렇게 일본어 공부를 열심히 하느냐고 물었다가 놀라운 대답을 들었다. 지금 하는 게임이 있는데 공략집이 일본어로 돼 있다는 것. 그걸 다 깨기 위해 일본어를 할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당시엔 ‘그러면 그렇지!’ 하고 한심하게 여겼는데 지나고 보니 그게 바로 정답이란 생각이 들었다.
공부 자체가 목적이 아닌 것.
강력한 동기 부여를 기반으로 공부는 그냥 다리 역할을 하는 것.
그 친구에겐 ‘좋아하는 게임을 마스터 하는 것’이라는 명확한 목표가 있었고 그를 위해선 일본어를 알아야 했기 때문에 그냥 했을 뿐이다.
자연스럽게 일본어는 공부라기보다 단순히 게임의 한 관문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내 경우도 마찬가지다.
학교 다닐 때 수학 과학 등은 낙제 점수였는데 반해 영어, 국어, 독일어 등 내가 좋아하는 과목은 수월하게 점수를 딸 수 있었다. 글 쓰는 걸 좋아했고 평소에 ‘다른 나라 사람들과도 친구가 되고 싶어’ 라는 마음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위 과목들은 딱히 공부를 한다고 인식되지 않았던 것 같다.
공부, 그다음이 분명히 있었기에.

동진이도 ‘단독비행 세계 일주’라는 목표 덕분에 비행공부에 푹 빠질 수 있지 않았을까?
목표가 강력할수록 그 과정에 따라오는 공부는 상대적으로 쉽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천천히 쌓아 올리는 지식이 게임으로 치면 다음판을 넘기기 위한 아이템 모으기쯤이 되는 것이다. 물론 득템하는 것도 쉬운 건 아니지만. 
공부, 그다음을 먼저 염두에 두고 책을 펼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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